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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혀 있던' 박근혜 청와대(김기춘) 하명수사 그리고 검찰 표적내사, 그들은 왜 지금도 억울할 수밖에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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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혀 있던' 박근혜 청와대(김기춘) 하명수사 그리고 검찰 표적내사, 그들은 왜 지금도 억울할 수밖에 없을까?
다시 보는 6년전 신계륜·김재윤 前 의원 등 '입법 로비' 사건, 검찰은 단지 "뇌물 줬다"는 이의 진술 하나만으로…
  • 고승은 기자
  • 승인 2020.10.12 2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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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비망록'서 확인되는 하명수사, 그리고 사전 표적내사 정황들. 과연 당시 野 의원들 우연히 '걸려든' 걸까?
'입법 로비' 사건 담당검사? 그의 손 거친 정윤회·박근혜대선자금(성완종)·엘시티·자원외교 등등 모두 흐지부지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는 검찰권력, 역시 신속한 '공수처 개정안' 통과가 해답이다. 더민주로선 '사활' 걸린 문제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김재윤 前 국회의원 : 만나자는 이유가 뭡니까?

김민성 前 서울종합실용예술학교 이사장 : 저로 인해서 큰 고초를 겪게 해드려서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어요. 제가 죄송하다는 말로 용서를 구하는 게 제일 빠른 것 같아서. 

김재윤 前 의원 : 용서를 구한다고 그러면, 사죄한다고 그러면 끝나는 거예요? 진정 용서를 구하는 게 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하세요.

김민성 前 이사장 : 죄송합니다.

2014년 8월, '입법 로비' 혐의로 구속기소됐던 김재윤 전 의원. 그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 확정되며 의원직을 상실했고 2018년에야 출소했다. 그는 지금도 억울함을 강하게 호소하고 있다. / ⓒ KBS
2014년 8월, '입법 로비' 혐의로 구속기소됐던 김재윤 전 의원. 그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 확정되며 의원직을 상실했고 2018년에야 출소했다. 그는 지금도 억울함을 강하게 호소하고 있다. / ⓒ KBS

김재윤 前 의원 : 용서를 구한다고? 나한테 용서를 구할 자격이 있어요?

김민성 前 이사장 : 제가 그 상황에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김재윤 前 의원 : 무슨 상황이요? 얘기해 봐요. 얘기해 봐요 그 상황이 뭔지. 그래서 막 나한테 다 뒤집어씌우고 살고 싶어? 진실을 말해! (김재윤 前 의원이 공개한 통화녹취록 중, 9일 KBS 시사직격 방송 내용)

9일 방영된 KBS 시사프로그램 <시사직격> (메이드 인 중앙지검 2부작 - 1부 어떤 수사 편)에서는 지난 2014년 8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3명이 기소됐던 '입법 로비' 사건에 대해서 재조명했다. 해당 방송은 당시 검찰 수사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을 저격하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해당 방송분과 관련, 당시 의원 3명에게 뇌물을 줬다고 검찰에 진술했던 김민성 전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서종예) 이사장이 법원에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나 기각됐다. 

김민성 전 이사장은 2014년 6월 서종예 교비를 횡령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는데, 약 20여일이 지난 7월 7일 서종예 명칭 변경(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서울종합실용예술학교)과 관련해 국회의원들에게 입법을 대가로 금품을 제공했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작성했다. 최초 출석 혐의와는 전혀 무관한 내용이었다.

김민성 전 이사장이 2014년 7월초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 신계륜·김재윤·신학용 당시 의원에게 금품을 건넸다고 적었다. / ⓒ KBS
김민성 전 이사장이 2014년 7월초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 신계륜·김재윤·신학용 당시 의원에게 금품을 건넸다고 적었다. / ⓒ KBS

그는 신계륜 의원, 김재윤 의원에게 각각 5천만원, 신학용 의원에게 1천5백만원의 금품을 전달했다고 썼다. 그의 진술 후 약 한 달이 지난 8월 4일 검찰이 세 의원에게 소환통보를 했다는 소식이 언론에 전격 보도된다.

