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12번째 수필집의 제목이 <봄꽃 보다 잘 물든 단풍>입니다. 어떤 노인이 이런 질문을 해 오셨습니다. “어떻게 하면 죽을 때 기분 좋게 웃으면서 죽을 수 있느냐?” 이 물음에 여러분은 어떤 대답을 하시겠습니까? 저는 “봄꽃 보다 더 고운 잘 물든 단풍”이 되면 웃으면서 죽을 수 있다고 대답했지요.

그랬더니 잘 물든 단풍은 어떻게 만들면 되느냐고 또 여쭈어 오셨습니다. 그럼 웃으며 죽을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알아볼까요?

첫째, 큰 서원(誓願)을 세우는 것입니다.

우리가 서원을 세우지 않으면 망망대해를 정처 없이 떠도는 조각배와 같습니다. 목적지가 없으니 결국 인생을 낭비하고 죽음에 이르러 창황경조(愴惶驚譟) 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우선 진리에 대한 서원을 세우고 신앙과 수행에 전념하는 것입니다.

둘째, 욕심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나이 들어가면서 욕심을 내려놓지 않으면 추해집니다. 그러면 잘 물든 단풍이 될 수 없지요. 아무리 의욕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나이 들면 욕심을 부리면 안 됩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아무것도 안하고 놀아야 된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과도한 욕심은 부리지 말라는 것입니다.

셋째, 넘어지면 큰일입니다.

며칠 전 새벽에 일어나 화장실에 다녀오다가 그만 실수로 뒤로 벌러덩 넘어 졌습니다. 한 20여분 일어나지 못하고 발버둥 치다가 간신히 일어나긴 했지만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습니다. 젊을 때는 무리를 하거나 과로해서 쓰러져도 2,3일 쉬면 금방 낫습니다. 그런데 늙어서 넘어지면 꼭 비에 젖은 낙엽같이 팍팍 늙어버리므로 넘어지면 큰일입니다.

넷째, 말수를 줄이는 것입니다.

애들은 재잘재잘 말을 많이 하면 귀엽지요. 그런데 나이 들어서 말이 많으면 다 싫어합니다. 나이가 들면 잔소리를 많이 합니다. 아는 게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고 저러면 안 되는데, 저거 어쩌지?’ 아는 것을 다 표현하면 젊은 사람들이 싫어합니다. 만약에 자꾸 말하고 싶으면 그 시간에 염불‧좌선‧독경 등 수행을 하는 것입니다.

다섯째, 재산의 정리입니다.

요즘 KBS 일일 연속극 <기막힌 유산>이 방영되고 있습니다. 서른셋의 무일푼 처녀가장이 팔순의 백억 자산가와 위장결혼을 한 후, 막장 아들 넷과 가족애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고 교훈적인 가족드라마입니다. 이 재산문제를 미리 처결해 놓지 않고서는 ‘기막힌 유산’꼴을 당하기 십상입니다.

여섯째, 무상공덕(無相功德)을 짓는 것입니다.

저의 평소신념이 ①조금은 바보처럼 산다. ②무조건 베푼다. ③맨발로 뛴다. 입니다. 베푸는 것은 내생을 위한 투자입니다. 돈이 없는데 어떻게 베푸냐고요? 그러나 재물로만 베푸는 것이 아닙니다. 정신‧육신‧물질 3가지 중, 자신이 가능한 방법으로 하면 됩니다. 바로 이것이 공덕을 쌓는 것입니다. 다만 여기서 베풀 되 베풀었다는 상(相)이 없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상을 내면 지은 복이 반감되기 때문이지요.

일곱째, 상생의 선연(相生善緣)을 맺는 것입니다.

서로서로 좋은 인연을 맺는 것입니다. 좋은 인연이란 서로 바라는 바가 없어야 합니다. 바라는 바가 있는 사랑은 자칫 원망을 살 수 있습니다. 너도 이롭고 나도 이로운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사귐이 선연입니다. 그러나 이 상생의 선연을 어디서 찾으시겠습니까? 선연의 보고(寶庫)! 우리 덕화만발 가족 중에서 찾는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이 일곱 가지만 잘 챙기고 내 것으로 만들면, 그냥 유유자적(悠悠自適)하게 살 수 있고, 이것이 곧 우리의 노년을 ‘잘 물든 단풍’처럼 만드는 열쇠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면 우리가 웃으면서 갈 수 있지 않을까요? 죽는 문제를 갖고 사람들이 걱정을 많이 합니다.

대부분 어른들은 ‘자는 듯이 그냥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들 하지만 그게 그냥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일곱 가지 공덕을 이미 높이 쌓고, 깊은 수행을 통해 삼대력(三大力)의 위대한 법력을 닦았기 때문에 웃으면서 잠자는 듯이 떠날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럼 자식들과 주위 인연들의 ‘잘 살았고 잘 가셨다.’라는 칭송을 받으며 떠나 갈 수 있을 것입니다. 도인들 중에는 ‘좌탈입망(坐脫立亡)’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걸 해탈(解脫)이라고 하고, 형식적인 죽음이 아니고 진정한 ‘열반(涅槃)’이라고도 하는 것입니다.

“영감님! 이해가 가시는가요? 웃으며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시는 가요?” 저의 이런 질문에 그 노인께서도 저와 같이 <하하하하하하!>하고 흔쾌히 동의 해주셨습니다.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예쁜 것‘입니다. 그 노인께서 답답한 가슴이 뻥 뚫렸다고 하시네요!

단기 4353년, 불기 2564년, 서기 2020년, 원기 105년 10월 7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