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에서도 성접대-뇌물죄 등 대부분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 피해, 극히 일부 혐의만 인정돼 2년6월형 법정구속
법무부차관 임명 때 '별장 성접대' 얘기 나왔거늘, 6년 지난 2019년에야 겨우 재수사해 기소
"동영상 남성, 김학의 맞다"면서도 10년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 안 돼, 결국 대부분 면죄부 받아
핵심 혐의들은 고스란히 무죄, 다시 확인되는 공수처-특별재판부 설치 필요성 그리고 시급함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뒤집혔다?? 아니오! 윤중천의 성접대(성폭력) 혐의를 비롯한 사건의 핵심들은 고스란히 무죄입니다. 2013, 2014 두 차례 검찰의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대부분 공소시효를 넘겨 뒤늦게 재판했기 때문이지요. 유죄 받은 부분을 봐도 한숨이 나옵니다. 2000년부터 2011년까지 건설업자로부터 현금을 비롯해 휴대전화, 카드 비용 대납받은 것까지 긁어 모아 4,300만원. 1년에 4백만원 가량입니다. 검찰 요직을 두루 거쳐 법무부 차관까지 오른 사람에게는 '푼돈' 아니었을까요? 과연 그런 행위에 대해 죄의식은 있을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그 정도 받은 사람이 김학의 하나에 그칠까요? 과연?" (양지열 변호사, 28일 페이스북)
수억원대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를 받았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그러나 핵심 중 핵심인 '별장 성접대' 혐의에 대해선 공소시효 만료로 무죄판결이 났다. 그리고 그가 받은 각종 뇌물수수 혐의 중 대부분도 공소시효를 이미 지나버린 상황이라 처벌을 피했다.
2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이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김학의 전 차관은 건설업자 윤중천 씨로부터 2006년 여름부터 2008년 2월까지 13차례의 성 접대를 비롯해 현금 및 수표 1900만 원, 1000만 원 상당의 그림 한 점 등 1억3천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6월 기소된 바 있다. 2006∼2007년 원주 별장 등지에서 윤 씨로부터 받은 13차례 성 접대는 액수를 산정할 수 없는 뇌물로 공소 사실에 포함됐다. 또 2000년부터 2011년 사이 사업가 최모 씨로부터 4900여만 원을 받고 2000년부터 2009년 사이 모 저축은행 전 회장 김모 씨로부터 1억5천여만 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지난달 16일 항소심 공판에서 김 전 차관에게 징역 12년과 벌금 7억 원, 추징금 3억3760여만 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무죄 선고는) 검사와 스폰서 관계에 합법적인 면죄부를 주는 것이고, 대다수의 성실한 수사기관 종사자와 다르게 살아온 일부 부정한 종사자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것과 다름없다"며 중형을 요청했다.
김 전 차관의 수많은 혐의들 중 인정된 것은 최모씨로부터 받은 금품수수 부분이다. 나머지는 1심과 같은 판단이 유지됐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것은 김 전 차관이 2000년 10월부터 2011년 5월까지 사업가 최씨로부터 4300여 만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은 혐의 뿐이다. 윤중천씨로부터 1억3천만원 가량의 뇌물을 받은 혐의, 전직 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1억5천만원을 수수한 혐의 등은 모두 공소시효 만료로 면소 혹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가장 시민들의 공분을 샀던 13차례 별장 성접대 혐의에 대해선 1심에 이어 항소심 모두 공소시효(10년) 만료로 면소판결을 받았다. 문제의 동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이 김학의 전 차관이 맞다면서도,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전 차관이 윤씨로부터 마지막으로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2008년 10월부터 공소시효 10년을 적용해도 2018년 10월이 되기 때문에, 검찰이 기소한 2019년 6월 시점에서는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된 상태다.
지난 2013년 초 김학의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이 제기됐을 때, 검찰이 신속히 수사했더라면 성접대 혐의도 각종 뇌물수수 혐의도 처벌할 수 있었을 것이다. 2014년 피해자의 고소장이 제출됐을 때에라도 수사했더라면, 역시 충분히 그를 처벌할 수 있었다. 그에 대한 재수사는 2019년 검찰 과거사위원회 권고에 따라 특별수사단이 뒤늦게 시작했다. 이 때문에 결국 김 전 차관이 사실상의 면죄부를 받게 된 것이다. 김학의 전 차관의 변호인 측은 즉각 상고하겠다고 했고, 검찰도 다시 상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법원 판결에 양지열 변호사는 페이스북에서 "윤중천의 성접대(성폭력) 혐의를 비롯한 사건의 핵심들은 고스란히 무죄"라며 "(이는)2013, 2014 두 차례 검찰의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대부분 공소시효를 넘겨 뒤늦게 재판했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유죄로 인정된 내용에 대해서도 "한숨이 나온다"라며 "긁어모아 4300만원, 1년에 4백만원 가량이다. 검찰 요직을 두루 거쳐 법무부 차관까지 오른 사람에게는 '푼돈' 아니었을까? 과연 그런 행위에 대해 죄의식은 있을지 궁금하다. 그 정도 받은 사람이 과연 김학의 하나에 그칠까?"라고 반문했다.
결국 제대로 된 공수처 그리고 특별재판부 출범이 이뤄져야하는 이유가 아니겠는가. 검사가 검사를 기소하는 일은 정말 가뭄에 콩 나듯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해 발표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검사의 범죄 혐의를 같은 검사가 재판에 넘긴 기소율은 0.13%에 불과하다. 전체 1만 1천여건의 사건 가운데 단 14건만 기소됐다. 별의별 이유를 들며 다 봐주고 있다는 셈이다.
이는 판사의 경우도 대동소이, 기소율은 0.4%에 그쳤다. 결국 판검사들은 99% 이상이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판검사 자리에서 퇴임하고도 이같은 그들의 카르텔은 그대로 이어진다. 그러니 같은 법조인들끼리는 대놓고 '봐주고' '눈감아주는' 행태가 심각할 지경인 것이다. 그러니 어떠한 견제도 받지 않는 이들을 단죄할 방법이 있다면, 공수처 그리고 특별재판부 설치뿐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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