김재윤 전 의원은 얼마 뒤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고 구속기소됐다. 그는 옥중에서 한 달 넘게 단식투쟁을 하는 등 자신의 억울함을 강하게 호소했으나, 결국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 확정되며 의원직을 상실했고 2018년에야 출소했다.

신계륜 전 의원의 경우, 신문일정을 연기요청하자 검찰은 국회에 직접 찾아와 그에 대한 강제구인을 시도했다. 현역 의원에 대한 이례적인 조치이기도 했다. 신 전 의원은 이후 기소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 지난 2017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형이 확정되고 곧이어 수감됐다. 신학용 전 의원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 최종적으로 징역 2년6개월(이 건 외에 다른 혐의로도 기소됐음)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했다. 

이들 모두 현재까지도 매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김재윤 전 의원은 "입법로비라고 한다면 최소한의 입법 자료라도 국회의원이나 보좌진에게 전달됐을 법한데, 김민성 이사장이나 학교 관계자 그 누구도 관련 자료를 내게 전달한 적이 없다. 이메일, 문자 하나 준 것도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대체 무슨 근거로 신계륜·김재윤 전 의원 등에 대한 수사를 했던 것일까? 방송에서 다룬 신계륜 전 의원의 재판과정 내용을 보면, 김민성 전 이사장의 진술 말고는 다른 근거는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김 전 이사장의 진술 내용을 보면 결정적 거짓말이 등장한다. 그는 3천만원이 든 돈가방을 신 전 의원의 국회 사무실 쇼파에 놓았다고 했으며, 국회 출입 과정에서 소지품 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김민성 전 이사장은 3천만원이 든 돈가방을 신계륜 전 의원의 국회 사무실 쇼파에 놓았다고 했으며, 국회 출입 과정에서 소지품 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당시 신 전 의원의 사무실에는 쇼파가 아닌 회의용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었으며, 국회를 출입하려면 아무리 작은 물건이라도 당연히 국회 방호과의 CCTV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당연히 거짓말인 셈이다. / ⓒ KBS
김민성 전 이사장은 3천만원이 든 돈가방을 신계륜 전 의원의 국회 사무실 쇼파에 놓았다고 했으며, 국회 출입 과정에서 소지품 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당시 신 전 의원의 사무실에는 쇼파가 아닌 회의용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었으며, 국회를 출입하려면 아무리 작은 물건이라도 당연히 국회 방호과의 CCTV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당연히 거짓말인 셈이다. / ⓒ KBS

그러나 당시 신 전 의원의 사무실에는 쇼파가 아닌 회의용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었으며, 국회를 출입하려면 아무리 작은 물건이라도 당연히 국회 방호과의 CCTV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므로 진술에 신빙성이 없어, 해당 건에서는 신 전 의원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다른 건에서 유죄 판결이 났다. 호텔 현관에서 현금 1천만원을 수수했다는 내용이 유죄로 인정된 것인데, 검찰이 당시의 CCTV 영상(2014년 5월 30일자)을 증거로 제출했으나 돈가방을 건네는 장면은 찍혀 있지 않았다. 게다가 당시 그 상황을 모두 지켜보고 있던 신 전 의원의 수행비서도 "신 전 의원이 돈을 받지 않았다"고 강하게 진술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행비서는 "나의 말은 하나도 인정 안 하고, 검사들이 김민성 그 사람의 말만 전적으로 믿고 수사를 진행하니까 속이 터진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여기서 검찰은 CCTV 영상을 어떻게 확보했을까? 검찰은 7월 9일에 호텔 측에 CCTV 자료를 요청했다고 한다. 그런데 녹화된 CCTV 영상은 한 달 뒤인 6월 30일자로 자동으로 삭제된다. 그렇다면 검찰은 6월 30일 이전에 호텔 측에 자료요청을 했을 거라는 합리적인 추정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와 같이 검찰이 사전 입수했을 것이 분명한 CCTV 영상은 김재윤 전 의원 관련 재판에서도 나왔다고 한다. 

