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자 실수로 '복합기 명의이전' 하지 않았는데… "임대료 대납"이라고 침소봉대하는 이유는?

비리 의혹도 아닌 '단순 해프닝' 갖고, 왜 [단독] 붙이며 선동하는 이유는 무얼까?
21차례 기자간담회에서 쓴 '250만원'에는 난리, 명백한 수천억대 '단군 이래 최악의 이해충돌'엔 침묵
'파파괴' 박덕흠, 이번엔 채용비리 파문(골프동행 여성 채용 포함)까지. 그런데 언론은 왜 또 침묵할까?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계약자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트러스트올 법인. 하지만 복합기 설치 주소는 서울 종로구 모 빌딩 3층으로 돼 있습니다. 이곳을 찾아가봤습니다. 빌딩 3층은 모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역 사무소로 이용되고 있었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 총선 과정에서 이 건물 3층과 5층을 사무소로 이용했고, 그중 3층을 현재까지 지역 사무소로 쓰고 있습니다. 캐논 측은 "복합기를 지난 1월 다른 장소에 설치했지만, 2월 초 트러스트올 측에서 종로에 있는 이낙연 대표 선거사무소로 이동을 요청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러스트올 측이 2월부터 5월까지 이 대표 사무소 복합기 사용 요금 76만 원을 납부했지만, 6월부터 지난달까지 넉 달 치 요금 66만 원을 납부하지 않아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며 "내일 이 대표 사무소에 가 기기를 회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6일 SBS 8뉴스 방송 보도 중)

SBS는 6일 저녁 메인뉴스 시간을 통해, 옵티머스 관련 회사인 트러스트올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서울 종로구 지역구 사무소 복합기 사용요금 76만원을 대납했다고 단독보도했다. /ⓒ SBS
SBS는 6일 저녁 메인뉴스 시간을 통해, 옵티머스 관련 회사인 트러스트올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서울 종로구 지역구 사무소 복합기 사용요금 76만원을 대납했다고 단독보도했다. /ⓒ SBS

<SBS>는 6일 저녁 메인뉴스 시간을 통해, 옵티머스 관련 회사인 트러스트올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서울 종로구 지역구 사무소 복합기 사용요금 76만원을 대납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무려 [단독] 이라는 타이틀까지 붙였다. 그런데 해당 기사의 내용을 자세히 보면, 실무자 실수로 복합기 명의이전(트러스트올 사무실→이낙연 대표 사무실)을 하지 않은데서 비롯된 단순 해프닝에 불과했다.

소액의 임대료를 대납한 것도 아니고, 비리 내용도 없음에도 무려 기사에는 [단독] 이라고까지 박았다. 이낙연 대표 측은 "복합기를 빌려준 당사자가 트러스트올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어제 보도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며 복합기 사용료 미납금을 정산하겠다고 했다. 

SBS의 "옵티머스 측, 이낙연 사무실 복합기 임대료 지급" 보도를 자세히 보면, 실무자 실수로 복합기 명의이전(트러스트올 사무실→이낙연 대표 사무실)을 하지 않은데서 비롯된 단순 해프닝에 불과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비리 내용이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SBS
SBS의 "옵티머스 측, 이낙연 사무실 복합기 임대료 지급" 보도를 자세히 보면, 실무자 실수로 복합기 명의이전(트러스트올 사무실→이낙연 대표 사무실)을 하지 않은데서 비롯된 단순 해프닝에 불과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비리 내용이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SBS

<SBS>는 바로 다음 보도로 트러스트올이 어떤 회사인지, 검찰발 소식을 통해 전했다. 옵티머스 관계자들이 트러스트올을 '비자금 저수지' 용도로 활용했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펀드 자금 수천억원이 트러스트올로 전해졌고, 여기서 빠져나간 돈 일부가 정관계 로비스트엑게 흘러갔다는 것이다. <SBS>는 "이낙연 대표 사무실 복합기 이용료로 나간 돈도 트러스트올에서 빼돌린 투자자들 돈의 일부였던 셈"이라고 강조하기까지 했다. 실제로 소액의 복합기 임대료를 대납한 것이 아님에도, 명의변경을 하지 않은데서 일어난 단순 해프닝이었음에도 이렇게까지 애써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같은 보도를 접하니, 지난달 <조선일보>의 추미애 법무부 장관 관련 보도가 문득 떠오른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17일 <추미애 장관, 첫째 딸 운영 식당서 정치자금 수백만원 썼다>란 제목의 단독 기사에서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실의 자료를 인용, 추 장관이 국회의원 시절인 2014년 11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총 21차례에 걸쳐 장녀 A씨가 운영하는 양식당에서 250여만원을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 사용 내역을 보면 모두 '기자간담회' '정책간담회'에서 쓰였던 것이며, 회당 평균 12만원 정도 지출된 셈이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17일 '추미애 장관, 첫째 딸 운영 식당서 정치자금 수백만원 썼다'란 제목의 단독 기사에서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실의 자료를 인용, 추 장관이 의원시절 21차례의 간담회에서 250만원가량의 정치자금을 딸 운영 식당에서 썼다고 보도한 바 있다. /ⓒ 채널A
'조선일보'는 지난달 17일 '추미애 장관, 첫째 딸 운영 식당서 정치자금 수백만원 썼다'란 제목의 단독 기사에서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실의 자료를 인용, 추 장관이 의원시절 21차례의 간담회에서 250만원가량의 정치자금을 딸 운영 식당에서 썼다고 보도한 바 있다. /ⓒ 채널A

