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 의원, 모 구단으로부터 제보받은 내용 폭로 "식사자리에서 부적절하게 차기 대선까지 운운했다"
"이사회 규약도 어기고 추대, 급하게 두산 출신 정지택 총재 추대 이유는 두산베어스 위기 탈출용?"
'국힘 중진' 정우택 형이자 정치권과도 깊은 연줄, 두산중공업 4500억 적자인데도 최순실 재단에 자금 출연
회사 부실 눈덩이로 키운 '무능한 경영인'이자 배임 등 각종 비리의혹 연루 논란. 야구판 수장 자격 있나?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 (정지택씨)추대에 대한 무리가 있었다는 말씀과 재판에 회부되서 결과에 따라서는 큰 국민적 실망을 안길 수 있다는 상황이라는 말씀도 드리고요. 더 문제는요, 제가 모 구단 단장한테 들은 얘기인데 정지택 씨를 신임총재로 추대한 뒤에 구단 사장들이 식사자리를 가졌대요. 그런데 아주 부적절한 발언을 합니다. 일부 사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문재앙'으로 부르고 '차기 대선은 보수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했다는 거예요. 그런 내용 들어보신 적 있어요?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네, 듣지 못했습니다.
박정 의원 : 물론 구단주들이 개인적으로 정치성향 갖는 거 가능합니다. 그런데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자체 규약까지 어기고 무리하게 새로운 총재를 추천한 다음에 차기 대선까지 운운하는 것은, 원래 스포츠는 정치적 중립이라고 강조했는데 스포츠 정신에도 어긋나는 것이죠. 장관님 KBO는 문체부가 소관하는 사단법인이죠? 문체부는 KBO에 매년 200억 가까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죠? (26일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 중)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사장회의)가 지난 13일 차기 총재로 정지택 전 두산중공업 부회장 추대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한 뒤 가진 식사 자리에서 '문재앙'(문재인 대통령 비하 표현)을 비롯해 '차기 대선은 보수' 등의 발언이 거침없이 나왔다는 내용이 폭로되며 파장이 일고 있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6일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최근 KBO 총재 선임문제 때문에 야구인들로부터 엄청나게 많은 문제제기와 제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총재 선임과정에서의 문제점들을 줄줄이 언급한 뒤, 모 구단 단장에게 들은 얘기를 전했다.
박 의원은 "정지택 씨를 신임총재로 추대한 뒤에 구단 사장들이 식사자리를 가졌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일부 사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문재앙'으로 부르고 '차기 대선은 보수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했다더라"라고 지적했다. 이에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들어본 적 없다"고 했다.
박정 의원은 "개별 프로야구 구단주들의 정치성향 자율성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규약을 어기면서까지 무리하게 새로운 총재를 추대하고 그 자리에서 차기 대선까지 운운하는 건, 스포츠 정신에도 어긋난다. 매년 정부 보조금 200억원을 받는 기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박 장관은 "문체부 산하 사단법인인 만큼 위반사항이 없었는지, 사실관계를 철저히 확인하겠다"고 답했다.
정지택 신임 총재는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등에서 공직 생활을 했다. 그러다 2001년 두산그룹 경영진에 합류한 바 있다. 그는 2008년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해외영업을 맡다가 2012년 3월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2014년 10월 다시 자리에 복귀했으며 2018년 3월까지 직을 역임했다. 아울러 그는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약 10년가량 두산베어스 구단주 대행을 맡은 바 있어 야구계와도 연줄이 닿아 있다.
그는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지냈던 중진 정치인인 정우택 전 의원의 형이다. 그는 2008년 이명박 정부 국민경제자문회의 1기 자문위원으로 위촉돼 해외순방도 동행한 바 있어 대표적 'MB맨'이라 불리웠다. 정 총재는 2014년 민병두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간한 '공공기관 친박 인명사전' 2집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는데, 그는 당시 한국표준협회 비상임이사로 재직 중이었다. 동생이 유력 정치인인 것을 떠나서도, 정치권하고도 줄곧 연줄이 닿아있던 것이다.
또한 그는 2016년 최순실(최서원)이 개입한 K스포츠재단에 4억원을 전달하는 역할도 맡은 바 있다. 당시 두산중공업은 2015년 기준 무려 4500억원의 적자를 기록, 직원들까지 구조조정하던 시기이기까지 했다. 그는 그해 국정감사에서 돈 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사후적으로 제가 보고를 받아서 알았던 것"이라고 회피성 발언을 했다. 그는 두산중공업 실적이 계속 하락해 회사가 위기에 처하자 2018년 3월 전격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박정 의원은 정지택 전 부회장을 새 총재로 추대한 KBO 이사회 결정이 규약 위반이라고도 지적했다.
그는 "KBO 역사상 정규시즌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새 총재를 추천한 것도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KBO 정관상 회의 7일 전 목적 사항을 명시하여 이사회에 통지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는데, 이번 이사회에선 사전 통지하지 않은 사항을 의결했다. 물론 10개 구단 사장이 다 모인 상태에서는 가능하다는 예외 조항이 있지만, 그날 이사회엔 한화 이글스 구단이 빠졌다. KBO 이사회 규약을 어긴 게 맞느냐"라고 박 장관에 질의했다. 박 장관은 “그 문제에 정관 위반 사항이 없는지 저희가 더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무리하게 두산 출신을 총재로 추천한 이유가 두산 베어스의 매각 위기 탈출용이라는 제보가 있다. 두산그룹은 최근 막대한 재정난으로 구조조정까지 진행하고 있는데, 일부에선 두산이 부족한 야구단 운영자금을 KBO를 통해서 조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적절하다고 보나"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박 장관은 “예외적으로, 긴급한 경우 이사회를 통해서 그리 돼야 한다고 보지만 저는 그게 적절하다고 보진 않는다.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지적에 수긍했다.
박 의원은 정지택 총재가 비리 의혹에도 연루돼 있음을 지적했다.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김성회 전 의원이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시절(2013년 12월~2015년 12월) 자신의 스폰서에게 수억원에 달하는 뇌물을 받고 그 대가로 난방공사에서 진행한 수백억원대 공사 수주를 몰아주려 했던 정황이 공개된 바 있는데, 이 과정에서 정 총재의 이름이 나왔다. 당시 전체공사를 두산중공업이 따내는데, 김 전 의원은 스폰서에게 '정우택의 형'이자 두산중공업 대표인 정 총재의 이름을 언급하며 소개시켜주려고 했다.
여기에 더해 정 총재가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된 점도 언급했다. 지난 4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는 두산중공업이 부실 자회사인 두산건설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냈다며, 정 총재를 포함한 두산중공업 전·현직 이사진들을 고발한 바 있다.
박 의원은 또 부산경남지역의 시민단체들도 정 총재의 선임을 반대하는 성명을 낸 점도 거론했다. 두산중공업을 위기에 빠뜨린 무능한 경영자이자, 배임 혐의로 고발당한 이가 어떻게 프로야구판 수장 자리에 앉아 신분세탁을 할 수 있느냐는 질타였다. 이에 박양우 장관은 "현재 수사가 진행중인 걸로 아는데 수사재판결과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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