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산업연구원 직원의 죽음 배경에 언론사 갑질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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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산업연구원 직원의 죽음 배경에 언론사 갑질책임?
  • 안데레사 기자
  • 승인 2017.11.0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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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프리존=안데레사기자] 한 연구기관의 50대 직원이 기자에게 "당신은 펜을 든 살인자"라는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국패션센터에서 대관을 담당하던 이 직원은 악의적인 언론 보도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노조와 유족들은 장례를 무기한 연기하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10월 31일 12시께 대구시 북구 산격동 한국패션센터 지하 1층 주차장에서 손 모(57) 씨가 본인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손 씨는 한국패션산업연구원 기획경영실 소속 책임행정원으로, 연구원이 대구시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한국패션센터에서 건물 대관 업무를 해왔다. 

손 씨는 이날 새벽 2시 2분 쿠키뉴스 김 모 기자에게 "당신은 펜을 든 살인자"라는 문자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패션센터에서 대관 업무를 맡고 있던 손 씨는 김 기자와 건물 대관 신청 문제를 두고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손 씨가 남긴 글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김 기자의 "12월 행사 좀 도와줄 수 없냐"는 부탁에 손 씨가 "12월은 도저히 안 된다. 2018년 4월 이후에 된다"고 답하자, 화를 내면서 "나도 나이를 먹었다. 대구시에 출입하는 기자도 알고 국장도 알고 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하느냐. 시장님에게 전화하고 당신 십몇 년 성실히 근무한 것 박살낸다. 연구원 찾아가겠다"고 협박했다고 적혀 있었다. 

이어 김 기자가 한국패션산업연구원 본원을 찾아가 간부 앞에서 전화기를 스피커폰으로 켜놓고 "당신 마음대로 하라고 했지"라고 말하고 손 씨가 "예"라고 하자 욕설을 했다고 기록돼 있었다. 손 씨가 "녹음합니다"라고 하자, 김 기자는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지난달 김 기자는 16, 30일 두 차례에 걸쳐 한국패션센터 대관 업무에 관한 기사를 보도했다. 손 씨가 10여 년 동안 대관 업무를 담당하면서 갑질을 했다는 게 주 내용이다. 기사에 따르면 손 씨가 임의대로 대관 예약을 받고, 대관하려는 업체로부터 사례도 받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문자에는 “당신이 쓴 글에 대해 책임질 것을 바랍니다. 당신은 펜을 든 살인자요”라는 내용이 담겼다. 

쿠키뉴스는 "대구시의 보조금까지 지원받아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이 수탁 운영하고 있는 한국패션센터가 개인 건물처럼 변질 운영돼 '갑질'이 도를 넘고 있다"면서 "손 모씨가 16년 동안이나 대공연장과 대회의실 등 대관 업무를 도맡아 운영,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특정 업체의 편의를 봐주는 등 각종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 이후에도 쿠키뉴스는 지난 달 30일 센터를 관리하는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이 손 씨에게 별다른 조치 없이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을 재차 보도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김 기자는 "손 씨와는 몇 번 전화통화한 것이 전부고 본 적도 없으며 내가 협박을 하거나 괴롭혔다는 것은 사실 무근"이라면서 "아는 업체의 민원이 있어 대관에 대해 알아보다가 문제점이 많아 기사를 두 번 쓴 것이 전부"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북부경찰서는 CCTV(폐쇄회로 영상)에 손 씨가 직접 번개탄, 페인트통 등을 들고 차량으로 들어간 것을 미루어 보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고 보고 사망 원인 등을 수사 중이다. 전국공공연구노조 한국패션산업연구원지부는 쿠키 인터넷언론의 악의적인 보도로 손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손 씨가 31일 새벽 2시께 해당 보도를 한 김 기자에게 직접 보낸 문자메세지를 공개했다.

▲ 10월 31일 손 모 씨가 목숨을 끊기 전 쿠키 인터넷신문 김 기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사진=공공연구노조 제공]

하지만 한국패션산업연구원과 노조는 기사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며 악의적인 보도가 손 씨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창규 기획경영실장은 “이미 대관 예약이 되어 있는데, 네이버에 C 업체가 같은 날짜에 행사를 한다고 광고를 하고 있었다. 당연히 고인되신 분이 담당자이니 내리라고 한 것이 발단이 됐다”며 “김 기자님은 이것을 센터의 갑질이라고 봤고, 고인되신 분은 또 언론의 갑질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제 보도된 손 씨의 갑질 의혹에 대해 김 실장은 “평소에 우유부단하거나 그런 성격이 아니었다. 되는 일을 안 되게 하고, 안 되는 일을 되게할 수 있는 분이 아니셨다”며 “본인도 저희에게 기사 내용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했지만, 회사에서도 같은 입장이다. 평소에 민원 발생 여지가 많은 부분이라 나름의 절차가 있다”고 말했다.

박경욱 노조 지부장도 “일상적으로 민원이 발생하는 부서라서 노조에서도 사건이 발생하기까지 특별한 거라고는 인식하지 못했다”며 “기사로 인한 압박도 압박이겠지만, 평소 강한 성격이신데 그런 결정을 하신 것은 스스로 투명성을 보이기 위한 행동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노조는 손 씨가 컴퓨터 바탕화면에 저장해 둔 A4 용지 3장 분량의 문서를 공개했다. 이 문서에는 지난 4월부터 C 업체와 대관 예약 상담을 나누던 과정과 업체에 대관이 안 된다고 통보한 이후, 김 기자와 나눴던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이 문서에는 “김 기자가 전화가 와서 12월 행사 좀 도와줄 수 없냐고 하기에 12월은 도저히 안 됩니다 하니…”, “시장님에게 전화 하고, 10몇년 동안 성실히 근무한 것 박살낸다고 협박하고, 연구원 찾아온다고 하기에 그러시라고 하면서 전화 종료” 등 별다른 감정 표현없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언론 보도로 인한 자살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유족들은 2일 예정된 발인을 연기하고, 사측과 해당 언론사에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손 씨의 아들은 “아버지가 불명예스럽게 돌아가셨다. 기사 내용에 대해서 진상 규명을 해서, 그런 분이 아니라는 게 밝혀졌으면 좋겠다. 그게 아버지가 원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일요일 저녁에 아버지랑 같이 저녁을 먹었다. 이번주에 큰 행사가 있어서 12시가 넘어 퇴근하셨다. 일이 피곤하니까 힘들다는 이야기는 하셨어도, 기사에 대한 얘기하지는 않으셨다”며 “답답하다. 회사에서도 그런 기사가 난 걸 알고 있었는데, 사실이 아닌 것에 대해 반박을 하거나 대책을 세웠는지. 아버지 혼자 다 안고 있었던 거다. 아무 얘기도 안 했으면 (회사가) 방관한 거고, 회사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도 물어보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연구원과 노조는 한국패션센터 1층에 손 씨의 분향소를 마련하고,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장례를 마무리 하지 않을 계획이다. 노조는 유가족과 함께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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