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지금, 이 혹성에서 일어나는 일 11

모리 사야카 森さやか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태생.
2011년부터 NHK 영어 방송 ‘NHK WORLD - JAPAN’에서 기상 앵커로 근무.
『토네이도의 불가사의』『날씨 구조』 등의 저서가 있다.

“유일한 구원은 유머 감각뿐이다. 이것은 호흡을 계속하는 한 사라지는 일이 없도록 하자.”

저 아인슈타인 박사도 이렇게 말했듯이, 유머는 인생에 분위기를 더해 주는 최고의 낙이리라. 사람들을 웃게 만들고, 생각하게 해 주는 업적에 부여되는 Ig Nobel Prize[1991년에 창설된 상. 노벨상에 대한 패러디]가 가장 두드러진 예이다.

뜻밖에도 일본인은 이 상의 단골이며, 예전에는 속옷에 뿌려 바람기를 검색하는 스프레이 개발, 소똥에서 바닐라 향 성분을 검출하는 방법 등, 세계에 자랑하는 엉뚱한 연구가 선출되었다. 과거에 메기가 꼬리를 치면 지진이 일어나는가에 대한 기상청 연구가 수상했지만, 해석 실수로 나중에 취소된다. 그런데 올해로 말하자면, 악어에 헬륨 가스를 마시게 한 교토대학 교수들의 연구가 수상했다. 언뜻 보면 짓궂은 이들의 장난과 그다지 차이가 없을 듯하지만, 실험의 목적을 들으면 악어의 성대聲帶 해명으로 진지함 그 자체이며, 이런 면에서 또 웃음을 자아낸다.

한편 ‘코로나는 감기’라고 발언한 브라질 대통령이나, 항말라리아약이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 미국 대통령 등 9개국 정상들도, 이 상의 의학·교육학상 부문을 수상했다. 수상 이유는, 코로나 유행으로 정치가가 과학자와 의사보다도 생사에 영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코로나에 한하지 않고 온난화에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과학자가 방대한 자료를 제시하고 소리 높여 지구 위기에 대해 경종을 울려도, 거기에 조금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 지도자가 있다. 불편한 사실에는 눈을 내리깔고, 일어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면, 미래의 피해를 막기 위한 방책의 모색이나 기술 개발 기회를 놓치게 된다. 그 때문에 오늘 지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올해 북반구는 관측 사상 가장 더운 여름을 경험했다. 이제까지 없었던 듯한 이상한 날씨가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의 기상 이변을 살펴보자.

■ 지중해 허리케인 ‘Medicane’

유럽은 생각 이상으로 북쪽에 있다. 예를 들면 그리스 아테네는 센다이, 프랑스 파리는 사할린과 같은 수준의 위도에 위치한다. 이렇게 고위도에 있는 유럽은, 유일하게 1961년에 Debbie가 아일랜드에 상륙한 예를 제외하면, 허리케인이 직격을 한 예는 없다. 그렇지만 때때로 허리케인을 방불케 하는 휘몰아치는 폭풍이 지중해에 출현해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일 있다. 지중해를 의미하는 Mediterranean과 hurricane을 합한 ‘Medicane’이라는 작명에도 놀란다. 올해 9월에는 관측 사상 최강급으로 여겨지는 Medicane이 그리스에 상륙, 허리케인에 못지않은 돌풍과 하루에 대략 반년 분의 비가 내리는 등 폭풍우가 심한 날씨를 불러왔다. 배가 전복되고, 다리가 붕괴되는 등 홍수의 원인으로 세 명이 목숨을 잃었다. 도대체 Medicane의 정체는 뭘까? 그것은 허리케인처럼 중심에 따듯한 기운을 지니면서도, 상공에는 찬기운을 동반하는 혼합적 저기압이다. Medicane은 일 년에 한두 개 발생하며, 그 가운데 대다수는 허리케인보다 약소, 단명하지만, 때로 강력한 세력으로 발달하는 것이 있다. 온화한 지중해에 악천후를 초래하는 골칫거리인데, 앞으로는 지중해의 해수 온도 상승에 동반해 점점 세력이 강해져 갈 것이라고 우려를 자아낸다. 그것만이 아니다. 온난화로 대서양의 해수 온도 상승과 바람의 변화가 발생함에 따라, 유럽에 가까운 해역에 진짜 허리케인이 발생하기 쉬워져 그대로 상륙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한다. 옛날의 좋은 건축물이 즐비한 유럽의 거리지만, 앞으로는 강한 폭풍을 견뎌내기 위한 보강 작업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 도쿄도 9개 해당분이 불에 타 없어진 미국 서부

다음은 캘리포니아 산불 사건을 둘러싼 정치가들의 응수다.

“만약 온난화에 회의적이라면, 캘리포니아로 오면 된다”라는 주지사. 그 후 산불 사건을 시찰한 트럼프 대통령은 “머지않아 서늘해진다”라고 일축했던가 하면,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은 기후 문제의 방화범”이라고 일갈. 과열된 정치가들의 논쟁이지만, 올해 캘리포니아 서부에서 일어나는 산불의 규모는 달리 유례를 볼 수 없다.