평균 서너명 가량만 간담회에 초대하더라도 그 정도 액수는 바로 나온다. 정상적으로 영수증 처리가 되었고 액수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조수진 의원의 발언을 빌려 “정치 활동 잘 하라고 국민에게 받은 후원금을 자기 딸 호주머니에 넣어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걸 마치 대단한 '이해충돌'이라도 되는 듯 선동한 것이다. 그럼에도 마치 대단한 비리라도 있었는 듯, [단독] 이라고 기사 제목 앞에 붙이는 것이 꼴사나울 지경이다. 

수천억원대의 이해충돌 논란에 휩싸인 박덕흠 의원 정도는 되어야, [단독]을 붙일 수 있지 않겠나? 박덕흠 의원 가족과 관계있는 건설사(혜영건설, 파워개발, 원하종합건설, 원하레저, 원하코퍼레이션)들이 최근 5년간 국토부와 국토부 산하기관 등을 통해 수주받은 공사내역은 무려 3천억원 이상임이 확인된 바 있다.

박덕흠 의원 가족이 운영하는 건설사들이 피감기관으로부터 3천억원 이상의 공사를 수주, 엄청난 이익을 얻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박 의원이 의원 생활을 하면서 각 자치단체에서 수주한 사업금액만 합쳐도 5천억원이 넘을 거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정말 파도 파도 계속 나온다. /ⓒ MBC
박덕흠 의원 가족이 운영하는 건설사들이 피감기관으로부터 3천억원 이상의 공사를 수주, 엄청난 이익을 얻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박 의원이 의원 생활을 하면서 각 자치단체에서 수주한 사업금액만 합쳐도 5천억원이 넘을 거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정말 파도 파도 계속 나온다. /ⓒ MBC

박 의원 고발을 주도하고 있는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박 의원 측이 수주한 사업금액만 최소 5천억원대에 달할 거라 추산하기도 했다. 그래서 ‘단군 이래 최악의 이해충돌’이라고까지 명명되고 있다. 이런 거대한 스케일 덕분인지, 박 의원에겐 '리틀 이명박' '복덕흠(복덕방 박덕흠)'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여기에 더해 박 의원의 정계 입문 전에 벌어진 각종 비리 의혹들까지도 우수수 쏟아져나오고 있다. 그가 대한전문건설협회장을 지냈을 당시 골프장을 고가에 매입, 협회에 손해를 끼쳤다는 배임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최근엔 채용비리 의혹까지 나왔다. 조카와 출신학과 교수의 딸, 입찰 담합을 대행한 일가 소유의 건설사 간부 아들, 전 서울시 공무원 등 이해관계로 얽혀있는 인물 25명 가량을 대한전문건설협회에 취업시켰다는 의혹까지 터져 나왔다. 소위 '삼촌 찬스' '아저씨 찬스' 등을 제대로 보여준 셈이다.

‘단군 이래 최악의 이해충돌’ 논란에 휩싸인 박덕흠 의원, 이번엔 정계 입문 전의 채용비리 의혹까지 등장했다. /ⓒ MBC
‘단군 이래 최악의 이해충돌’ 논란에 휩싸인 박덕흠 의원, 이번엔 정계 입문 전의 채용비리 의혹까지 등장했다. /ⓒ MBC

특히 <MBC>에 따르면, 자신의 골프 여행에 동행한 여성까지 협회 정규직으로 채용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지난 2006년 그가 대한전문건설협회장에 취임하기 직전 가진 골프모임에는 2명의 젊은 여성이 동행했는데, 그 중 한 명인 A씨는 협회에 정규직으로 채용돼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다. A씨가 채용될 당시 이력서에는 박 의원이 운영 했던 회사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적혀 있었으나, 이마저도 허위였음이 드러났다.

