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 기꺼이 가는 동지들...따뜻한 눈으로 봐주시길

[경기광주=뉴스프리존] 김태훈 기자=최근 전국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을 맞아, '방역'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는 시점이다.

하루에 몇 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대한민국은 상대적으로 코로나19에 잘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K-방역'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K-방역'의 중심에는 현장 의료진 못지 않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방역에 힘쓰는 봉사자들이 있다고 임은애 (주)클린광주 대표는 강조한다. 다음은 임은애 대표와의 일문일답.

최근 코로나19로 더욱 바빠지신 것 같네요.
제가 있는 경기도 광주시도 난리가 났어요. 요양원, 대형마트, 물류센터, 학교, 유치원, 또한 최근 집단 확산된 재활병원, 다 가고 있죠. 이곳은 완전히 전쟁터입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직원들이 소독약과 일회용걸레를 들고 코로나와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경기도 광주시 소재 모 병원에서 클린광주 직원들이 방역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김태훈 기자
경기도 광주시 소재 모 병원에서 클린광주 직원들이 방역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김태훈 기자

정말 열심히 일하시는군요. 클린광주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2013년 12월부터 시작한 방역 소독업체입니다. 건물 바닥에 왁스 작업하고, 저수조 물탱크를 청소하며, 관련 용품들을 도소매하는 주식회사입니다. 

벌써 7년 가까이 됐네요,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자활센터서부터 말씀드려야겠군요. 근로 능력은 어느 정도 있지만, 지금 당장의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일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곳입니다. 자녀 셋을 키워야 하는 입장에서 안 해본 것 없이 살다가, 교육 과정을 거치고 적성에 맞는 사업단을 선택해 근무하게 됐습니다. 청소사업단에 있으면서 관련 과정들을 모두 배웠죠. 이후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도전을 하자는 의미에서 주식회사 클린광주를 시작했습니다. 다른 주식회사와는 다르게요.

주식회사로 시작했다고요?
하지만 일반 회사들처럼 투자를 해서 기업을 차린 것 아니었어요. 자활센터에서 같이 일하던 분들과 마음을 모아서 만들었죠.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어려운 분들과 함께 성공하자는 의미에서 시작하게 된만큼, 일반 주식회사 기업과는 다릅니다.

진행하면서 수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 같은데.
정말 순탄치 않았어요. 처음에 4명으로 시작했는데, 고령자도 있고 알콜중독자도 있고,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자들도 있고 하니 속을 많이 썩였죠. 어떤 날은 알콜중독자 분께서 청소가 있었던 날이었음에도, 갑자기 안 나오고 연락도 안돼 상당히 당황스러웠습니다. 사정을 알고 나니 이해는 됐지만.

임은애 클린광주 대표는 자신도 사회의 도움을 받았기에,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한다. ⓒ김태훈 기자
임은애 클린광주 대표는 자신도 사회의 도움을 받았기에,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한다. ⓒ김태훈 기자

어려움을 이겼던 비결은?
여러가지 어려웠던 상황 속에서 제가 기쁨으로 감당하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저 역시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기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제가 30대 후반 이혼하고 나서 홀로 아이들을 키울 때 누군가가 도와줬기에 다시 일어서지 않았겠습니까? 저도 그렇게 받았다 보니, 받은대로 주는 것인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꼽자면?
아무리 말을 걸어도 입도 하나 뻥끗 안 했던 분들이, 자주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바뀌는 모습들이 너무 좋습니다. 저도 너무 힘들었을 때는, 누가 오든지 귀찮았죠. 마음의 문을 닫았습니다. 하지만 그런다고 팽개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관심을 가져주면 진심은 통합니다. 끝까지 찾아와서 이야기해주는 사람도 있구나 하면서 조금씩 마음을 주게 되죠. 맨처음에는 마음을 안 주지만, 계속하다보면 결국 받게 됩니다.

앞으로 계획은?
지금 경기 광주시에 재활병원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많이 나와서, 직원들이 비상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확진자가 있던 곳을 보건소팀과 함께 소독하고 있죠. 지금 직원들이 조금은 다들 어렵다보니, 각종 기업들과 기관들이 원하는 곳에 우리가 출동해, 수익구조를 안정화시켜서 이분들에게 하다 못해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집이라도 얻게 해주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현장에서 누구라도 안 하려는 일을 우리 취약계층이 감당하고 있는 것에 대한 노고를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3D업종이라고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사실 소독이 큰 기술을 요하는 것은 아니기에 말이죠. 소외되고 멸시당할 수 있지만, 그런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목숨걸고 사명걸고 합니다. 그런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소독업자들 돈 벌겠네, 이런 비아냥 섞인 말보다, 현장에서의 고충을 알아줬으면 좋겠고 우리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라도 건네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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