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만났다' '안 만났다' 답은 안하고, "상대방 입장 있으니 말하기 어렵다" 회피만 한 진짜 이유는 무얼까?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조선일보 방씨일가-삼성 관련 비리 고발장 대거 접수(장자연 사건 포함)
단 한 번도 '소환' '압수수색' 받지 않은 방씨일가, 삼성바이오로직스 4조5천억 회계사기 사건도 결국 '흐지부지'
김진애 "尹, 아내와 장모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할 때도 '상대가 있어서 물어봐야'", 추미애 "감찰 중, 보고드리겠다"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 : 그런데 제가 법무부 장관님을 앞에 놔두고 제가 또 문제제기를 하고 싶은 것은 일단은 검사 윤리 강령에 대한 위반입니다. 이건 검사징계법에 관련된 부분인데 지금 그동안 조선일보 방상훈 회장이나 홍석현 회장이나 이 부분을 그날도 만났다, 안 만났다를 제가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그게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얘기할 수 없습니다, 이런 표현을 쓰더라고요. 제가 그 이후에 작년에 국감 그다음에 인사청문회 다 자료를 들여다 봤는데요. 당신 부인과 장모에 대해서 야당에서 아주 집요하게 질문이 나올 때도 이게 상대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물어보고 얘기를 해야 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조선일보나 홍석현이나 방상훈 회장은 가족 레벨까지 올라갔구나, 이런 정도로 제가 생각을 할 정도로. 그래서 이 부분은, 이것은 정확하게 감찰을 해야 되는 내용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 위원님 지적처럼 이것은 검사 윤리 강령에 위배되는 여지가 있는 부분이 있고요. 그래서 현재 감찰 진행 중이고 결과가 나온다면 보고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 중)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절(2017년 5월~2019년 7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그리고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현 중앙홀딩스 회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지난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총장을 향해 이들을 만났는지 여부를 여당 의원들이 연이어 추궁했으나, 윤 총장은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 '만났다' '안 만났다' 식으로 간단하게 답을 하면 될 일인데, 계속 상대방(방상훈, 홍석현)의 입장이 있으니 "말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피해갔다.
이게 특히 문제가 되는 이유는 윤 총장이 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고 있을 당시 <조선일보>와 삼성 비리 관련 고발장이 중앙지검에 대거 접수됐기 때문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처남인 홍석현 회장은 삼성의 오랜 로비스트로 활동했었다. 고위 검사 상대로도 막대한 로비를 한 정황은 '삼성X파일'에 드러나 있다.) 수사 책임자와 피고발인 측이 만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해보인다. 사건 수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 그런데 제가 아까도 보니까 2018년, 재작년 11월 20일날 삼바 사건, 고발이 됐습니다. 뉴스타파 보도에 의하면 정말로 제가 이건 궁금해서 여쭙습니다. 그날 삼성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는 중앙일보 사주를 만나셨습니까?
윤석열 검찰총장 : 제가... 제가 상대방의 입장이기 때문에 누구를 만났다는 건 확인해 드릴 수 없지만 삼바 사건은 밖에서 너무 심하다 할 정도로 저희가 지독하게 수사를 했습니다.
박범계 의원 : 제 질문이 아닙니까? 만났습니까, 안 만났습니까?
윤석열 총장 : 그건 제가 누구를 만났는지 확인해 드리기 어렵습니다. 그걸 어떻게 확인을 합니까, 상대방이 있는데.
박범계 의원 : 아까 추미애 장관 수사지휘에 대해서 중상모략.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안 만났으면 안 만났다고 이야기해야죠?
윤석열 총장 : 그 사람도 있는데...
박범계 의원 :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렇게 언론 사주들, 조선일보 사주도 만났다는 보도도 있는데 이렇게 언론 사주들 만나는 것이 관행입니까?
윤석열 총장 : 과거에는 많이 만난 걸로 저는 알고 있고요. 저는 오히려 그렇게 높은 사람들 잘 안 만났고 제가 만나도...
박범계 의원 : 이분들 만났냐고 여쭙는 겁니까?
윤석열 총장 : 부적절하게 처신한 적 없습니다.
박범계 의원 : 예의를 갖추고 여쭙는 겁니다. 만났습니까, 안 만났습니까?
윤석열 총장 : 제가 누구 만난 건지 상대방에 대해서는 그거는, 그거를 어떻게 얘기하겠습니까?
박범계 의원 : 아니라고는 말 못하네요.
박범계 의원이 만났는지 여부를 질문했으나 윤석열 총장은 "상대방이 있으니 확인해줄 수 없다"로 피해갔다. 그러면서 "(과거의 서울중앙지검장은) 언론사 사주를 많이 만난 걸로 알고 있다"고까지 했다. 예전 서울중앙지검장들도 흔히 만났으니, 본인이 실제 족벌언론사 사주를 만났어도 별 문제될 게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끝까지 "만났다" 혹은 "만나지 않았다"라는 답은 하지 않았다.
실제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018년 초부터 故 장자연 씨 사건과 관련해 방상훈 사장의 아들인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와 동생인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 총장님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만나셨어요? 안 만나셨어요?
