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배당으로 경영권 승계 작업 착착...경영 능력은 아직 '글쎄'
시민단체들 " 세무조사 해 추징금, 벌과금 등 추징해야"

[서울=뉴스프리존] 한운식 기자 = '편법(便法)'  

간편하고 손쉬운 방법이라는 뜻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합법적이기는 한데 대부분 사람들이 수긍하고 싶지 않아하는‘ 경우를 말한다.

재벌가(家)에서 상속, 증여 등을 할 때 이런 편법을 잘 활용한다.

대기업들이 국가 경제의 큰 몫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반(反)재벌 정서가 팽배해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시공능력 10위권에 드는 반도건설이 좀 더 ‘세련된’ 방법의 편법을 강구해  경영권 승계 작업을 진행해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아직까지 아무런 법적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다.

다른 재벌가가 상속 문제로 범법 행위까지 저질러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것과 견줘 봤을 때 다소 의외라 할 수 있다.

대체 무슨 ‘마법’을 섰던 것일까.             

그는 차등배당이라는 게다. 사뭇 기상천외한 것이다.

하나씩 짚어 보자.   

반도건설은 2008년 물적분할로 지주회사 반도홀딩스를 만들었다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반도홀딩스를 지배하고, 홀딩스가 주력회사 반도건설과 반도종합건설을 지배하는 구조다.

권홍사 회장은  2014년까지는 반도홀딩스 지분 93.11%를 보유했다. 이어  권 회장의 동생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이 6.44%, 기타 주주가 0.55%를 가졌다.

그 이듬해인  2015년 권홍사 회장의 아들 권재현 반도건설 상무가 반도홀딩스 지분 30.06%를 단숨에 취득했다. 경영권 승계 작업이 시작된 것.

권 상무가 반도홀딩스 지분을 보유하기 전·후 회사 자본금 변동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아버지 권홍사 회장과 삼촌 권혁운 회장의 지분을 동시에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족간 거래로 반도홀딩스 주주명부는 권홍사 회장(69.61%) 권재현 상무(30.06%) 기타주주(0.33%)로 재편됐다.

반도홀딩스는 2008년 지주사로 전환된 후 2014년까지 주주배당을 실시하지 않다가 2015년부터 3년 연속 주주배당을  실시했다.

이 때 마법이 등장했다.

권홍사 회장이 배당을 포기하고 권 상무에게 배당을 몰아주는 방법을 택한 것. 바로 차등배당이라는 게다.

사실 차등배당은 소액주주를 위한 제도인데 되려 특수관계인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꼼수로 변질했다는 얘기다.        

2015년 권 상무는 반도홀딩스의 배당총액 406억원을 혼자 독식했다. 이어 2016년,  2017년에도  각각 140억원, 93억원을 배당금으로 챙겼다. 

이 뿐만이 아니다.

권 상무가 대주주인 반도개발(울산 보라컨트리클럽 운영사)도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총 95억원의 배당금을 풀었고 이중 62억원이 지분 65%를 가진 권재현 상무의 몫으로 돌아갔다.

권 상무는 권 회장이 가진 69%의 반도홀딩스 지분 중 20%정도만 확보하면 최대 주주로 올라선다.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 된다는 것이다.

경영권 승계 작업은 ‘순풍에 돛단 격’이 될 전망이다. 권 상무가 챙겨 놓은 배당금은 지분 승계에 있어 ‘실탄’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이에 대해 회사측 입장을 듣고자 홍보팀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시민단체들이 30일 서울지방국세청 앞에서 반도건설 편법증여 관련 세무조사 촉구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촛불계승연대천만행동

한편, 촛불계승연대천만행동(상임대표;송운학) 등 시민단체들은 30일 오전 서울지방국세청 앞에서 ‘반도건설 부자지간 차등배당을 통한 편법증여의혹 관련 세무조사 촉구’ 기자 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권홍사 회장이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권재현 상무에게 차등 배당이라는 이름 아래 배당금을 몰아주는 꼼수로 소득세와 증여세를 탈루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세청이 철저한 세무조사를 실시하여 추징금, 벌과금 등을 추징해야 마땅하다”며 “증여세 포괄주의를 실현하는 법령개정 등을 통해 조세정의와 공정과세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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