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억 넘게 체납한 '전재산 29만원' 전두환, 양향자 의원 '증인신청' 화제

'알츠하이머' 걸렸다면서 측근들과 골프 회동, '재산 몰수' 안했으니 이토록 뻔뻔하다!
'호남 동행'하겠다는 국민의힘, 조금이라도 진정성 보여주겠다면 '이것'부터 해봐!
31년전 면전에서 '살인마 전두환' 외쳤던 이철용, 그리고 노무현의 기개. 이 정도는…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세청이 명단을 공개한 고액상습체납자의 누적 체납액이 51조원을 넘었습니다. 그 명단의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전두환 전 대통령입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체납액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계십니까? 양도소득세 등 국세체납 31억원, 지방소득세 등 지방세 체납 9억1천만원, 그리고 대법원 판결에 따른 추징금 1천5억원을 미납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이 골프 라운딩을 즐기고 인당 20만원이 넘는 코스요리를 즐기며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어느 국민이 제대로 세금을 내고 싶겠습니까? 국민들은 분노합니다. 왜 이런 사람을 기재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지 못하는 것인지, 제발 국민의 눈높이로 바라봐 주십시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발언 중)

전두환은 회고록에서 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지난해 광주법원에 출석하면서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거 왜 이래!"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 노컷뉴스
전두환은 회고록에서 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지난해 광주법원에 출석하면서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거 왜 이래!"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 노컷뉴스

12.12 군사반란을 일으켜 정권을 탈취하고, 광주에서 수많은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한 데 이어 '체육관 선거'로 대통령 자리에 오른 뒤 인권말살 등 온갖 폭정과 부정부패를 저지른 독재자 전두환, 그를 제대로 응징하지도 못했고 몰래 숨겨놓았을 막대한 재산까지 모두 몰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재산 29만원밖에 없다"고 우기면서 뻔뻔하게 호화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전두환은 회고록에서 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지난해 재판에 넘겨졌으나, 자신이 '알츠하이머(치매)'에 걸렸다는 핑계를 대며 계속 재판에 출석하지 않곤 했다. 하지만 그는 측근들과 골프장에 잘만 다니며, 골프채를 열심히 휘두르고 다녔다. 점수 계산까지 잘만 한다고 한다. 구순에 가까운 고령임에도 아주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모습이다. 

전두환은 '알츠하이머(치매)' 증상을 앓고 있다고 강변해오고 있다. 그러나 측근들과 골프장에 잘만 다니며, 골프채도 잘만 휘두르고 다닌다. /ⓒ SBS비디오머그
전두환은 '알츠하이머(치매)' 증상을 앓고 있다고 강변해오고 있다. 그러나 측근들과 골프장에 잘만 다니며, 골프채도 잘만 휘두르고 다닌다. /ⓒ SBS비디오머그

전두환은 지난 97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수감 2년만에 특사로 석방) 및 2천205억원 추징 판결을 확정받았다. 그러나 2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추징금의 절반가량인 1천억원 이상을 미납한 상태다. 그밖에도 체납된 세금이 수십억원에 달한다. 이에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서구을)은 전두환을 국정감사장에 부르겠다고 했다.

양 의원은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에서 "전두환은 양도소득세 등 국세체납 31억원, 지방소득세 등 지방세 체납 9억1천만원, 그리고 대법원 판결에 따른 추징금 1천5억원을 미납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골프 라운딩을 즐기고 인당 20만원이 넘는 코스요리를 즐기며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어느 국민이 제대로 세금을 내고 싶겠느냐"라고 질타했다.

그는 꾸준하게 전두환 관련 자료를 국세청에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국세청은 국세기본법상 '비밀유지조항'에 따라 제출이 어렵다는 답변만 내놓았다고 한다. 전두환에 대한 세무조사가 있었는지, 그가 은닉재산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여부조차 알 수 없다는 게 양 의원의 설명이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천억원이 넘는 돈을 체납하고 있는 전두환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했다. /ⓒ 민중의소리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천억원이 넘는 돈을 체납하고 있는 전두환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했다. /ⓒ 민중의소리

양 의원은 "전두환을 출석시켜 물어볼 수밖에 없다."며 전두환에 대한 증인신청을 했다. 증인채택 여부는 국회 상임위 소속 여야 간사 합의로 이뤄지는데, 야당인 국민의힘에서 동의할 걸로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뿌리'는 누가 뭐래도 전두환의 민주정의당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민의힘은 '호남에 제2의 지역구 갖기 운동'을 하며, '호남 동행'을 하겠다고 한다. 제2의 지역구를 갖게 된 국민의힘 의원은 총 48명으로 광주와 전남지역은 32명이 배정됐다. 또 국민의힘 국민통합위원회는 추석 연휴 직후부터 5·18단체 간담회, 호남 현장 비대위 및 호남동행 국회의원단 동행 지역 방문, 각 지자체별 현안 및 예산 간담회, 영·호남 공동추진사업 발굴 등을 차례로 추진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차가울 수밖에 없다.

