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 사이에서 오늘날의 한국 사회는 지옥에 빗대어 ‘헬조선’이라 불린다. 아무리 노력을 거듭해도 주거난, 취업난 등을 극복할 수 없는 젊은 층들은 가정, 인간관계까지 포기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심지어 국적을 포기하고 해외로 이주하는 젊은이들이 생겨나면서 청년 문제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세태 속에서 문화연구자 조한혜정과 엄기호는 청년 연구가들과 손잡고 『노오력의 배신』이라는 저서를 발간했다. 저자들은 ‘노오력’, ‘노답’, ‘~충’, ‘헬조선’ 등 현재 인터넷을 통해 젊은 세대 사이에서 빈번히 사용되는 신조어를 키워드로 잡아 한국 사회를 깊이 있게 분석한다. 또한 청년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비공개 세미나를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가까이서 듣는다. 이를 통해 책은 한국을 자조적으로 보는 청년들의 냉소 이면에 숨은, 그들에게 닥친 지옥 같은 현실을 파헤친다. 이를 통해 책은 국가가 경제성장을 위해 무성찰적으로 질주함에 따라 사회가 망가지면서 현재 청년들이 마주한 문제가 생겨난 것이라고 지적한다.

기성세대는 80년대의 청년들이 사회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 학생운동과 같은 수단을 통해 적극적으로 투쟁했던 데에 비해 근래의 젊은 세대들은 대안 없는 불만만을 제시하고 있다며 젊은 세대를 비판한다. 그러나 책은 이러한 비판에 대해 헬조선 담론 자체가 청년들의 실천적 움직임이라며 반기를 든다. 또한 저자들은 책의 마지막 장인 ‘이 지옥을 사라지게 할 마술’을 통해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청년들이 맞이한 파국적 상황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기본적 설계를 바꿔나가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더해 책은 단순한 비판에서 그치지 않고 청년들과 지자체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청년들의 기본 소득을 보장해주는 ‘청년배당제도’와 ‘우동사’, ‘빈집’과 같이 청년들이 자체적으로 만들어 시행하고 있는 ‘청년 자치, 협치 특구’가 바로 그것이다. 연구팀의 수장인 조한혜정 교수는 이러한 논의 자체가 우리 사회를 개혁해나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청년 문제가 꾸준히 화두에 오름에도 기성세대들은 이러한 사회 문제의 책임을 ‘노력이 부족해서’라며 개인의 자질과 태도에 전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세대 갈등 또한 첨예한 양상으로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폐단을 직시하는 것부터가 이러한 세대 갈등과 청년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 아닐까. 노력이 배신하는 사회에 부당함을 느낀 바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직면한 현실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하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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