윤석열 총장 : 그거 아까도 말씀드린대로, 제가 누구 만난 거는 그 분 상대의 동의 없으면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박주민 의원 : 정말 재밌는 말씀이세요. 그게 왜냐면. 제가 보여드릴텐데 많은 검사들이 사건의 이해관계자들과 만났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습니다. 왜? 그렇게 되면 사건의 공정성에 오해를 받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 규정들이 존재하는 거고, 그 규정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징계를 받았어요. 그런데 총장님은 '내가 만났는데 그건 그 사람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나는 공개 안 한다' 그렇게 넘어갈 문제일까요?
이렇게 박 의원이 계속 따져물었으나 끝까지 윤 총장은 답을 하지 않았다. 윤 총장은 "당시에 (조선일보)관련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에)뭐가 있고, 지금 거론되는 분(방상훈)이 사건 관계자냐"라고 반발했는데, 이에 박 의원은 <조선일보> 방씨 일가의 비리 논란 관련,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긴 고발장들이 대거 접수되었음을 알렸다.
▲ TV조선 간부와 박근혜 정권 청와대 안종범 정책수석의 '박근혜 국정농단' 취재 방해 ▲ 방정오 대표 일가의 운전기사 갑질 및 업무상 배임‧횡령 의혹 ▲ 조선일보와 로비스트 박수환 간 기사거래 의혹 ▲ TV조선 출범 당시 방상훈 사장 사돈인 이인수 총장 소속 수원대 법인과의 부당한 주식거래 및 업무상 배임‧횡령 의혹 ▲ 조선일보그룹과 방씨일가의 의정부 가족묘 불법 확대 및 불법 산림훼손 사건 등
비리 백화점이라 불릴 법한 방씨 일가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지만, 이들 <조선일보> 일가는 단 한 번도 검찰에 불려간 적이 없으며 물론 압수수색도 당한 적이 없다. 이러니 윤 총장과 방씨 일가 간 '검언유착' 의혹이 짙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비밀 회동을 가졌다면, 더욱 비밀리에 봐줬을 거란 심증을 더욱 짙게 한다.
윤석열 총장과 홍석현 회장이 만난 정황은 더욱 구체적으로 보도된 바 있다. 두 사람이 종로구 인사동의 한 술집에서 만난 것으로 추정되는 2018년 11월 하순의 어느 날은, 공교롭게도 삼성바이오로직스 4조5천억원 고의 분식회계(회계사기) 사건이 검찰에 고발된 날(11월 20일)과 일치한다고 <뉴스타파>가 보도한 바 있다. 홍석현 회장은 그날 밤 유명 역술가를 대동해 윤 총장을 만났다고 하며, 이들 사이에는 맥주와 소주를 섞은 폭탄주가 오고갔다고 한다. 이들이 만났을 것으로 추정되는 다음 날, 회계사기 사건이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에 배당됐다.
다만 <조선일보> 일가와는 달리 서울중앙지검은 어느 정도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건을 수사한 바 있다. 아무래도 규모가 천문학적이었기에 수사를 안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서다. 검찰은 지난해 5월 인천 송도에 있는 공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바 있는데, 증거인멸을 위해 공장 마룻바닥에 숨겨져 있던 다수의 서버와 노트북, 서버 내 저장장치 등을 찾아냈다. 그러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임직원 8명을 증거인멸 시도 혐의로 구속기소하기도 했다.
이어 회계사기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수사도 진행되나 싶었으나 이후 조국 사태, 청와대 하명수사 사건, 정의기억연대 사건 등이 잇달아 검찰-언론-야당에 의해 확산되며 회계사기 건은 여론의 관심에서 급격히 멀어진다. 지난 6월 초가 되어서야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지난달 1일에야 이 부회장은 '불법 경영권 승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각종 '꼼수'가 가득 담긴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천문학적인 '회계사기'가 등장했던 것이고, 이 부회장 등이 엄청난 이득을 얻는 대신 국민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에 수천억대의 손해가 난 것인데 엄청난 사건 규모에 비해 심하게 흐지부지됐다. 언론도 이에 별로 주목하지도 않는다. 이렇게 거대한 사건마저 흐지부지 된 뒷배경에는 혹시 홍 회장과 윤 총장 간의 만남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될만 하다.
윤 총장의 "상대방이 있어서 얘기 못 한다"고 하는 모호한 답변은 궁금증만 증폭시킨다. 앞서 방상훈 사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도 신청했었던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26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이를 지적하며 "이후 (윤 총장 관련)지난해 국정감사와 인사청문회 자료를 다 들여다봤다"고 언급한 뒤 "(윤 총장)부인(김건희 씨)과 장모(최은순 씨)에 대해 야당에서 아주 집요하게 질문할 때도 (윤 총장은)'이게 상대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물어보고 얘기를 해야 된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김진애 의원은 나아가 "그러니까 홍석현 회장이나 방상훈 사장은 (윤 총장으로선)가족 레벨까지 올라갔구나, 이런 정도로 제가 생각을 할 정도"라고 윤 총장을 향해 한 방 날린 뒤, "그래서 이 부분은 정확하게 (법무부에서)감찰을 해야 되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 총장의 행위는) 검사 윤리 강령에 위배될 여지가 있다"며 "현재 감찰 진행 중이고 결과가 나온다면 보고드리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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