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정부가 나서 지방대 경쟁력 강화해야"
[ 서울=뉴스프리존]한운식 기자= 지난 80~90년대 학력고사 시절. 대입 수험생은 학력고사 성적 하나로 학교와 과를 선택했다.
요즘처럼 ‘수시’를 노리기 위해 거창한 ‘스펙’을 갖춰야 할 필요가 없었다.
이른바 ‘흙수저’도 학력고사 성적만 좋으면 명문대학에 거뜬히 갈 수 있었다.
서울에만 명문대가 있었던 게 아니다. 지방대도 그 위상이 탄탄했다.
특히 부산대와 경북대, 전남대 등 지역거점국립대학이 그랬다.
실제 이들 대학 상위권 학과로 꼽히던 사범대 영어교육과의 경우, 연·고대 중상위권 인기학과(정치외교, 신문방송, 사회 등)보다 커트라인이 높을 때도 많았다.
전자공학, 기계공학 등 특성화 학과 졸업자는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등 굵직한 기업에 입도선매(立稻先賣)로 팔려나갔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 임원들 중에서 이들 대학 출신이 많은 이유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이랬던 지역거점국립대학이 무너지고 있다.
올해 부산대 합격자 4명 중 3명꼴로 입학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경북대에서는 최근 5년간 3000여명이 자퇴하는 등 학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1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이 부산대로부터 제출받은 '2020학년도 모집 인원 및 합격포기 인원 현황'에 따르면 올해 모집인원 4509명 중 3397명(75.3%)이 입학을 포기했다.
합격자 10명 중 7명 넘게 다른 학교 입학을 위해 부산대 입학을 포기한 셈이다.
경북대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김 의원이 학교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428명, 2016년 495명, 2017년 564명, 2018년 691명, 2019년 795명 등 5년 동안 총 2973명이 자퇴했다.
2020학년도 경북대 입학정원이 4961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년 정원의 약 12%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자퇴했다는 말이다.
김 의원에 따르면 전남대 등 다른 지역 거점국립대에서도 연평균 500여명의 자퇴생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김 의원은 "입학한 학생들이 자퇴하면 다시 충원할 수 있는 방법도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이대로라면 지역 거점국립대의 존립에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계도 지방대의 몰락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모양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관계자는 “지방 사업장의 경우 지역 출신 인재가 적절히 수혈돼야 하는데 이를 찾기 어렵다. 또 ‘인서울’ 출신은 지방 근무를 꺼린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나서 지방대 경쟁력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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