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관계를 좋게 할수있는 5가지 묘약

우리말에 ‘그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냥은 어떠한 작용을 가하지 않거나 상태의 변화 없이 있는 그대로라는 뜻입니다. 사람이 사는 뜻이 ‘사람과의 만남’에 있다는 것을, 나이를 먹어가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냥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어떤 것보다 행운이 아닐 수 없지요.

그냥 좋은 사람을 만나는 일은 단순히 행운으로만 치부할 수 없습니다. 아마 수백생의 인연(因緣)의 결과임을 깨달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냥 좋은 사람! 그 중에도 한평생 서로를 높여주고, 서로에게 디딤돌이 되기도 하고, 버팀목이 되어주기도 하는 사람이라면 일생의 도반(道伴)이고 동지(同志)가 아닐까요?

도반이란 함께 불도(佛道)를 수행하는 벗으로서, 도(道)로써 사귄 친구라는 뜻입니다. 도반은 깨달음을 목적으로 같은 도를 수행하는 동지를 가리킵니다. “좋은 도반을 만났다는 것은 공부의 모든 것을 이룬 것과 같다”는 부처님의 말씀처럼 수행하는 이에게 도반은 더없이 소중한 것입니다.

그리고 동지(同志)는 파란고해(波瀾苦海)가 끊일 새 없이 일어나는 속세에서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동지는 굳은 신념과 함께 목적을 이룰 때까지 모든 잡스런 생각이 없어야 하고 배신이나 탐욕과 같은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그러니까 정신세계에서는 도반이 필요하고 속세에서는 동지가 반드시 있어야 삶의 활력을 되찾게 되는 것입니다.

‘초토의 시’로 유명한 시인 ‘구상(’1919~2004)과 ‘황소’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 이중섭(1916~1956)은 오랫동안 우정을 나누는 동지였다고 합니다. 어느 날 구상이 폐결핵으로 폐 절단 수술을 받았습니다. 몸과 마음이 약해진 탓인지 절친한 이중섭이 꼭 찾아와 주기를 기다렸습니다.

평소 이중섭보다 교류가 적었던 지인들도 병문안을 와 주었는데, 섭섭한 마음마저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이 친구가 무슨 사고라도 생긴 것은 아닌가 걱정이 들 지경이었습니다. 그때 이중섭이 찾아 왔습니다. 심술이 난 구상은 반가운 마음을 감추고 짐짓 부아가난 듯 말했습니다.

“자네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그 누구보다 자네가 제일 먼저 달려올 줄 알았네. 내가 얼마나 자네를 기다렸는지 아나?” 그러자 “자네한테 정말 미안하게 됐네. 빈손으로 올 수가 없어서.”하며 갖고 온 꾸러미를 풀어보니 천도복숭아 그림이 있었습니다.

“어른들 말씀이 천도복숭아를 먹으면 무병장수한다지 않던가. 그러니 자네도 이걸 먹고 어서 일어나게.“ 구상은 한동안 말을 잊었습니다. 과일 하나 사 올 수 없었던 가난한 친구가 그림을 그려오느라 늦게 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구상 시인은 2004년 5월 11일 세상을 떠날 때까지 천도복숭아를 서재에 걸어 두고 평생을 함께 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도반과 동지들 모두가 갈구하는 우정이 아닌가요? 그냥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입니까?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미로운 일입니까? 가까이, 멀리, 그리고 때로는 아주 멀리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라도 눈에 아롱거리며 미소 짓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아직 살아있다는 크나큰 기쁨일 것입니다.

우리가 서로 도반과 동지가 되려면 서로 지키는 바가 있어야 합니다.

첫째, 몰래 험담하지 않습니다.

험담하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관계는 끝장납니다.

둘째, 무의미한 논쟁은 하지 않습니다.

진실한 도반과 동지는 어떤 주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있는 그대로 그 의견을 존중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셋째, 난처한 상황에 처하도록 두지 않습니다.

아주 오래전 망년회 석상에서 음치인 저더러 노래를 부르라고 해 한곡 부르다가 골목을 잊어버렸습니다. 당황하고 있는 순간 한 도반이 튀어나와 거들어주어 위기를 모면한 생각이 나네요.

넷째, 성공을 질투하지 않습니다.

진실한 도반과 동지는 성공을 질투하는 것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습니다.

다섯째, 바라는 바가 없어야 합니다.

관계는 어려움을 겪을 때 확연히 드러납니다. 힘들 때일수록 등 돌리지 않고, 할 수 있는 한 성의껏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며, 결코 보상을 바라지 않습니다.

도반과 동지 사이에 서로 가까이 하면 까라지던 공부심도 일어나고, 없던 사업심도 생겨나며, 의혹이나 원망심도 사라지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은 곧 그 마음이 살아 있는 사람이고, 그냥 좋은 도반 동지가 아닐 런지요!

단기 4353년, 불기 2564년, 서기 2020년, 원기 105년 11월 23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