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의원들 물리력으로 감금..지도부가 작심하고 나를 감금한 것"
재판부, 미국 체류 "민경욱 또 불출석 시 구속시킬것" 경고
[정현숙 기자]= 지난 20대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당시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들이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을 감금한 혐의로 16일 재판을 받았다. 채 전 의원은 명백한 '감금 행위'였다며 당시 나경원 원내 지도부가 주도했다고 증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이환승 부장판사)는 이날 국회법 위반 및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당시 자한당 원내대표 나경원 전 의원, 민경욱·이은재 전 의원 등 8명에 대한 2차 공판을 열었다. 패스트트랙 충돌로 기소된 자한당 전현직 의원과 보좌진은 모두 27명이다.
이날 채 전 의원은 피해자이자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해 4월 25일 자신의 집무실에서 벌어졌던 상황에 대해 진술했다. 그는 자한당 의원들이 몸으로 막아 119까지 불러야 했고, 특히 당시 원내대표였던 나경원 전 의원이 현장에 있는 의원들과 통화하며 지시를 내렸다고 형사처벌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채 전 의원은 "집무실에 있었던 여상규 전 의원 등이 나 전 의원과 통화를 했고, 통화 후 '감금 해제'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당시 나경원 원내대표로부터) '끌려나가는 모습을 연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채이배 전 의원은 이날 6시간 동안 의원회관 집무실에 갇혀 있었다. 사개특위 회의에 참석하려는 채 전 의원을 자한당 의원들이 물리력으로 저지하다 출입문까지 막아 버린 거다.
채 전 의원은 당시 자한당 의원들의 방해로 오전 회의를 가지 못했고, 오후에도 그들이 나가지 못하게 했다고 밝혔다. 또 “몸싸움 이후에도 상황이 계속되자 탈출을 위해 경찰과 소방에 지원을 요청했다”라며 “당시 의원들에게도 감금이라고 말하며 길을 비켜 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듣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날 법정에 선 채 전 의원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감금 해제'를 논의하기도 했지만, 나경원 원내대표와 통화한 뒤 풀지 않은 걸 보면, 지도부가 작심하고 나를 감금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채이배감금은 나경원 원내대표지시
나경원, 채이배의원 감금 지시??ㅋㅋ
검찰 조사 결과로는 당일 오후 1시에 첫 몸싸움이 벌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채 전 의원은 "(첫 몸싸움에서) 민경욱 의원과 송언석 의원이 주도적이었다. 두 분이 가로막아서 나가지 못하게 되고 짧은 시간에도 격렬한 몸싸움이 있어 속옷이 젖을 정도로 땀을 흘렸다"라고 했다.
채 전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했던 송모 씨도 오전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당시 자한당 의원들이 의도적으로 채 전 의원을 의원실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물리력을 동원해 막았음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송 씨는 “한국당 의원들이 의원실 문을 잠고 소파로 문을 막는 등 의원실 안에 있던 채 전 의원과 보좌관들이 밖으로 나가질 못했다. 몸싸움이 두 번 일어났는데 보좌진 등이 모두 기진맥진할 정도로 격했다”라고 진술했다.
그는 “몸싸움 과정에서 한국당 의원이 채 전 의원 허리를 잡아끌었고 또 의원들이 발을 쓰는 모습도 보였다. 보통 의원들이 발을 쓰진 않는데 발을 써 당황했다”라며 "몸싸움 이후 보좌진들이 현장을 촬영하고 채증에 나섰지만 채증과정에서도 몸싸움이 있었다. 채 전 의원은 경찰과 소방에 신고해 문을 부수고라도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피고인들은 당시 상황이 감금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이들은 6시간 동안 채 전 의원에게 조금 더 있다 나가달라고 설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당시 의원실 안에서는 민경욱 전 의원이 마술가방을 가져와 마술을 보여주고 다 같이 샌드위치를 먹기도 하며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라며 “현장 사진 등을 봐도 문을 잠그거나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9월 첫 재판에 이어 또다시 이날 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민경욱 전 의원에 대해 재판부는 "구인장을 발부하겠다"라며 "그래도 안 나오면 구속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 전 의원은 4·15 총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미국에서 1인시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