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은 유난히 적막한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를 핑계로 가족 친지들의 왕래가 거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니 저는 하루 왼 종일 대하는 사람이라곤 늙은 두 부부뿐이지요. 가뜩이나 거의 집에서만 보내는 우리 부부로서는 자연 의견충돌이 잦아지는 듯 해 마음이 영 불편합니다.

어제도 아내가 대화를 안 해 주어 외롭다 고 투정을 합니다. 어느 분이 택시기사에 대한 글을 올려주셨습니다. 하도 그 택시기사가 부러워 공유(共有)합니다.

【우리 집은 서울에서 고지대에 있습니다. 그래서 택시를 타게 되면 늘 기사 아저씨들이 불평•불만을 하곤 합니다. 오늘도 퇴근길에 택시를 탔습니다. 마침 핸드폰 벨이 울려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기사 아저씨가 조용히 라디오 볼륨을 줄이는 것이었습니다. 저에 대한 배려였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남을 배려하는 기사 아저씨를 만난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통화를 끝낸 후, 이런저런 대화가 오고 갔습니다. 기사 아저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종업원이 꽤 많은 회사를 운영한 사장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경기가 안 좋아지고 나이도 많아지면서, 회사를 정리하고 그냥 집에서 쉬기로 결정하였답니다.

「처음에는 아내를 비롯하여 식구들도 다 반겼습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 두 달이 되면서 아내와 마찰이 시작된 것입니다. 늘 붙어 있으니까 왜 그렇게 보기 싫은 일들이 많아지는지? 그렇다고 산에 가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매일 산에 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친구들과 만나는 것도 한 달에 몇 번, 어디 갈 곳이 없습니다.

그러니 매일 아내와 다툼만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가진 재주는 운전실력 밖에 없어 ‘몰래 택시 운전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무작정 택시 회사를 찾아가 사장님과 면담을 하였지요. 사장님은, “큰 회사의 CEO까지 하신 분이 잘 할 수 있겠느냐?”고 반신반의 하면서도, “결심이 확고하면 열심히 해 보라”면서 흔쾌히 열쇠를 내주셨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사장님은 저에게 은인입니다. 돈의 소중함을 알게 해 주고, 행복을 알게 해 주셨습니다. 그 동안 살면서 모두 나에게 돈을 달라고 만 했지, 돈을 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회사 직원들도 그렇고, 식구들도 그렇고, 나는 돈을 주는 사람이고, 그들은 돈을 받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사람이 나에게 돈을 주는데 얼마나 기쁜 일입니까? 저는 돈을 주는 손님들에게 늘 감사하다는 인사를 합니다. ‘손님들이 저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고마운 분들입니다.’ 저는 아내에게 매일 2만원씩 용돈을 줍니다. 절대로 놀면서 마누라 옆에 종일 붙어 있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면 불만과 다툼이 시작되지요. 적은 돈이라도 벌면서 나가서 활동을 해야 남편 대접, 가장 대접을 받는 세상이니까 말입니다. 손자, 손녀에게도 수시로 용돈을 주고, 선물도 사주고 있습니다. 제가 일을 마치고 새벽 4시경에 집에 들어가면, 아내는 저를 기다리고 있다가 온갖 맛있는 것을 다 대접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늘 다투기만 했었는데, 지금은 다툼은커녕 행복하고 화목한 대화뿐입니다. 저는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습니다. 그런데 있는 돈만 쓰고 남은 인생을 낭비하기는 너무 아깝지 않은지요? 너무 답답하고, 시간 보내기가 힘들고, 식구들과 마찰만 생깁니다.

그런데 지금은 돈도 벌고, 일도 하며, 수많은 손님들과 대화도 하고 너무 행복합니다. 저는 운전하면서 철칙을 하나 세웠습니다. ‘손님들에게 절대로 먼저 말을 걸지 말자.’ 손님들도 지금 이 순간이 다 중요한 시간인데 말입니다. 쉬고 싶은 사람, 잠을 자고 싶은 사람,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고 싶은 분들, 그분들을 배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상대방은 생각하지도 않고, 나만 좋다고 아무 생각 없이 정치가 어떻고, 사회가 어떻고, 대통령이 어떻고 등등, 제가 알면 얼마나 안다고 그 분들에게 열변을 토합니까? 저는 손님들이 먼저 말을 걸어오시면 대답을 하면서 대화를 해야 할 분인지 아닌지를 가늠하고, 대화를 시작합니다.

저와 대화를 마치고 차에서 내리면서 잔돈을 팁으로 주고 가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진정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주고받는 그런 마음이 너무 행복합니다. 저는 행복이란 저 높이 있고, 많은 돈에서 나오고, 많이 배우고, 권력과 힘이 있어야만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행복은 사소한 곳에서, 작고 조용한 곳에서도 얼마든지 샘솟는다는 사실을! 저는 지금 이 순간이 제일 행복 합니다. 생각 하나 바꾸니 세상이 바뀌었고, 행복이 찾아 왔습니다.」】

어떻습니까? 이 택시기사가 부럽지 않으신가요? 저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굴뚝’입니다. 그래도 저는 참아야 합니다. 진리께서 부여하신 저의 사명이 이렇게 앉아서 *덕화만발*을 쓰라는데 있지 않을 런지요!

단기 4353년, 불기 2564년, 서기 2020년, 원기 105년 10월 5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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