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권 전 원불교문인협회장,칼럼니스트

노자안지

‘노자안지(老者安之)’라는 말이 있습니다.《논어(論語)》<공야장편>에 나오는 이 말은 ‘노인을 편안히 해드린다’는 뜻입니다. 즉, 공자(孔子)께서 “늙은이는 편안해질 수 있도록 해주고, 붕우(朋友)는 미더워질 수 있도록 해주며, 젊은이는 사랑으로써 품는다.”라고 하신 말씀에서 나온 말이지요.

며칠 전 저는 슬픈 일을 목도(目睹)했습니다. 어떤 친지 부부가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부인께서 저를 만나고 싶다고 하여 부군이 부축해서 오신 것입니다. 그런데 뭔가 조금 이상했습니다. 말씀은 잘 안하시는데 아무래도 부인이 치매(癡呆) 초기가 찾아오신 것 같았어요. 부부가 다 유명대학의 교수를 역임하신 분인데 치매라니요? 아마도 더 늦기 전에 보고 싶은 분들을 두루 찾아다니시는 모양입니다.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우리 부부라고 치매가 찾아오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그래도 병이 더 악화되기 전에 보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시는 그 분들의 모습에서 무한한 존경심과 안타까움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랐습니다. 왜 이런 슬픈 병이 찾아오는 것일까요?

치매는 뇌의 신경세포가 대부분 손상되어 장애가 생기는 대표적인 신경정신계 질환이라고 합니다. 노인들에게 있어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병이지요. 치매는 진행성이며 균형 감각까지 쇠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하네요. 그리고 더 악화되면 일상적인 일, 시간 및 공간을 판단하는 일, 언어와 의사소통하는 기술, 추상적 사고능력에 돌이킬 수 없는 감퇴가 일어납니다. 또한 성격이 바뀌며 판단력에 손상을 입는다는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노인인구 중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치매를 앓고 있으며, 점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발생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2006년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2005년 65세 이상 노인의 수는 인구의 9.1%를 차지하며, 이중 치매 유병 율은 8.3%입니다. 그리고 이 수는 2015년이면 유병 율이 9.0%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주요 치매의 분류에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알츠하이머병입니다.

치매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흔하고 원인적 치료가 불가능한 질환입니다. 기억, 사고 그리고 행동에 장애를 초래하는 뇌의 진행성, 퇴행성 병변입니다.

둘째, 혈관성 치매입니다.

혈관성 치매는 전체 치매 환자의 약 20%를 차지합니다. 특히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동맥경화 등의 뇌졸중 위험인자를 보유하고 있는 환자들은 이러한 질환에 대해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 뇌경색과 뇌출혈 등으로 인하여 치매가 찾아 올 수 있다고 하네요.

셋째, 외상 후 치매입니다.

일반적으로 두부외상후의 치매는 경미한 상태로부터 극심한 상태인 지속적 식물상태에 이르기까지 그 정도는 천차만별입니다. 지속적 식물상태는 의식은 있으나 모든 정신기능을 상실한 상태로서 보통 1년 내에 사망하는 무서운 병입니다.

넷째, 알코올성 치매입니다.

알코올성 치매는 알코올중독으로 입원한 환자의 3% 정도에서 나타나며, 인지장애가 의심되어 검사 받는 환자의 약 7% 정도가 알코올성 치매로 추정됩니다.

다섯째, 가성치매입니다.

가장 흔한 것이 우울증입니다. 특히 노인 우울증 환자들에서는 인지기능장애가 흔히 동반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가성치매는 정신의학적 치료로서 완전히 병이 발병하기 이전 수준으로 기능을 회복할 수 있으므로 치매로 오진(誤診)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그럼 치매 초기 증상은 어떨까요?

치매는 뇌기능이 손상되면서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는 것을 말합니다. 치매에 대한 두려움은 치료되지 않는 병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됩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인식이라고 합니다. 의료계에 따르면 약 10%의 치매는 완치가 가능하고, 아직 완치 방법이 없는 알츠하이머병도 진행을 억제하거나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치매 초기 환자는 말 할 때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아 말을 주저하게 되고, 결국 말수가 줄어듭니다. 주변으로부터 이전과 다르게 기억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게 돼도 치매를 의심해야 합니다. 특히 최근에 나눴던 대화 내용이나 자신이 했던 일을 잊는 일이 반복되면 병원을 찾는 게 좋습니다.

지적인 능력이 저하되는 것 외에 치매로 인해 성격이 변하기도 합니다. 치매 초기인 사람은 의욕이 줄어들고 짜증이 많아지는 등, 우울증과 비슷한 증상을 보일 때가 많습니다. 또 의심이 많아지는 것도 치매 증상 중 하나이지요. 노년층이 이전과 다른 성향의 행동을 지속적으로 한다면 병원을 빨리 찾아야 한다고 하네요.

치매는 건강한 생활을 통해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치매 증상에 대한 대처법이 있습니다. 치매 초기에는 기억력이 떨어진 것이 주된 문제입니다. 치매가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들은 주변의 가족들을 힘들게 만듭니다. 하지만 환자에게 정상인의 행동을 강요하기 보다는 환자의 상태를 이해하고 부드럽고 수용적인 태도로 대하는 것이 환자의 문제를 줄이는 길입니다. 하루하루 괴로움을 줄이고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이와 같이 치매는 노인에게 찾아오는 대표적인 질병입니다. 그런 만큼 조금 의심이 들면 조기진단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또한 치료 방법도 많고, 간병인이 대처해야할 방법도 수없이 많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대처법은 아무래도 ‘노자안지(老者安之)’일 것입니다. 나이 70이 되면, 이때부터 사회에서 어른 대접을 받게 됩니다.

아랫사람들은 어른에게 겸양을 보여 받들어 모셔야 합니다. 노인은 젊을 때와는 달리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의 강도가 더 커지게 됩니다. 더욱이 치매초기에는 가족들이 정서적으로 불안을 느끼지 않게 해드려야 합니다. 그것은 최고의 행복을 느끼게 해드리는 것입니다. 최선의 치매치료방법은 바로 행복이 아닐 런지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11월 14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본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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