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난장판된 '패스트트랙' 사건 당시, 본인 의원실에서 자한당 의원들에 약 6시간동안 '감금'

회의 참석하려다가 완전히 '감금 당한' 채이배, 창문 틈새로 얼굴 내밀며 '기자회견'까지 
벌금 5백만원 이상이면 향후 5년간, 집행유예 이상이면 향후 10년 간 '피선거권' 박탈
2012년 박근혜가 주도해 통과시킨 '국회선진화법' 위력, 재판결과 따라 국힘 의석 줄어들 수도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판사도 어쩔수 없겠네요.> 감금당한 채이배의원이 물리력을 동원해 자신을 감금했고 그래서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법정증언. 또한 형사처벌을 원한다고 했으니 처벌을 피하기는 어렵겠네요. 국민의힘 큰일 났네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17일 페이스북)

지난해 4월 더불어민주당 등이 공수처 법안 등의 통과를 취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를 시도하자,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이를 저지하겠다고 보좌진까지 동원하며 국회에서 대규모 육탄전을 벌인 바 있다. / ⓒ 스브스뉴스
지난해 4월 더불어민주당 등이 공수처 법안 등의 통과를 취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를 시도하자,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이를 저지하겠다고 보좌진까지 동원하며 국회에서 대규모 육탄전을 벌인 바 있다. / ⓒ 스브스뉴스

지난해 4월 더불어민주당 등이 공수처 법안 등의 통과를 취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를 시도하자,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이를 저지하겠다고 보좌진까지 동원하며 국회에서 대규모 육탄전을 벌인 바 있다. 이로 인해 황교안 당시 대표, 나경원 당시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당시 지도부와 여러 전현직 의원들이 국회법 위반 및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이환승 부장판사)는 16일 나경원·정갑윤·민경욱·이은재 전 의원, 송언석·이만희·김정재·박성중 의원 등 8명에 대한 2차 공판을 열었다. 이들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으로 교체된 채이배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을 의원실에 감금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채이배 전 의원과 그의 보좌관은 당시 자유한국당이 채 전 의원을 감금했으며, 이 같은 행위를 나경원 전 의원 등 당시 원내지도부가 주도했다고 증언했다.

<노컷뉴스> 등에 따르면 채이배 전 의원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물리력을 행사해 집무실 출입을 막았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오전 9시 30분쯤 회의를 위해 집무실을 나가려고 하는데, 누군가 서류가 든 제 가방과 팔을 잡아끌며 의자에 앉혔다"고 증언했다. 그는 "오전 동안 (자신을 감금한 자유한국당)의원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점심 식사를 마친 뒤 오후 1시쯤 재차 의원실에서 나가려고 시도했다"며 "하지만 의원들이 나를 에워싸고 몸으로 밀치며 길을 막아 나가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지난해 4월 '패스트트랙' 충돌 당시, 나경원 당시 자한당 원내대표는 '빠루(지렛대 지칭하는 일본말)'를 들고 등장하기도 했다. / ⓒ SBS
지난해 4월 '패스트트랙' 충돌 당시, 나경원 당시 자한당 원내대표는 '빠루(지렛대 지칭하는 일본말)'를 들고 등장하기도 했다. / ⓒ SBS

이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채 의원실 쇼파 한쪽에 앉아 있다가 쇼파를 문 앞으로 옮기며 채 의원의 '탈출'을 가로막았다. 특히 채이배 전 의원은 민경욱 전 의원과 송언석 의원이 주도적으로 몸싸움을 주도, 자신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오전 9시쯤 바른미래당 사개특위 위원으로 교체된 상황이었으며, 오후 1시에 열릴 예정이던 사개특위 법안 회의에 참석하려 했으나 자한당 의원들의 방해로 제때 출석하지 못했다. 채 전 의원은 당시 보내달라고 무릎까지 꿇으며 사정했지만 이들은 들어주지 않았다.

당시 채 전 의원은 결국 창문 틈새로 얼굴을 내밀어 자신이 처한 상황을 기자들에게 직접 설명하는 '간이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그는 "경찰과 소방을 불러 감금을 풀어주고 필요하다면 조치를 취해달라. 창문을 뜯어서라도 나가야 한다"며 외부로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렇게 창문 호소까지 이어지고 나서야,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채 전 의원을 풀어줬고 겨우 회의에 참석할 수 있었다. 약 6시간 동안 그렇게 갇혀있다가 밖으로 나왔던 것이다.

