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탐구]

『손자병법』 「계편」에서 말하는 ‘궤도 12법’의 하나다. [비이교지 참조]. 

이것은 적장의 조급한 성격, 강한 자존심 따위와 같은 특징에 맞추어 ‘장수를 자극하는 ’격장술(激將術)‘을 운용, 고의로 도발‧자극‧유인함으로써 상대방으로 하여 지구전의 의도를 버리게 만들거나, 객관적 상황을 무시하고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게 하거나, 맹목적인 행동을 저질러 불리한 조건에서 결전을 치르게 만드는 책략이다.

『사기』의 기록을 보도록 하자. 기원전 632년, 진(晉)‧초(楚)의 성복 전투에서 초군이 패배한 원인의 하나는 초군의 주장이 진군의 감정 자극술에 말려들어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바람에 형세가 대단히 불리해진 상황에서 결전을 치렀기 때문이다. 당시 초나라의 장수 자옥은 주전파였다. 초왕은 진문공이 대단히 신중하고 백성의 어려움을 몸소 보살피는 인물이므로 맞싸워서는 이길 수 없다고 말하면서, 자옥에게 절대 진군과 맞붙어 싸우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자옥은 자신의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초왕도 어쩔 수 없어 천여 명의 병력으로 자옥을 지원하면서 요행히 승리하길 바랐다.

자옥은 완춘(宛春)을 진에 사신으로 보냈다. 진군의 주장 선진(先軫)은 은밀히 조(曹)와 위(衛)를 꼬드겨 초나라와 국교를 끊도록 하는 동시에, 완춘을 붙잡아 돌려보내지 않음으로써 초나라를 자극했다. 진 문공은 선진의 꾀에 따라 완춘을 위나라에 억류시켰다. 초군의 주장 자옥은 화가 머리끝까지 뻗쳐 진군을 공격했다. 진군은 퇴피삼사(退避三舍-避君三舍)‘의 계략으로 미리 눈여겨 보아둔 유리한 전투지 성복까지 90리를 후퇴했다. 초군의 장수들은 추격을 멈추자고 했으나 자옥은 듣지 않았고, 결과는 처참한 패배로 끝났다. 자옥은 자살로써 패전의 책임을 대신했다.

기원전 204년 10월, 초패왕 항우는 동쪽으로 팽성을 공격했고, 초의 장수 조구(曹咎)와 사마흔(司馬欣)은 성고(城杲)를 거점으로 수비하고 있었다. 유방은 모사 역이기(酈食其)의 꾀에 따라 군을 이끌고 강을 건너 성고에 있는 초군에 도전했다. 초의 장수 조구는 처음에는 항우의 경고대로 나가 싸우지 않았다. 그러나 한군의 집요한 욕설과 자극을 견디지 못하고, 벼락같이 화를 내며 출격하고 말았다. 초군이 막 사수(汜水)를 건너려 할 때, 한군이 도중에서 공격을 가해 초군을 대파했다. 조구와 사마흔은 사수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 물고기 밥이 되었다.

너무 곧으면 부러지게 마련이고, 지나치게 바르면 굽게 마련이다. 『관미자 觀微子』를 보면 “군자는 남이 참지 못하는 것을 참으며, 남이 용서하지 못하는 것을 용서하고, 남이 거처하지 못하는 곳에 처거한다”는 대목이 있다. 남이 견디지 못하는 것을, 견디는 자라야 비로소 남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할 수 있다. 멀리 내다볼 수 있는 지혜가 있어야 깊은 책략을 실행할 수 있고, 이익을 보고 손해를 피할 수 있다. 일시적인 감정에 지배되어서는 이러한 경지에 결코 이를 수 없다. 적의 ‘도전장’이나 열 사람의 ‘격장술’을 못 본 척 못 들은 척 외면할 수 있어야지, 그것 때문에 움직였다가는 낭패를 보게 된다. 자제력이 있어야 용감하고도 지혜로운 장군이라 할 수 있다. 자옥처럼 ‘건드리기만 해도 펄쩍 뛰는’ 도살꾼과 무인은 책략가와 나란히 거론할 수 없다.
 
필부는 욕을 먹으면 칼을 빼 들고 온몸으로 부딪혀 싸운다. 이것은 용기라 할 수 없다. (소식 蘇軾, 「유후론 留侯論」.)

이와 반대로 ‘갑작스러운 상황이 닥쳐도 놀라지 않고, 까닭 없이 화를 내지 않는’ 경지야말로 진정한 영웅본색이라 할 수 있다. 전쟁에서는 갖가지 복잡한 현상이 일어난다. 인간은 누구나 감정에 좌우되는 동물이다. 총명한 지휘관은 적을 자극하여 적이 불리한 조건에서 격전하게 하는 데 능하며, 나아가 자신의 지략 수양을 강화하여 급한 상황에서도 서두르지 않는다. 이렇게 해야 적이 아무리 강하고 교묘한 자극을 가해오더라도 ‘끓어오르는 화’를 누르고 침착‧냉정하게 문제를 되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미 대통령 선거의 양태를 보면 바이든이 트럼프보다 훨씬 더 지적으로 우위에서 트럼프를 능수능란하게 요리하며 여유 있게 압도하고 있다. 이는 평소에 갈고닦은 두 사람의 정치적 경륜과 실력이 그만큼 차이가 난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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