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실점 없는 無我의 그림 그리는 이은정 작가
"인간중심 아닌 인드라망 직관이 필요한 시대"

[ 서울=뉴스프리존] 편완식미술전문기자=“코로나사태는 인간이 그동안 얼마나 자기중심적으로 살아왔는가를 되돌아보게 해준다. 지구성에 같이 살고 있는 다른 생명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는 등 인간탐욕이 부른 결과물이 코로나다. 세계는 본래부터 한몸 한생명의 인드라망 생명공동체다. 세계를 구성하는 모두가 보석같이 참으로 귀한 존재이며 그 각각은 서로가 서로에게 빛과 생명을 주는 구조속에서 더불어 존재하게 된다. 우주에서 인간중심은 어디에도 없다. 작품을 통해 인간중심적 시각인 소실점마저 지우고 싶었다.”

14일까지 서울 서래마을 AB갤러리에서 ‘Beyond INTER-Stellar’를 주제로 전시를 갖는 이은정(스텔라 리) 작가의 작품엔 소실점이 없다. 무한대로 끌려가는 느낌속에 보고있는자 마저 무아(無我)가 된다. 문영훈 시인(프랑스 펜클럽 회원)은 이를 적정의 깊이로 들어 높이의 절정으로 향해가는, 그런 느낌이 서려 있는 모양이라고 했다. ‘별들의 세계 너머(Beyond INTERSTELLAR)’처럼 고요한 정경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현실속의 ‘나’로부터 시작된 작품은 어떤 비밀스러운 속성의 개입으로 말미암아 이미 현실과 나에게서 벗어난 실체가 되어 있는 모습이라는 얘기다. 인간 정신적 능력이란 그런 것일게다.

문 시인은 “생각 너머의 경지. 파도를 가로질러가는 뱃머리에 눈을 감고 서있는 하나의 의식처럼,바람에 실려오는 푸른 대양의 거대한 느낌을 한곳으로 모아들이는, 감각적 세계의 희열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욕심으로 내어놓은 길은 언젠가 소실되게 마련이지만, 근원 또는 신비를 향한 그리움으로 내어놓는 이 작가의 길에는 소실점이 없다. 그 대신 정신과 본질이 합일을 이루어가는 길목처럼 눈부시게 담백한, 순수의 미학을 만날 수 있다” 고 평했다.

인간은 인드라망을 직관할 수 있다. 직관. 그것은 외부적인 조건 또는 한계로부터 벗어나 곧바로 보이지 않는 세계와 이어지는, 보이는 세계를 있게 하는 근원과의 교감이다. 그리하여 ‘나’ 또한 수수께끼같은 존재가 된다. 우주만물을 내어놓고 자취를 감추어 버린 신적 존재를 닮아 있다. 예술창작이란 때때로 접신의 의식 같은 것이리라. 사물의 질서, 원근법, 그런 논리적 개념들이 뭐 그리 중요할 것인가.

“내 작품들은 어디가 시작인지 어디가 끝인지 알 수가 없다. 끝나는 그 시점이 다시 시작하는 곳이다.”

이 작가의 그림은 시작도 끝도 아닌, 여전히 창조를 이루어가는 순간일 뿐이다. 여기서 순간이란 다름아닌, 영원의 한 장면이다. 개념적인 또는 인위적인 범위를 벗어나 우리가 잃어버린, 잊고 있던 그곳에서는 모든 것이 하나가 된다. 손사래를 치듯 휘저어 놓은 색채와 형상들이 하나의 간단한 느낌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심오한 세상이다.

이번 전시엔 특별히 작가의 부친이자 한국서예계의 큰별인 두남 이원영 선생의 유작들도 함께 전시되고 있다. 삼성 이병철 회장의 개인 서예선생이기도 했던 이원영 선생은 삼성그룹 산하 기업들의 한자 로고체를 쓴 인물이기도 하다. 삼성그룹내에서는 두남체로 유명하다.

이 작가는 기억한다. 여러 한자가 담긴 종이가 먹을 말리고 있고 아버지가 자신에게 작품을 고르게 하던 나날들을. 어릴 적부터 키워온 예술에 대한 안목과 갈망이 오늘을 있게 했다.와세다대학 인간과학과에서 뇌를 공부한 작가가 도예를 시작으로 예술에 입문하게 된 배경이다.부친과 이병철회장,그리고 작가는 와세다대 동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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