최근 국민의힘은 '호남에 제2의 지역구 갖기 운동'을 하며, 호남 구애에 본격 나선 모양새다. 그러나 그들의 행보가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게 보이려면, 5.18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는데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게 우선이다. /ⓒ 연합뉴스
최근 국민의힘은 '호남에 제2의 지역구 갖기 운동'을 하며, 호남 구애에 본격 나선 모양새다. 그러나 그들의 행보가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게 보이려면, 5.18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는데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게 우선이다. /ⓒ 연합뉴스

그들의 행보가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게 보이려면, 5.18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는데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게 우선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하 5‧18역사왜곡처벌법)과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하 5‧18진상규명특별법)을 당론 채택 법안으로 추진하고 있다. 5·18 왜곡처벌법은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비방과 왜곡, 날조, 허위사실 유포 등을 처벌하는 내용이다. 

5·18 진상규명 특별법 개정안은 공소시효를 연장하고, 진상조사위에 강제조사권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밖에도 아울러 5‧18민주유공자예우법 개정안과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법 개정안도 발의된 상태다. 국민의힘이 조금이라도 호남과 동행하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이런 법안 통과에 앞장서는 것이 우선이며 지만원 등과 함께 5.18 광주 민중항쟁에 대한 폄훼 및 왜곡 시도를 하는 당내 인사들을 즉각 제명조치하는 것도 당연히 해야할 일이다.  

더 직격인 방법도 하나 있다. 양향자 의원의 요청대로 전두환을 국회에 나오게 한 다음. 무언가 그럴 만한 액션이라도 보여줘야지 않겠나? 많은 분들이 알 만한 유명한 사건이지만, 31년전 그 사건을 다시 꺼내본다.

5.18 광주 민중항쟁에 대한 첫 진상 조사는 88년 11월 시작된 5공 비리 청문회였으며, 여론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청문회의 최대 관심사는 전두환의 국회 증인 출석여부였다. 전두환은 1년 넘게 강원도 설악산 백담사에서 은둔하다 89년 12월 31일 국회 연석청문회 증언대에 섰다. 그는 단상에서 증인 선서도 없이 준비해온 문서를 그대로 읽기 시작했다. 질의형식이 아닌, 일방적인 문서 읽기에 야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 그가 읽었던 문서 내용도 질문에 대한 구체적 답변이 아닌 '나는 무관하다'는 변명으로만 일관한 것이었다.

89년 5공 청문회에 출석한 전두환이 광주학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발뺌하려하자, 이철용 당시 민주평화당 의원은 단상의 전두환에게 달려들며 "발포 쟁점부터 밝혀! 살인마 전두환!"이라고 외쳤다. /ⓒ MBC
89년 5공 청문회에 출석한 전두환이 광주학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발뺌하려하자, 이철용 당시 민주평화당 의원은 단상의 전두환에게 달려들며 "발포 쟁점부터 밝혀! 살인마 전두환!"이라고 외쳤다. /ⓒ MBC

그는 광주항쟁 유혈진압 대목에서 "초동진압단계에서 계엄군의 강경 진압과 유언비어에 자극받은 시민들이 과격시위가 그 직접적인 원인이 아닌가"라며 "군 지휘계통상 간섭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발뺌했다. 이에 흥분한 야당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전두환에 항의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철용 당시 민주평화당 의원은 단상의 전두환에게 달려들며 "발포 쟁점부터 밝혀! 살인마 전두환!"이라고 외쳤다.

또 당시 통일민주당 의원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시종일관 변명으로 일관하는 전두환이 퇴장하는 모습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명패를 집어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당시 언론은 노무현 의원이 전두환을 향해 '명패를 던졌다'고 보도했고, 이것이 사실인 것처럼 지금도 널리 알려지고 있으나 실은 그렇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자서전을 통해, 당시 전두환에 대한 분노보다는 자신의 소속정당인 통일민주당에 대한 불만 때문에 명패를 내동댕이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통일민주당이 청문회를 대충 매듭지으려는 '담합'을 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당시 통일민주당 의원)은 88~89년 5공 청문회에서 맹활약하며, 이름을 전국적으로 알린 바 있다. /ⓒ MBC
故 노무현 전 대통령(당시 통일민주당 의원)은 88~89년 5공 청문회에서 맹활약하며, 이름을 전국적으로 알린 바 있다. /ⓒ MBC

전두환 앞에서 최소한 이 정도의 기개는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국민의힘이 호남에 대한 행보를 진정성 있게 하겠다면 5.18 관련 법안들을 신속하게 통과시키는 것과 함께, 전두환을 국회에 출석시켜 면전에서 그의 각종 만행에 대해 추궁하며 철저하게 꾸짖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그나마 가능할 것이다. 

특히 전두환은 노태우, 박근혜와 더불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박탈당했으니, '전 대통령' 호칭을 붙일 필요도 없고 특별하게 대해야 할 일말의 이유도 없다. 전직 쿠데타 수괴이며 학살자이자, 상습 고액 체납자 신분일 뿐이다. 전 재산 29만원밖에 없다면서 호화생활을 즐기고, 여전히 광주 희생자들과 그 유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고 있는 '살인마' 전두환이 국회에 출석해서 추궁당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관련기사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