검찰은 어떻게 5월 30일자 CCTV 영상을 확보했을까? 검찰은 7월 9일에 호텔 측에 CCTV 자료를 요청했다고 한다. 그런데 녹화된 CCTV 영상은 한 달 뒤인 6월 30일자로 자동으로 삭제된다. 그렇다면 검찰은 6월 30일 이전에 호텔 측에 자료요청을 했을 거라는 합리적인 추정이 나올 수밖에 없다. / ⓒ KBS
검찰은 어떻게 5월 30일자 CCTV 영상을 확보했을까? 검찰은 7월 9일에 호텔 측에 CCTV 자료를 요청했다고 한다. 그런데 녹화된 CCTV 영상은 한 달 뒤인 6월 30일자로 자동으로 삭제된다. 그렇다면 검찰은 6월 30일 이전에 호텔 측에 자료요청을 했을 거라는 합리적인 추정이 나올 수밖에 없다. / ⓒ KBS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영상은 서종예 건물 옥상에서 김 전 의원과 김 전 이사장이 만나는 CCTV 영상(2014년 4월 23일자)인데, 역시 한 달 후(5월 23일자)면 삭제되는 CCTV 영상이다. 그런데 검찰에 제출된 날짜는 7월 14일로 적혀 있어, 검찰이 그 이전에 영상을 확보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해당 영상에서도 금품을 건네는 장면은 찾아볼 수 없다. 검찰은 역시 김 전 이사장의 '계단에서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만으로, 역시 김 전 의원에게 뇌물죄를 적용했다. (당시 건물 계단에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이렇게 검찰의 말이 맞지 않는 상황임을 미루어볼 때, 검찰은 김 전 이사장을 수사하기 수 개월 전부터 신계륜 전 의원이나 김재윤 전 의원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있던 것으로 해석된다. 검사 출신인 이연주 변호사는 방송에서 "표적수사라는 게 드러나지 않도록, 자연스러운 증거 채집의 과정에서 나온 것처럼 위장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신계륜 전 의원에 따르면, 김민성 전 이사장은 출소한 신 전 의원을 갑자기 찾아와 "잘못했습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제가 아주 용서를 빕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신 전 의원에게 용서를 비는 이유에 대해선 전혀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 전 이사장은 또 역시 출소한 김재윤 전 의원에게도 전화를 걸어 무작정 사죄를 했다고 한다.

김 전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역시 김 전 이사장은 김 전 의원에게 '무엇이 미안한지'에 대해선 일절 함구하지 않고 무조건 '미안하다' '어쩔 수 없었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김 전 의원이 "내게 용서를 구할 자격이나 있느냐, 진실을 말하라"고 호통까지 쳤는데도, 용서를 비는 이유를 왜 밝히지 않았을까?

김민성 전 이사장이 최초 검찰수사를 받게 된 혐의는 공금횡령이다. 검찰이 기소한 최종 횡령혐의 금액은 48.6억원이다. 그는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재판을 끝냈다. 검찰은 그를 기소하기 전, 이미 그가 56억원이 넘는 교비를 횡령한 자료를 확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기소됐을 때 횡령금액은 50억 이하로 줄었다.

검찰은 김민성 전 이사장을 기소하기 전, 이미 그가 56억원이 넘는 교비를 횡령한 자료를 확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기소됐을 때 횡령금액은 50억 이하로 줄었다. 실제 횡령액이 50억원을 넘길 경우 집행유예를 선고받기 어렵다. 횡령금액이 갑자기 줄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 ⓒ KBS
검찰은 김민성 전 이사장을 기소하기 전, 이미 그가 56억원이 넘는 교비를 횡령한 자료를 확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기소됐을 때 횡령금액은 50억 이하로 줄었다. 실제 횡령액이 50억원을 넘길 경우 집행유예를 선고받기 어렵다. 횡령금액이 갑자기 줄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 ⓒ KBS

실제 횡령액이 50억원을 넘길 경우 집행유예를 선고받기 어렵다. 횡령금액이 갑자기 줄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또 그는 재판결과에 따르면, 분명 '뇌물을 건넨' 당사자임에도 뇌물공여죄로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김민성 前 이사장 : 짜여진 틀에서 저로 인해 피해를 보신 분들이 (감옥)안에 계실 때도, 저 역시 평생 죄인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고 큰 틀에서 보면 또, 정치가 참 무섭구나 그런 생각도 했고.

