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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문 연 디지털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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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문 연 디지털교도소
접속차단 조처 외면하고 연 디지털교도소의 문제
  • 온라인뉴스 기자
  • 승인 2020.09.2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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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 등의 신상정보를 임의로 공개해 '사적 처벌' 논란을 불러일으킨 '디지털교도소'가 당국의 접속차단 조처를 외면하고 다른 인터넷 주소를 사용해 활동을 재개했다. 디지털교도소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전면 접속차단 결정이 내려진 지 불과 이틀만인 26일 새로운 주소를 통해 재오픈했다. 부활한 홈페이지는 종전의 디지털교도소를 판박이로 옮겨놨다고 한다. 홈페이지 디자인에서부터 그들이 지목한 범죄행위자의 신상정보와 법원 판결에 이르기까지 게시물을 예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표출했다. 이들은 새로운 디지털교도소의 주소를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서 확인하라는 공지도 했다. 방심위의 제재가 추가로 내려지면 SNS를 통해 새로운 주소지를 알리고 게릴라식으로 사이버 활동거점을 옮겨 다니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당국을 비웃듯 "잡을 테면 잡아보라"는 식이다.

디지털교도소는 이를 허용했을 때 기대되는 공익적 가치보다는 예상되는 부작용과 파급력이 훨씬 크다는 점 때문에 제재의 정당성이 확보된 경우일 것이다. 운영자들은 성범죄, 살인, 아동학대 등 강력범죄자들에 대한 사법부의 관대한 처벌을 문제점으로 내세우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사회적 심판을 가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들이 '범죄자'들을 여론의 심판대에 올리기 위해 택한 방식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신상공개다.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켜 국민 눈높이에 합당한 단죄를 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선의 혹은 의도가 치밀한 제보확인 절차를 거치지 못하면 자칫 무고나 명예훼손, 더 나아가 마녀사냥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 이른바 '지인능욕' 행위자로 지목당해 신상이 공개된 대학생이 극단적 선택으로 결백을 주장한 사건이나, 한 의과대학 교수가 성착취범으로 몰려 신상이 공개됐다가 경찰조사를 통해 가까스로 누명을 벗은 사건은 디지털교도소가 낳은 대표적인 부작용 사례로 꼽힌다. 사이트에 올라온 신상정보가 삽시간에 불특정 다수에게 퍼져나가면 관련 당사자는 변변한 해명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개인의 삶에 회복 불능의 타격을 받게 된다. 누구도 공적 책임을 지지 않는 제도권 밖의 사적 제재가 잘못 운영되면 위험한 이유다.'

방심위가 애초 디지털교도소의 전면 접속차단 대신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게시물 17건에 대해서만 핀셋 제재를 가하는 데 그친 이유 중 하나는 표현의 자유를 어느 정도 인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교도소는 이후 시정요구에 비협조적으로 나왔고, 여론까지 부정적으로 흐르면서 결국 방심위는 지난 24일 사이트 전면 접속차단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호해야 하지만, 현행 사법체계를 부정·악용하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방심위의 다수의견이었다. 정식 재판을 거쳐 처벌을 받은 사람이 여론재판으로 인해 사실상 이중처벌을 받게 되는 것은 명백하게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문제는 앞으로다. 자경단을 자처한 디지털교도소가 계속 인터넷 주소지를 바꿔가며 활동을 이어가며 방심위의 제재를 무력화할 수 있어서다. 이른바 1기 운영자를 베트남에서 검거했다고는 하지만 2기 운영진이 바통을 이어받아 버젓이 활동을 재개한 상태다. 그래서 접속차단이라는 단기적 처방과 함께 중장기적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그들이 주장하는 '관대한 처벌'과 국민 법감정 사이의 괴리에 주목해 디지털교도소의 존립 근거와 명분을 소거해 나가는 방법을 강구하길 바란다. 최근 양형위원회가 n번방 조주빈 사건을 계기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상습 제작한 재범의 경우에 최대 29년 3개월의 형량을 가하도록 양형 기준을 높이기로 한 결정은 좋은 신호다. 덩치가 커진 기성의 사법체계가 굼뜨게 행동하거나 현실을 제때 반영하기 어려운 법전에만 갇혀있을 때 자경단은 '법이자 심판자'임을 자처하고 등장하게 마련이다. 공적 사법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면 디지털교도소 같은 사이트가 활동할 수 있는 인터넷 공간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거나 없어지게 될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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