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사인 간에 책임을 지거나 면제해주기로 약속했다고 해서 형사 책임 사라지지 않아"

장모의 말에 힘싣는 언론 보도..김용민 "확약서로 특정인의 범죄 성립 여부 합의 못해"

[정현숙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장모 최은순 씨에 대한 흥미로운 기사가 조선일보와 조선비즈, 국민일보 등에서 나왔다. 최 씨가 공동이사장으로 있던 요양병원이 나랏돈인 요양급여 23억 원을 부정하게 받아 챙기고도 최 씨를 뺀 다른 동업자들만 죄다 유죄를 선고받은 사건에 관한 기사다.

조선일보 15일 기사
조선일보 15일 기사

하지만 사회의 공기 역활을 해야 하는 언론이 부정한 범죄의 이익금에 대해 확약서를 받고 공증만 받으면 범죄의 공모자 정황이 뚜렷한데도 마치 민형사상의 책임이 없다는 피의자의 말을 받아쓰기하면서 두둔하는 듯한 내용이다. 이들 매체의 다음 기사 제목을 보라.

[윤석열 장모 투자권유한 동업자 "민형사 책임 진다" 확약서] -조선일보-

[윤석열 장모 동업자 "민형사 책임 지겠다" 확약서, 두 차례 써줬다] -조선비즈-

<[단독] 尹 장모에 투자 권유 부부, 2013년 "민형사상 책임 내게"> -국민일보-

"마약공범들이 그 중 한 명에게 '책임없다'는 확약서 써 준다고 무죄가 되는게 아닙니다.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라 의료법 위반과 사기죄가 문제되기 때문에 확약서는 유무죄의 결정적 증거가 아닙니다. 개인간 확약서로 특정인의 범죄성립 여부를 합의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확약서를 쓴 사람이 범죄의 피해자도 아니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16일 SNS-

조선일보는 16일 기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 씨의 요양병원 급여 부정수급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최 씨의 동업자가 작성한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추가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라며 "요양병원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최 씨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증거가 새로 나온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조선은 또 "검찰이 이번에 새로 확보한 확약서는 애초에 알려진 각서와는 다른 것이다"라며 "처음 존재가 알려졌던 책임면제각서는 최 씨가 이사장에서 물러날 때인 2014년 5월 작성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검찰이 확보한 확약서는 그보다 전인 2013년 10월에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의료재단과 병원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최 씨의 주장에 보다 힘을 실어주는 증거다"라고 했다.

이날 조선일보는 확약서가 있어 민형사상 책임에서 벗어난다는 피의자 최 씨의 주장에 무게를 두고 두차례나 "힘을 실어주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다만 조선일보는 신문의 책임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 "법조계에서는 단순히 확약서나 각서만으로 최 씨의 무죄가 입증되지는 않는다고 본다"라고 뒤에 덧붙였다.

국민일보는 최 씨가 동업자의 확약증명서와 함께 인감증명과 공증까지 받은 것을 강조해 혐의를 희석화시키고자 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신문은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박순배)는 최 씨에게 의료재단 투자를 권유했고 요양병원을 세워 병원장으로 활동한 주 씨가 그의 부인 한모 씨와 2013년 10월 '의료재단에서 일어나는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 지겠다고 작성한 확약서를 확보했다. 주 씨와 한 씨의 인감증명과 인감도장은 물론 공증까지 받은 서류로 알려졌다"라고 보도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박순배 부장검사)는 윤 총장 장모 최은순 씨의 동업자가 2013년 10월 작성한 확약서를 최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확약서는 요양병원을 운영한 주모 씨 부부가 최 씨에게 써준 것이라고 한다. 주 씨 부부는 확약서에서 "승은의료재단에서 일어나는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 지겠다"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씨 부부와 의료재단 공동이사장인 구모 씨는 경기도 파주에 요양병원을 설립하고, 의료법상 의료기관이 아닌 이 병원에서 2년 동안 22억원의 요양급여비를 부정수급한 혐의로 처벌을 받았다. 이들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공동이사장을 지낸 윤 총장의 장모 최은순 씨는 병원 운영과 관련한 민형사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의 책임면제각서를 받아 불기소 처분됐다. 아무런 법적 효과도 없는 책임면제각서로 처벌을 피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최은순 씨의 또 다른 사위, 윤 총장과 동서 사이인 유모 씨도 소환해 조사했다. 최 씨가 불법행위에 가담하지 않았는지 수사하면서 이 병원에서 행정원장으로 일했던 윤 총장의 동서이자 최 씨의 첫째 사위 유 씨를 참고인으로 소환한 것이다.행정원장은 병원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장모 최 씨가 병원 업무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발뺌하는 것과 달리 총체적으로 일가가 거액의 나랏돈을 부정하게 챙긴 혐의에 걸려있다. 결국 검찰 수사는 윤 총장 장모 최 씨가 요양급여를 부정 수급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얼마나 관여했는지 등을 규명하는 것이 관건이다.

변호사들은 사인 간에 책임을 지거나 면제해주기로 약속했다고 해서 형사 책임이 사라지진 않는다고 한다. 변호사 출신인 김용민 민주당 의원도 언급했듯이 법조계에서는 단순히 확약서나 각서만으로 범죄행각을 저지른 최 씨의 무죄가 입증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따라서 최 씨가 책임각서나 확약서로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하지만 실제로 요양급여 부정수급 사실을 알고 있거나 관여한 사실이 있다면 최 씨도 처벌을 피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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