김재윤 前 의원 : 아까 그 짜 맞춰진 거라는 게 무슨 말이에요? 아까 짜 맞춰진 거라는 게 무슨 말이에요 그게?

김민성 前 이사장 : 변명하고 싶진 않습니다. 의원님 죄송합니다.

이런 '입법 로비' 수사가 김 전 이사장의 횡령 혐의를 밝히다가 우연하게 시작된 수사였을까? 아니면 박근혜 정권 하의 검찰에서 벌어진 일부 야권 정치인들을 향한 표적 수사였을까? 

신계륜 전 의원의 경우, 박근혜 정권하에서 작성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국정농단 사건 중의 일부분이었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이는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주도했으며 이후 박영수 특검에 의해 김기춘 전 실장 등이 대거 구속된 바 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그는 박정희 유신정권때와 노태우 정권, 박근혜 정권에서 잇달아 요직을 차지했다. 과거 벌어진 수많은 간첩조작 사건들이 그의 손을 거쳤으며, 박근혜 정권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도 바로 그로부터 시작됐다. / ⓒ KBS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그는 박정희 유신정권때와 노태우 정권, 박근혜 정권에서 잇달아 요직을 차지했다. 과거 벌어진 수많은 간첩조작 사건들이 그의 손을 거쳤으며, 박근혜 정권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도 바로 그로부터 시작됐다. / ⓒ KBS

지금은 고인이 된 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수첩을 보면, 김기춘 전 실장의 지시사항이 꼼꼼하게 기록돼 있다. 김기춘 전 실장이 비판자나 세월호 진상을 밝히려는 이들을 고발하거나 공격하게 한 증거들도 비망록 곳곳에 등장한다.

그는 특히 김대중-노무현 정부 인사들을 향해 "독버섯처럼 자랐다"고 표현한 바 있으며, “문화예술계의 좌파 각종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이라는 내용도 적혀 있다. 김기춘 전 실장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고 이행토록 한 증거들이다.

신계륜 전 의원의 경우 윤이상평화재단에서 활동하는 것을 문제삼았다. (세계적인 음악가인 故 윤이상씨는 박정희 정권하 중앙정보부에서 '부정선거 물타기'를 위해 조작한, 국제적으로도 큰 물의를 빚은 '동백림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이다. 신 전 의원은 현재 윤이상평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게다가 신 전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활동했던 만큼 김기춘 전 실장과 같은 군사독재세력들에겐 눈엣가시였던 셈이다.

김영한 비망록을 보면, 검찰이 당시 박근혜 청와대에 수사내용을 수시로 보고했다는 정황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김민성 당시 이사장이 신계륜·김재윤·신학용 의원에게 입법을 대가로 뇌물을 주었다는 내용의 조서를 작성한 다음 날인 2014년 7월 8일, 청와대에는 이들의 비위가 확인됨으로써 (야당 의원들을 향한)경고효과가 일어났다고 보고된다. 언론에는 보도되기도 한참 전의 일을 청와대가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다음달 5일에는 이들 3인에 대한 소환일정까지 청와대에 자세히 보고됐다. 역시 비망록에 적힌 날짜대로 세 의원이 소환 통보를 받는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업무수첩)에는 검찰이 당시 박근혜 청와대에 수사내용을 수시로 보고했다는 정황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김민성 당시 이사장이 신계륜·김재윤·신학용 의원에게 입법을 대가로 뇌물을 주었다는 내용의 조서를 작성한 다음 날인 2014년 7월 8일, 청와대에는 이들의 비위가 확인됨으로써 (야당 의원들을 향한)경고효과가 일어났다고 보고된다. 언론에는 보도되기도 한참 전의 일을 청와대가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 ⓒ KBS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업무수첩)에는 검찰이 당시 박근혜 청와대에 수사내용을 수시로 보고했다는 정황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김민성 당시 이사장이 신계륜·김재윤·신학용 의원에게 입법을 대가로 뇌물을 주었다는 내용의 조서를 작성한 다음 날인 2014년 7월 8일, 청와대에는 이들의 비위가 확인됨으로써 (야당 의원들을 향한)경고효과가 일어났다고 보고된다. 언론에는 보도되기도 한참 전의 일을 청와대가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 ⓒ KBS

