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논설주간.
김병호 논설주간.

문화재가 훼손됐을 경우 복원하는 것은 당연하나 문화재를 개발 대상으로 보고 난개발을 해버리면 아무 의미 없이 퇴색돼버리는 것은 당연하다.

제천 의림지는 삼한 시대 축조된 저수지로 그 명성이 이미 알려진 대로 유명하나 단체장 선거 때마다 공약사업으로 의림지를 개발해버려 옛 모습은 아랑곳없고 현재 유지되고 있는 모습은 일반 저수지나 별 차이 없어지고 말았다.

이와 함께 주변 경관 역시 상업적 성격을 띤 점포들이 즐비하게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땅값은 3.3㎡당 200만 원이 넘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다시 말해 문화재는 문화재로 남게 후손들이 보존하고 가꾸는 데 그 목적이 있지, 관광지로 착각하고 개발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생각이다.

문화재와 관광지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문화재란 문화활동 때문에 창조되어 그 가치가 높다고 인정되는 유형, 무형의 축적물을 통틀어 말함이다.

관광지란, 아름다운 경치나 문화유산, 특이한 풍속 등이 있어 사람들이 구경할만한 대상이 되는 장소를 말한다.

즉 유적지를 구경하러 오는 것이지 관광지를 구경하러 오는 것은 아니다. 의림지를 후대 사람들이 구경하러 오는 것인데, 본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신축건물이나 즐비하게 들어서 있으면 경승지 구실을 상실해 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제천시 의원 한 사람이 왜 진입로 4차선 공사를 하지 않느냐고 5분 발언을 통해 의사표시를 하는 것을 봤다. 그곳은 병목 구간이라 차가 밀리는 것은 맞다. 누가 병목 구간을 만들었는지 그 시의원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의림지 본래 모습을 보존하려면 비행장 입구에서 차를 세워두고 걸어 올라가서 옛 모습을 관광하고 내려오는 것이 순서인데, 의림지 턱밑까지 도로를 만들어 드라이브 코스로 만든 것이 애초부터 잘못이다.

차라리 삼한의 초록길을 목적대로 사용하지 말고 도로를 만들어 그쪽으로 관광진입로로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일부 시민들 조언도 있었다.

지금 삼한의 초록길은 예산 잡아먹는 하마로 둔갑한 채 처음부터 잘못된 기획이었으나 이왕 이렇게 된 것, 더이상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동해바다에 돌 던지기식 무모한 프로젝트가 될 수밖에 없고 누가 삼한의 초록길 구경하러 정신 나간 사람 아니면 오지 않는다.

고대 수리시설 의림지를 최대한 본래 모습으로 재현시켜 보존하고 처음부터 주차장과 1km 정도 떨어져 차에서 내려 걸어 올라가 관광할 수 있도록 주변 환경을 조성함이 바람직했다.

예컨대 영주 부석사 진입로, 안동 봉정사 진입로, 화진포 해수욕장 진입로, 경주 불국사 진입로 등은 멀리 차에서 내려 걸어가 관광하고 내려오는 코스로 조성한 것을 볼 수 있다.

의림지 주변을 말끔히 정리하고 고목이 어우러진 곳으로, 고풍이 묻어나는 경승지로 가꾸지 못한 것이 너무 한스럽다는 일부 시민들의 안타까운 고견도 있었다.

지금은 늦었지만 얼마든지 그렇게 가꿀 수 있는데 생각 없는 자치단체장들이 완전히 장터를 방불케 난장판을 만들어 버렸다.

문화재청은 의림지 난개발을 막아야 할 의무가 있다. 제천시가 개발 예산이 확보되었으면 놀이공원이나 이전시키고 그 자리를 말끔히 정리해 경승지로 거듭 태어나게 함과 동시 의식 있는 제천시민들과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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