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성 변호사 "예술가의 발언을 굳이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건 적절치 않아"

나훈아 작사, 작곡 5.18 담은 ‘엄니’ 당시 정부기관의 방해로 33년이 지나 최근 발표

[정현숙 기자]= “여러분 우리는 많이 힘들다. 우리는 많이 지쳤다. 역사책에서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못봤다. 바로 여러분들이 이 나라를 지켰다. 대한민국 국민이 1등 국민이다. 세계가 놀라고 있다. 코로나에 대응하는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말을 잘 듣는지, 미국이나 유럽을 보라. 왜 저렇게 많을까? 말을 안듣는 기라 고마. 뚜드려 패도 말을 안듣는다. 여러분 긍지를 가지셔도 된다. 분명히 코로나 이겨낼 수 있다. 그래서 제목을 ‘대한민국 어게인’으로 만들었다” -가수 나훈아 씨-

가수 나훈아 씨 관련 9월 30일 조선일보 기사
가수 나훈아 씨 관련 9월 30일 조선일보 기사

KBS 2TV에서 9월 30일 방송한 나훈아 콘서트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가 시청률 29.0%(닐슨코리아 조사결과)를 기록하며 추석 밥상머리의 큰 화제가 됐다. 나훈아 씨는 이날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국민들을 위로하고 다시 힘을 내자는 의도로 이번 공연을 기획했다고 전하며 위와 같은 국민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공연 막바지에 밝혔다.

나훈아 씨는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우리 국민들의 저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비대면으로 이 공연을 마련한 취지에 대해서 공연 말미에 직접 설명까지 했지만 일부 언론과 정치권은 아직까지도 현 정부를 비판하는 '아전인수' 제멋대로 정치적 해석을 내놔 논란거리를 만들고 있다.

"KBS가 여기저기 눈치 안보는, 국민들 위한 방송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습니다"

이날 [나훈아 작심발언 "국민 위해 목숨 건 왕이나 대통령 본 적 없다"]는 제목의 조선일보 기사의 서두 2줄이다. 나훈아 씨의 발언 중 유독 이 내용을 쏙 뽑아 가장 앞줄에 던진 조선일보의 의중이 압축되어 있다. 조선은 나 씨의 이 발언을 두고 정치적인 소신발언이라고 했다. 그리고 KBS가 마치 현 정부 눈치보는 어용방송이나 되는냥 제일 앞줄에 올려놓고 구독자를 오도했다.

이 밖에 중앙일보 [나훈아 "왕도 대통령도 목숨건 적 있나, 국민이 이 나라 지켰다], 동아일보 ["예인(藝人)에 비하면 부끄러워"..나훈아 발언에 정치권도 '후끈'], 한국일보 [나훈아, 공연 중 작심 발언? "국민 위해 목숨 건 대통령 못봤다"] 등의 제목으로 조선일보 취지와 대동소이한 내용으로 기사를 냈다.

특히 '데일리안'은 3일 [(추석 민심은③충청) "문대통령보다 나훈아 한마디에 더 큰 위로 받았다"]라는 기사에서 나 씨의 발언을 뽑아 지역감정까지 조장하면서 현 정부 때리기 기사를 냈다. 매체는 "충남 최다선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한마디보다도 가수 나훈아 씨의 한마디에 더 큰 용기와 위로를 받았다'고 하시더라고 지역에서 들은 말을 전했다"라고 보도하면서 김태흠, 성일종, 이종배 국힘 의원들의 입을 빌려 충남 민심은 현 정부에서 돌아섰다는 취지로 기사를 냈다.

나훈아 씨의 발언은 코로나 시국에서 정부의 방역 대처에 잘 따라주는 우리 국민의 수고를 평가하는 치사일 뿐이다. 그런데 매체들은 하나같이 정치적으로 풀이해 코로나 방역으로 국내외로 인정받는 문 대통령의 방역 치적까지 폄훼하는 교묘한 왜곡 기사를 내고 있다. 나 씨가 어느 정부를 특정해 겨냥했다기보다 역사 속의 왕과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조선시대의 민초 등을 상기시키며 어려울 때 중지를 모아 국난을 이겨내는 우리 국민의 무한한 저력을 칭송한 취지의 발언일 뿐이다.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나 씨는 우리 국민들의 저력이 어느 선진국 국민들보다 상대적으로 뛰어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왕이나 대통령을 언급하고 해외와도 비교한 것이다. 그는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가 없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세계에서 제일 1등 국민이다”,  “미국이나 유럽을 보라, 왜 저렇게 많을까, 말을 안 듣는 기라 고마. 뚜드려 패도 말을 안 들어요”라며 “여러분 긍지를 가지셔도 된다”라고 했다.

매체들의 아전인수식 기사들이 연이어 나오면서 국민의힘 역시 나훈아 씨의 이 발언을 이들 언론과 같이 제멋대로 해석하고 있다.

주호영 국힘 원내대표는 2일 국회에서 화상으로 열린 의원총회에서 "추석 전날 가수 나훈아 씨가 우리의 마음을 속 시원하게 대변해줬다"라며 문재인 정부 비판에 가수 나훈아 씨를 앞세웠다.

그는 "법이 법이 아닌 암울한 시대가 도래했다. 문재인 정권은 법무부와 검찰, 사법부와 헌법재판소를 장악했다. 헌법마저 자신들의 통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며 "우리 국민에게 남은 것은 국민 저항권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또 월북으로 알려진 어업지도원 북한 피격 사망 사건과 무혐의 결론이 났는데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시절을 여전히 특혜로 몰면서 "이 정권 사람들은 국민의 죽음마저 '내 편 네 편'으로 철저하게 가르고 있다", "추 장관의 후안무치는, 한마디로 추안무치" 등 이라고 했다.

언론들의 앞다툰 왜곡 보도를 두고 김필성 변호사는 SNS를 통해 “나훈아 선생님은 예술가다. 예술가의 발언을 굳이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건 그 자체로 매우 적절하지 않다”라며 “더구나 오늘 알게 된 '엄니'의 에피소드 등에 비추어볼 때, 적어도 나훈아 선생님이 '한국일보”를 포함한 우리나라 기성 언론 편도 분명히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엄니’는 나훈아 씨의 노래 제목으로 [2020 나훈아의 아홉 이야기]란 제목의 앨범에 담긴 이번에 발표한 9곡의 신곡 중 하나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앨범의 소개말에는 “1987년 광주민주화운동이 진행되고 있을 즈음에 먼저 숨져간 광주의 젊은이들의 죽음을 그냥 두고 보기에는 너무 안타까워 먼저 간 망자인 아들이 어머니를 달래는 가사와 곡을 나훈아가 쓰고 노래했다"라고 적었다.

더불어 “당시 (나훈아 씨가) 직접 광주에 내려가 망월동에 헌화하고 광주 MBC 방송국에 '엄니' 노래 카세트를 2,000개 제작하여 광주 어머니들께 드리려고 보냈지만, 당시 정부기관의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하였고 33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이 음악을 수록 발표하게 된 뜻깊고 아픈 사연이 있는 노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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