물가상승 연초보다 1%P 낮춘 0.9%...내수·수출 부진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 및 물가 전망치를 대폭 끌어내렸다. 한은은 향후 완만한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지만 나라 안팎의 상황은 만만치 않다.

[연합통신넷=안데레사기자] 9일 한국은행이 올해 물가 상승률을 0.9%로 수정해 전망했다. 석 달 전인 1월 전망치(1.9%)의 절반 이하다. 0%대 물가상승률 전망은 1999년 0.8% 이후 처음이다. 그나마 담뱃값 인상 효과를 빼면 0.32%로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도 3.4%에서 3.1%로 낮췄다. 저물가와 저성장이 고착화될 것이라는 디플레이션 논쟁에 한은이 불을 붙인 셈이 됐다.


정부가 지난해 말 내놓은 3.8% 전망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가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물가 하락이 맞물리는 디플레이션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3%대 중반인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저성장이 이어지면서 성장잠재력 자체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도 큰 문제다.

그러나 한은은 "디플레란 모든 품목에 물가 하락이 확산되고 경제 성장이 안 좋을 때를 말한다"며 "소비자물가를 내는 항목 481개 중 7개 품목이 크게 하락한 영향이라 디플레라고 보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유가 하락에 따라 물가가 일시적으로 떨어졌을 뿐 구조적인 디플레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장민 한은 조사국장은 "저유가에 석유류 관련 일부 품목에서 낙폭이 클 뿐 하락세가 확산되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가격 변동 폭이 큰 석유와 농산물을 뺀 '근원물가' 상승률은 올해 2.3% 오를 것이란 이유에서다.

오히려 우리나라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저유가에 따른 소득 여건 개선을 고려하면 완만하더라도 회복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판단한다"며 "2분기에는 회복세를 나타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주열 한은총재는 특히 경기 회복과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해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금리를 낮춰달라는 정부의 요구에 한은이 세 차례 금리 인하로 화답했듯 이번에는 정부가 재정을 투입할 차례라는 점을 역설한 것이다. 완화적 통화정책만으로는 경기 부양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반면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근원물가도 한은의 중기 물가안정 목표 범위(2.5~3.5%)를 밑돈다"며 "0.9% 물가 상승률은 디플레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장에도 이마저 불안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내수, 버팀목이었던 수출의 위축, 구멍 난 재정이란 삼중고(三重苦) 탓이다

이날 열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1.75%로 동결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을 포함해 세 차례 금리를 인하한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인하가 실물경제에 효과를 나타내려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정도 걸리는데 이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게 한은의 시각이다.  이날 7명의 금통위원 중 한 명은 다시 금리 인하에 표를 던졌다. 3년물 국고채 금리도 이날 연 1.6%대까지 떨어지며 인하 기대를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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