그러나 언론에서 박덕흠 의원 관련 소식은 찾아보기 힘들다. 검찰도 이미 무혐의로 처분한 추미애 장관 아들의 병가연장 얘기나, 강경화 외교부 장관 남편의 낡은 '요트' 구입을 위한 미국 출국 소식에 계속 시비를 걸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박 의원 관련 채용비리 의혹을 보도한 <한겨레> 기자도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문제는 조국 장관이나 추미애 장관 보도량에 비해서 훨씬 적은 건 사실이죠. 그런 거 보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감시가 더 중요하다라고 판단을 하는 것 같지만. 3선 의원의 일가 기업들이 피감기관으로부터 3천억 원대 공사를 수주한 것이 이건 또 하나의 권력 관계라고 볼 수 있는 것인데 이것에 대한 보도가 안 된다는 게 좀 아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승훈 한겨레 기자, 6일 YTN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상당수의 언론사는 건설사가 지분을 갖고 있다. 우선 SBS만 봐도 건설업을 주로 하는 태영그룹을 모태로 두고 있으며, 태영건설이 최대주주다. /ⓒ MBC
상당수의 언론사는 건설사가 지분을 갖고 있다. 우선 SBS만 봐도 건설업을 주로 하는 태영그룹을 모태로 두고 있으며, 태영건설이 최대주주다. /ⓒ MBC

언론들이 왜 '건설사 사주' 출신인 박덕흠 의원에 대해 입을 닫다시피 하는지, 그 이유로는 상당수 언론사가 '건설사'와 관련돼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장 수많은 언론사들의 지분을 보면 건설회사, 토건회사가 소유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SBS만 봐도 건설업을 주로 하는 태영그룹을 모태로 두고 있으며, 태영건설이 최대주주다. (특히 SBS는 <끝까지 판다>라는 탐사보도 코너를 통해, 손혜원 전 의원 측의 부동산 매입 의혹과 관련 수일 간 메인뉴스 시간 절반을 쏟아붓기까지 했는데 박덕흠 의원에 대해선 거의 침묵 수준이다.) 

또한 신문 지면을 보면 '부동산 분양 광고'가 상당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런 광고는 언론이 내는 주요 수익원 중 하나다. 결국 언론사 돈줄의 상당부분을 '건설사 사주'가 쥐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언론사를 움직이는 것은 정부도 시민여론도 아닌, 건설사라는 것이 쉽게 확인된다. 결국 건설사의 이익에 따라 언론도 움직이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 권력을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언론사들은 이들을 향해 '살아있는 권력'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당장 조국 전 장관 일가가 검찰과 언론에 난도질 당하고 있는 것만 봐도, 과연 그게 맞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CBS 대기자를 지냈던 변상욱 앵커는 최근 방송에서 이와 같이 정확한 분석을 한 바 있다. 

조국 전 장관의 자택이 압수수색당할 때, 현장에 줄줄이 모여든 기자들의 모습. 음식 배달노동자에게 질문하는 클라스가 가관이었다. /ⓒ MBC
조국 전 장관의 자택이 압수수색당할 때, 현장에 줄줄이 모여든 기자들의 모습. 음식 배달노동자에게 질문하는 클라스가 가관이었다. /ⓒ MBC

"누가 권력이냐가 문제인 것 같은데. 누가 권력이겠습니까? 지금 대통령도 맡고 있고, 180석 가까이 갖고 있는 민주당? 민주당 권력이 아닙니다. 집권 세력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돈이 없거든요. 돈을 갖고 있는 쪽이 집권 세력이 될 가능성이 훨씬 높고 실제로 힘을 발휘하죠. 보수적인 어떤 세력들과 돈을 갖고 있는 세력들과 그거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조 검찰세력, 그리고 그것을 엮어낼 수 있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언론 세력이 뭉쳐있는 상황에서 지금의 민주당은 집권 세력이 사실 아닙니다. 그러니까 늘 당하는 거죠. 조금만 더 애를 쓰면 무너뜨릴 수 있다는 생각에 야당은 공세를 계속 펴면서 몰고 가는 건데. 그 자신감은 결국은 아직은 이 나라의 자산은 우리편이다라고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거죠. (권력이 실제 어디 있는지)언론이 먼저 아는 거죠. 권력은 아직 민주당에게 넘어간 게 아니야. 잠깐 넘어가 있는 건데. 다시 되돌아올 수 있어. 되돌아와야 돼. 그 상황에서 언론이 먹고살기가 더 좋다라고 하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으니까. 강한 자한테 약하고 약한 자한테만 강한, 누가 약하고 누가 강한 걸 언론이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거죠" (9월 21일, YTN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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