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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치적(以怒致敵)"적을 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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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치적(以怒致敵)"적을 노하게 만든다"
[고전소통]
  • 이정랑 (논설위원, 중국고전 평론)
  • 승인 2020.11.02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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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치적(以怒致敵)

이 말의 어원은 『역대명장사략 歷代名將事略』이란 책에 나온다.

적을 속이는 방법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 방법의 하나는 상대를 의심하게 만드는 것인데, 움직이면서도 마치 조용히 있는 것처럼 꾸며 적으로 하여 아군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을 하게 한다.

또 하나는 어떤 모습이나 행동을 보이는 것인데, 동쪽에 욕심이 있으면 서쪽에 모습을 나타내거나 움직이고, 서쪽에 욕심이 있으면 동쪽으로 움직이거나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또 하나는, 상대로 하여 무엇인가를 드러내도록 자극하는 것인데, 감정을 자극해서 화를 내게 하거나 모종의 행동을 취하게 해서 손해를 초래시키는 것이다.

이상 상대를 의심하게 만들고, 가상의 모습을 보이고, 상대를 자극하는 것들은 모두 적을 착각하게 만드는 요점들이다.

이 계략의 핵심은 적장을 자극하여 화를 내게 하는 데 있다. 그러면 적장은 이성을 잃고 파탄을 드러내게 된다.

『자치통감』 「진기 晉紀」에 나오는 예를 보자. 357년, 후진(後秦)의 요양(姚襄)은 군사를 이끌고 황락(黃落-지금의 섬서성 동천 남쪽 30리)을 점령했다. 전진(前秦)의 군주 부생(符生)은 대장 황미(黃微)‧부도(符道)‧등강(鄧羌) 등으로 하여 보‧기병 1만 5천을 이끌고 요양을 공격하게 했다. 그런데 요양은 수비만 할 뿐 나와 싸우려 하지 않았다. 등강이 황미에게 이런 건의를 했다.

“요양은 환온(桓溫)‧장평(張平)에게 패했기 때문에 날카로운 기세가 이미 깎여 있는 상태입니다. 게다가 요양이라는 자는 성질이 급해서, 전투 깃발을 높이 치켜들고 큰소리로 욕을 해대며 그의 진영으로 몰려가 싸움을 걸면 화를 내며 달려 나올 것입니다. 그러면 그를 잡을 수 있습니다.”

동강은 날랜 기병 3천을 이끌고 대담하게 황락 성문 가까이 다가가 진을 치고 위세를 과시했다. 물론 요양에게 갖은 욕설도 퍼부어댔다. 그러자 자존심이 상한 요양은 버럭 화를 내며 전군을 이끌고 나와 싸웠다. 등강은 거짓으로 패한 척하며 도망갔다. 요양은 삼원(三原-섬서성 삼원 동북 30리)까지 추격해왔고 급기야는 황미가 쳐놓은 매복권 안으로 들어왔다. 이때 등강이 군사를 되돌려 반격해 나서고 매복해 있던 황미의 대군도 일제히 공격을 가하니 요양은 완패하고 말았다.

어떤 책략이 되었건 그 성공의 여부는 자기 쪽에 의해서 결정 날 뿐 아니라 적에 의해서도 결정 난다. 만약 상대편에서 ‘이노치적’이라는 책략을 구사한다면, 나는 ‘지나치게 화를 내면 사고에 변화가 생긴다’는 ‘격노사변(激怒思變)’을 명심하여 감정에 좌우되지 않고 냉정하게 기다리며 침착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진서 晉書』 「고조선제기 高祖宣帝紀」의 기록을 보자. 234년, 제갈량은 위나라를 공격하고자 오장원(五丈原-지금의 섬서성 주지 서남)으로 진군했다. 위나라 장수 사마의는 위수(渭水)를 건너 보루를 쌓고 저항했다. 제갈량이 몇 차례 적극적인 도전을 했으나, 사마의는 꿈쩍도 하지 않고 수비만 했다. 제갈량은 부하에게 여자 옷을 입도록 해서 사마의를 모욕하고 화를 돋워 싸움에 나서도록 자극했다. 그러나 사마의는 끝내 움직이지 않았다. 뛰어난 지략가 제갈량의 ‘이노치적’에, 사마의는 ‘격노사변’의 의미를 되새기며 움직이지 않았다. 제갈량으로서는 실로 맞수다운 맞수를 만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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