신계륜 전 의원은 이런 내용에 대해 "처음 시작부터 끝까지 일정하게 그려진 기획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는 느낌이 아주 강하게 든다. 한마디로 '청와대 하명수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신계륜·김재윤 전 의원 등에 대한 검찰 수사는 김민성 전 이사장으로부터 시작된 '우연'이 아닌, 애초부터 표적이 된 야당의원들을 대상으로 삼아 벌어진 일종의 정치공작이었던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김 전 이사장은 사건의 핵심이 아닌, 야당 의원들을 치기 위한 곁가지였던 셈이다. 

특히 검찰 주장대로, 또 판결 내용대로 신계륜·김재윤 전 의원 등이 뇌물을 받은 것이 인정된다면 뇌물을 준 측도 당연히 기소되어야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뇌물공여죄로 기소되지 않았다. 결국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이 이를 남용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고, 소위 '형량거래'를 했다는 의심도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신계륜 전 의원은 검찰이 김민성 전 이사장의 진술만으로 자신을 기소했음을 강조한 바 있다. / ⓒ KBS
신계륜 전 의원은 검찰이 김민성 전 이사장의 진술만으로 자신을 기소했음을 강조한 바 있다. / ⓒ KBS

신계륜·김재윤 전 의원 등에 대한 검찰의 내사는 최소 2014년 5월부터 진행됐던 것으로 보인다. 김재윤 전 의원이 서종예 건물을 다녀왔을 당시 날짜는 2014년 4월 23일이다. 김 전 의원이 찍힌 CCTV 영상은 그로부터 한 달 뒤인 5월 23일까지 남아있었을 것인데, 검찰이 해당 영상을 확보했다면 5월 23일 이전에 자료요청한 것이 맞기 때문이다. 김민성 전 이사장 수사 이전에 이미 이들을 대상으로 한 '표적 내사'가 있었던 것으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이들에 대한 표적 내사가 일어났던 이유로는, 세월호 사건에 대한 전시민적 관심을 조금이나마 돌려 보려는 그런 시도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박근혜 정권이 얼마나 '세월호 죽이기'에 그토록 몰두해왔는지 다들 기억하실 것이다.

박근혜 정권은 끊임없이 '세월호 죽이기'를 시도했다. '김영한 비망록'에는 그런 정황들이 수도 없이 적혀 있으며, 실제로 실행됐다. / ⓒ JTBC
박근혜 정권은 끊임없이 '세월호 죽이기'를 시도했다. '김영한 비망록'에는 그런 정황들이 수도 없이 적혀 있으며, 실제로 실행됐다. / ⓒ JTBC

그해 여름 '유민아빠' 김영오씨를 비롯한 세월호 유가족들이 광화문 천막에서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을 이어가고 있었으니, 세월호를 어떻게든 감추고 싶었던 박근혜 정권 입장에서는 여론의 관심을 돌리면서 동시에 야당 의원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줘 특별법 제정이 제대로 되지 못하도록 손 쓸 필요성도 있었을 것이다.

이들 3인에 대한 소환통보를 한 2014년 8월 4일 직전엔 7.30 재보궐선거(국회의원 의석 15석)가 있었는데,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이 무려 11석이나 차지했고 당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호남에서까지 의석을 잃는 궤멸적 참패를 당했다.(이렇게까지 된 데에는 김한길-안철수 체제의 '돌려막기 전략공천'이 결정타였다.) 그렇게 야당이 지리멸렬한 상황이기까지 했으니, 이들에 대한 소환통보도 자신있게 이뤄진 것이 아니었을까?

