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대깨문 압력에 인문학 강의 취소돼, 대깨문의 나라"

전우용 "조국백서 필진이라 꽃길? 내 앞에 펼쳐진 건 가시밭길"

[정현숙 기자]= 조중동 등 언론에서 기생충학자라는 단국대 서민 교수의 발언을 기사화하고 띄우면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못지않게 그는 요즘 가장 핫한 인물로 떠오른다. 이른바 '조국흑서'의 집필진의 한사람인 서 교수는 14일 자신의 강연 하나가 취소된 것을 두고 '대깨문'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서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깨문의 힘'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친절한 어느 분이 제보해주신 건데 서산에 사는 대깨문께서 강의를 취소하도록 압력을 넣었단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달 20일과 27일 저녁 7시부터 충남에 있는 서산시립도서관에서 인문학 강의가 있었다"라며 "한 가지 고민은 21일 오전 7시 반 진주서 강의가 있다는 것"이라며 "장거리 운전을 꺼려하는 편이지만 강의가 끝난 밤 9시 서산서 진주까지 갈 대중교통편은 존재하지 않았다. 40만 원을 내고 택시를 탈지 (직접) 운전할지 고민했다"라고 했다.

서 교수는 이날 한 장의 사진을 같이 올리고서는 "이 고민은 대깨문들에 의해 해결됐다"라고 말했다. 해당 사진에는 한 네티즌이 서 교수를 향해 "기생충 서민아. 내 고향 서산에서 네 강연이 취소됐지? 그거 내가 압력했다. 내가 대깨문이거든"이라며 "강연하려면 네 소속 국민의힘에서 하라"고 적혀있었다.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연배 지긋한 대학의 교수라는 사람이 대깨문이란 저급한 일베 용어를 스스럼없이 사용하면서 자신의 강의 취소를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의 압력이라고 예단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기껏 자신의 전공 강의도 아니고 인문학 강의 하나 취소로 압력을 받은 것처럼 언플하면서 현 정부를 때리는 모양새다. 일베가 대깨문이라고 비하하고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들일 뿐이다.

서민 교수의 이러한 언동은 조국백서의 저자라는 이유로 여러매체에서 하차당했는데도 불구하고 꽃길을 걷고 있다고 매도당한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의 사례와 비교되기도 한다.

서 교수 관련 기사의 댓글 창에는 "오죽 밉상 짓을 했으면" "저급한 언어에 저급한 행동을 하는데 누가 당신의 인문학 강의를 들으려 하겠나?", "진중권, 서민, 조은산 자기들이 독립운동이라도 하는 줄 앎", "시간이 지나면 자기합리화를 위해 점점 고립되다가...김문수처럼 되어서 공산당, 하나님 타령하나", "조국백서 저자라고 하차까지 당한 전 교수는 누구 탓하나" 등의 의견이 올라왔다.

서 교수는 앞서 SNS에서는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겨냥해 "조국 똘마니에 이은 추미애 똘마니"라며 비꼬는 글을 올리고 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사과문을 조롱하는 글을 올려 스스로 어그로를 끌고 논란을 만들고 있다. 문제는 이를 띄우고 지속해 기사화 해주는 언론의 부추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조중동 못지않은 '데일리안'이라는 인터넷 극우매체가 지난 13일 단독 타이틀을 붙이고 <조국백서 필진의 '꽃길' 행진…文정권판 화이트리스트인가>라는 제하로 전우용 교수를 문재인 정부에서 대단한 특혜를 받은 것처럼 기사를 냈고 이후 일부 언론이 비슷한 취지의 기사를 냈다.

'데일리안' 13일 기사
'데일리안' 13일 기사

전 교수는 이와 관련해 같은날 페이스북을 통해 “조국백서 필진으로 참여한 뒤 내 앞에 펼쳐진 건 ‘가시밭길’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데일리안의 이슬기라는 ‘기자’가 '조국백서 필진의 꽃길'이라는 제하에 제가 조국백서 필진이라 특혜를 받았다는 기사를 썼네요. 몇몇 매체가 베껴 썼고, 진모 씨(진중권)도 한마디 얹었군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전 교수는 "제가 (한국학중앙연구원에)에 임용된 때가 2018년 6월. 제가 조국백서 필진으로 참여한다는 사실이 공개된 건 2019년 11월"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그 직후 8년간 매달 썼던 경향신문 칼럼, 5년간 매주 썼던 한겨레 칼럼, 5년간 매주 출연했던 ytn 프로그램에서 모두 하차당했다"라고 했다.

이어 "2020년 5월에는 해임됐고, 조국백서는 7월에 출간됐다. 이밖에도 조국백서 필진이라는 이유로 겪는 어려움은 한둘이 아니다"라며 "조국백서 필진으로 참여한 이후 제 앞에 펼쳐진 건 ‘가시밭길’이다"라고 토로했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출간왼쪽부터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강양구 미디어 전문 재단 TBS 과학 전문 기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권경애 법무법인 해미르 변호사,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출간왼쪽부터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강양구 미디어 전문 재단 TBS 과학 전문 기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권경애 법무법인 해미르 변호사,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아울러 "당사자에게 물어볼 것도 없이 시간 순서로만 나열해도 알 수 있는 ‘사실’을 거꾸로 보도하는 자를, ‘기자’라고 불러야 한다는 게 이 시대의 비극"이라며 "‘가시밭길’이 ‘꽃길’로 보이는 건, '해충'이기 때문이다"라고 꼬집었다.

전 교수는 또 다른 게시글에서 매국노 이완용을 예시로 든 의미 심상한 글 하나를 올려 시선을 끌었다. 아래 전 교수의 글에서 여러 인물이 오버랩된다. 우병우일 수도 있고 서민일 수도 있고... 우리 시대의 머리만 똑똑한 누군가를 때리는 외침으로 들린다.

"‘그’는 어려서부터 우봉 이씨 가문에서 가장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로 소문났습니다. 그 덕에 우봉 이씨 가문에서 제일 잘 나가던 이호준의 양자가 됐습니다. 나라에서 똑똑한 젊은이들을 모아 육영공원에 입학시켰을 때, 그 학생이 됐습니다.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여 초대 주미공사관 참찬관이 됐습니다. ‘그’는 공부를 참 잘해서 나라 덕을 많이 보았지만, 나라 팔아먹은 '매국노'가 됐습니다. 그는 처음 '친미'였으나, 자기 이익을 위해 '친일'로 태도를 바꿨습니다. 이완용 얘기입니다. 제 이익만 밝히면서 공부 잘하는 인간보다 세상에 더 해로운 물건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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