캘리포니아주, 오레곤주, 위싱턴주 등 세 개 주에서는 8월부터 산불이 잇따라 소실 면적은 도쿄도 9개 해당하는 면적에 필적하는 200만 헥타르에 이르고 있다. 이것은 2003년에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 면적이다. 특히 피해가 큰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주의 관측 사상 가장 큰 상위 6개 산불 가운데 5개가 올해 발생했다. 불길은 와인의 세계적 생산지와 도시 주변, 미국 제일의 상용 대마 재배지로도 육박하고 있다. 오레곤주에서도 이미 예년의 배에 해당하는 면적이 소실되어, 당국은 “일생에 한 번인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미국의 산불 원인의 90%는 인위적인 발화이며, 올해도 변변찮은 이유로 대규모 화재로 발전한 예가 있다. 로스앤젤레스 동쪽에서 발생한 산불은, 임신 중인 아기의 성별 발표 파티에서 사용한 발연 장치의 발화가 원인이었다. 1,000명 이상의 소방관이 화재 진압에 임해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왜 올해는 특히 산불이 다발하는 것일까? 올해는 비를 동반하지 않는 번개, 이른바 ‘dry sander storm’으로 불리는 자연 기인 화재가 많은 데 있다. 매우 건조한 환경에서는, 지상에 도달하기 전에 비가 증발해 번개만 일어나는 것이다. 미국의 사막 지대에서는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최근까지 15년에 한 번밖에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는 캘리포니아주에서 겨우 사흘간에 실로 12,000발이나 되는 dry sander storm이 발생했다. 그런 배경에는 기록적인 고온과 한발이 있다. 미 서부의 산불은 요 몇 해 사이 확대되는 경향에 있다. 캘리포니아주 산불의 소실 면적은 1970년대에서 다섯 배로 확대, 발생 시기도 두 달 반 길어지고 있다.

■ 화재 적란운積亂雲 공포

산불이 산불을 유발하는 일이 있다. 최근 10년간에 발생이 증가하는 ‘화재 적란운’라는 현상이다. 화재 적란운이란, 화재와 화산 활동으로 급속하게 더워진 공기가 상승함으로써 발생하는 탑 모양으로 머리 부분이 높이 올라간 구름이다. 대규모 화재가 일어나면, 대기 속의 수증기와 재의 분진을 핵으로 삼아 응결되어 구름을 만든다. 그 속에서도, 발달해 번개와 하강 기류 등을 초래하는 거대한 구름의 일종이 화재 적란운이다. 원폭의 버섯구름처럼 하늘 높이 뻗어 비를 내리게 하는 구름으로 화재를 누그러뜨리는 점도 있는 반면, 번개와 강풍을 새로 초래해 화재를 확대시킨다. 올여름의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주의 관측 사상 최대라고 여겨지는 고도 16㎞에 달하는 거대한 화재 적란운이 발생했다. 연기는 성층권으로 불리는 하늘 높은 곳으로 들어 올려져 장기간 높은 하늘에 머물러, 태양광을 차단하거나, 오존층을 파괴하거나 하는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 화재 적란운은 “불을 뿜는 구름의 용”으로도 불리는 두려운 현상으로, 2016년에 일어난 캐나다 사상 최대 삼림 화재와 지난해 오스트레일리아 사상 최악의 산불에서도 발생했다.

■ 인공 강우는 효과가 있을까?

산불을 제압하기 위해 인공 강우는 사용할 수 없는 것일까? 그런 의문을 품은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할리우드 셀럽이나 IT 부호들이 할거하는 캘리포니아주라면, 돈에 구애되지 않고 비를 인공적으로 내리는 일도 가능할 듯하다. 그러나 와이오밍 대학의 디슈라 교수는 포브스지에 이렇게 설명한다. 산불로 연기 등의 미립자가 대기 중에 가득한 상태에서 인공 강우를 발생시키기 위한 물질을 높은 하늘에 뿌리면, 빗방울의 기원이 되는 핵이 무수하게 생기고 말아, 빗방울까지 성장하는 것을 방해하고 만다. 그래서 인공 강우는 시간과 돈의 낭비라고.

정말 방도는 없는 것일까. 희망은 있는 듯하다. 미국 벤처기업이 산불 발생에서 발견까지의 시간을 단축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중이라고 한다. 캘리포니아주에는 엄청나게 광대한 산림이 펼쳐져 있으며, 산불 발생에서 통보가 들어오기까지 시간이 걸리어 불이 확대되기 쉽다. 위성 화면에서도 산불 발생을 검지할 수 있는데, 해상도의 한계로 초기의 불길을 발견하는 것은 힘들다. 그래서 이 회사는 위성 화상에서 육안으로는 거의 볼 수 없는 작은 산불의 증거를 탐색하는 AI Tool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고 한다. 최종적으로는 모든 산림을 구석구석까지 10분마다 감시해 화재를 한 건도 확대되지 않는 것이라고 헌걸찬 목표를 내걸고 있다.

온난화 대책으로는 오늘날 바다를 휘저어 바다 밑의 영양분을 들어 올려 해초를 크게 번식시키고, CO2를 땅에 매장하고, 우주에 패널을 쏘아 올려 태양광을 차단하는 등과 같은 언뜻 보기에 우스꽝스러운 연구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순수하고 열정적인 탐구심, 그리고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참신함이 기후 문제 해결로 이어지도록 기대한다. (『世界』, 202011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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