입법 로비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는 임관혁 검사다. 그는 과거 정윤회 문건 사건, 성완종 리스트(박근혜 불법대선자금 논란) 사건, 해운대 엘시티 사건 등을 담당한 바 있다. 지난해부턴 윤석열 검찰이 출범한 '세월호 특별수사단'의 수사단장을 맡고 있다. 그는 '우병우 사단'의 일원이기도 하다. / ⓒ 연합뉴스
입법 로비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는 임관혁 검사다. 그는 과거 정윤회 문건 사건, 성완종 리스트(박근혜 불법대선자금 논란) 사건, 해운대 엘시티 사건 등을 담당한 바 있다. 지난해부턴 윤석열 검찰이 출범한 '세월호 특별수사단'의 수사단장을 맡고 있다. 그는 '우병우 사단'의 일원이기도 하다. / ⓒ 연합뉴스

한편, 해당 사건의 담당검사는 공교롭게도 '우병우 사단' 중 한 명인 임관혁 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다. 우병우는 김기춘 비서실장 재임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재직 중이었다. 우병우는 이어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지냈으니, 그의 측근인 임 검사는 이후로도 꽤 중용됐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국정농단의 전주곡이었던 '정윤회 문건' 사건에 대해 허위로 결론낸 바 있고, 천문학적인 국고 손실을 일으킨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비리’를 수사하면서 고작 전직 공기업 사장 2명만을 기소한 바 있다. 이번에 나온 '입법 로비' 사건도 그 무렵에 일어난 것이다.

또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한명숙 전 총리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넘긴 바 있는데, 한 전 총리는 이후 판결이 뒤집히며 옥살이를 했다. 지난 2015년에는 성완종 리스트(박근혜 불법대선자금 의혹 사건) 사건도 수사한 바 있다.

당시 수사결과를 보면, 성완종 전 의원이 목숨을 끊으면서 남긴 메모장에 적힌 인물들 중(김기춘·허태열·홍준표·이완구·홍문종·유정복·서병수·이병기) 박근혜 불법 대선자금 논란과는 전혀 무관한 홍준표 의원(당시 경남지사), 이완구 당시 총리만 기소됐을 뿐(이후 두 사람 모두 무죄 판결) 정작 핵심인 나머지 인물들은 수사조차 제대로 받지 않았다. 

지난 2015년 성완종 리스트(박근혜 불법대선자금 논란) 사건, 검찰은 당시 핵심인물들을 거의 수사도 하지 않았으며 사건 핵심과는 무관한 홍준표 의원과 이완구 전 총리만을 기소했다. / ⓒ YTN
지난 2015년 성완종 리스트(박근혜 불법대선자금 논란) 사건, 검찰은 당시 핵심인물들을 거의 수사도 하지 않았으며 사건 핵심과는 무관한 홍준표 의원과 이완구 전 총리만을 기소했다. / ⓒ YTN

임관혁 검사는 2017년 초 해운대 엘시티 사건도 담당한 바 있는데, 거대 게이트라는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배덕광 전 의원 등만 구속기소됐을 뿐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윤석열 검찰이 출범한 '세월호 특별수사단'의 수사단장이기도 하다. 그의 굵직굵직한 전력들 때문인지 몰라도, 세월호 진상조사까지도 흐지부지 묻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올 수밖에 없다. 전혀 신뢰가 가지 않는다. 

결국 검찰에 대한 각종 문제점은 팔수록 쏟아진다. 이는 수사권·기소권을 독점하는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어 언제든지 누구에게나 표적수사와 기소를 할 수 있는 반면, 이들의 행동을 '견제할' 장치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피를 흘려가며 민주화가 이루어졌지만, 과거 중앙정보부나 안기부의 권한을 검찰이 대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결국엔 이들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것과 함께, 제대로 된 공수처 설치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겠다. 

현 상황에서 공수처 개정안에 대한 통과 없이는, 국민의힘 방해로 3개월동안 출범조차 못하고 있는 공수처를 절대 가동시킬 수 없다. 이낙연 대표 체제의 더불어민주당은 어떻게든 공수처 개정안을 이번 달 안에 발의해서 빠른 시일내에 통과시켜야할 것이다. 이번 달 안에도 하지 못한다면, 공수처 출범은 영영 물건너 갈 수 있다. 사활을 걸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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