지난해 4월 '패스트트랙' 충돌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에 의해 감금됐던 채이배 전 의원. 그는 길을 열어주지 않자 창문 틈새로 얼굴을 내밀어 자신이 처한 상황을 기자들에게 직접 설명하는 '간이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 ⓒ MBC
지난해 4월 '패스트트랙' 충돌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에 의해 감금됐던 채이배 전 의원. 그는 길을 열어주지 않자 창문 틈새로 얼굴을 내밀어 자신이 처한 상황을 기자들에게 직접 설명하는 '간이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 ⓒ MBC

채 전 의원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나경원 전 의원이 현장에 있는 의원들과 통화하며 지시를 내렸다고 증언했다. 채 전 의원은 "집무실에 있었던 여상규 전 의원 등이 나 전 의원과 통화를 했고, 통화 후 '감금 해제'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나 전 의원으로부터) '끌려나가는 모습을 연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채 전 의원의 당시 보좌관도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경찰이 오면 끌려나가는 모습을 연출해야 한다고 했다"며 같은 취지의 증언을 했다. 또 그의 증언에 따르면, 민경욱 전 의원의 경우 마술가방까지 가져와 '동전 마술쇼'까지 20분간 보여줬다고도 한다. 그는 "당시 민 전 의원이 마술을 하면서 채 전 의원에게 '동전이 어느 손에 있는지 알아맞추지 못하면 회의에 가지 말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도 기억한다"고도 발언했다. 당시 자한당 의원들은 '박수'까지 쳤다고 한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당시 상황이 감금이 아닌 '설득'이라고 강변했다. 변호인은 "현장 사진 등을 봐도 문을 잠그거나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며 "좋은 분위기에서 대화가 오갔고 함께 점심까지 먹었다"고 항변했다. 쇼파로 입구까지 가로막았음에도 그렇게 우기고 있는 것이다.

채이배 전 의원을 의원실에 감금했을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채이배 의원실 쇼파 한쪽에 앉아 있다가 쇼파를 문 앞으로 옮기며 채 의원의 '탈출'을 가로막았다. / ⓒ 민중의소리
채이배 전 의원을 의원실에 감금했을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채이배 의원실 쇼파 한쪽에 앉아 있다가 쇼파를 문 앞으로 옮기며 채 의원의 '탈출'을 가로막았다. / ⓒ 민중의소리

한편, 지난 9월 첫 재판에 이어 '미국 체류'를 이유로 또다시 출석하지 않은 민경욱 전 의원에 대해선 재판부는 "구인장을 발부하겠다"며 "그래도 안 나오면 구속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 전 의원의 경우 낙선 이후, 총선 전면 부정선거를 외치며 미국에까지 오가는 기행을 벌이고 있다.

채이배 전 의원은 자신을 감금한 의원들에 대한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처벌을 피하기는 어렵겠네요. 국민의힘 큰일났네요"라고 평했다. 당시 감금 혐의가 명확한데다, 피해 당사자도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한 만큼 처벌을 피하긴 어려워보인다.

지난 2012년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이 주도해 통과시킨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누구든 국회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그 부근에서 폭력 행위 등을 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 법안 처리 과정 등에서 그동안 수많은 몸싸움과 폭력이 발생했기에, 이를 방지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법안이다. 당시 새누리당은 '박근혜 비대위' 체제였다.  

새누리당이 주도해 통과시킨 선진화법에 따르면, 회의장 출입이나 공무 집행을 방해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폭행 또는 재물을 손괴하거나, 특수매체기록을 손상‧은닉하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 ⓒ KBS
새누리당이 주도해 통과시킨 선진화법에 따르면, 회의장 출입이나 공무 집행을 방해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폭행 또는 재물을 손괴하거나, 특수매체기록을 손상‧은닉하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 ⓒ KBS

선진화법 제정 전까지는 국회에서 몸싸움이나 폭력이 벌어져도 처벌 수위가 그리 크지 않았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렸던 김선동 전 통합진보당 의원 외에는 의원직을 상실(집행유예형 선고)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주도해 통과시킨 선진화법에 따르면, 회의장 출입이나 공무 집행을 방해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폭행 또는 재물을 손괴하거나, 특수매체기록을 손상‧은닉하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여기서 국회선진화법의 회의 방해죄로 벌금 5백만원 이상을 선고받을 시 향후 5년 간,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시에는 향후 10년 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기소된 현직 의원들 중에는 의원직 상실과 함께, 향후 총선 출마도 불가능해지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전직 의원들의 경우도 향후 총선출마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선진화법으로 기소된 나경원 전 의원을 비롯한 전현직 의원들 대부분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나기엔 시간이 걸리겠지만, 향후 국민의힘 의석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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