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아니다"라며 문건 공개했으나 바로 돌아온 부메랑, 법무부는 바로 "매우 중대한 범죄"라며 수사의뢰!
JTBC '최순실 태블릿PC' 보도 나온 다음날, 박근혜의 '녹화' 사과 기자회견. 그것으로 박근혜는 완전히 끝났다.
“OOO 2차장의 처제” "농구실력으로 유명" "연로해보인다" 세평부터 취미까지 줄줄, 양승태 '블랙리스트' 내용도 보인다
'이명박근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대체 다를 게 무엇일까? 그럼에도 태연하게 공개했다는 것은?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최순실 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 홍보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개인적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에는 일부 자료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 및 보좌체제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습니다. 저로서는 좀 더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인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2016년 10월 25일, 박근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박근혜-최순실(최서원) 국정농단 사건이 본격적으로 터져나오던 2016년 10월,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은 국정감사를 보이콧하며, 사건 관련자들의 증인출석을 가로막곤 했다. 당시 당대표였던 이정현 전 의원은 비공개 단식투쟁까지 벌이는 등, 여론의 비웃음을 사기까지 했다. 당시 대통령 신분이었던 박근혜씨는 그해 10월 24일 국회를 찾아 시정연설을 하는데, 이 때 뜬금없이 '개헌' 카드를 꺼내든다. 누가 봐도 국정농단 정국을 덮어보려는 시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날 저녁 JTBC <뉴스룸>에서는 역사에 남을 충격적인 보도를 터뜨렸다. 바로 최순실이 쓰던 태블릿PC를 입수, 최순실이 박근혜의 연설문을 사전에 미리 받아봤다는 보도를 했다. 문건을 열어본 시점이 박근혜의 연설 시점보다 앞선 시기로 확인됐다. 그러면서 정치권은 물론, 시민들의 쌓여있던 분노가 폭발하고 말았다. 결국 최순실이 '비선실세'가 맞았고, 박근혜는 그가 조종하는 '허수아비' 였던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었다.
다음 날 오후 박근혜는 긴급히 생방송이 아닌 사전 '녹화'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는데, 최순실과의 인연을 인정하면서 보도에서 나온 내용도 사실임을 시인했다. 이에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이같이 평했다.
"저는 이 사과가 제일 충격적이에요. 왜 충격적이냐면 이게 처음으로 자연인으로 돌아와서 기자회견을 한 거예요. 연기가 아니라. 그런데 저는 이 사과 기자회견을 보고 사실은 섬찟했어요. 왜 섬찟했냐면 이게 그날의 사과 기자회견은 정치적 자살이거든요. 박근혜 대통령은 사실상 지금 정치적 시체에요. 힘이 없어 이제. 그런데 이날의 사과는 총을 쥐어준 거예요. 실제, 그 내용을 생각해보세요. 아무것도 없어요. '내가 했어. 나 그 사람하고 잘 알아요. 다 맞아요' 실제로 이거밖에 없는 거예요. 정치적 자살이거든요. 저렇게 하면 안 돼요" (한겨레TV 김어준의 파파이스 118회, 2016년 10월 28일 공개)
그렇다. 완벽한 '정치적 자살'이자 자폭이었다. 게다가 "청와대 및 보좌체제가 완비된 이후엔 그만뒀다"는 말도 거짓말로 바로 드러났다. 끝까지 최순실과의 관계를 부인이라도 하던가, 아니면 최근까지 국정개입했다는 사실을 시인하면서 "앞으로 싹 갈아엎고 잘하겠다"라고 했으면 조금이라도 여론이 달라졌을지 모른다. 아무튼 그 기자회견 이후 '콘크리트' 고령층의 지지로 그나마 30% 내외를 유지하고 있던 박근혜의 지지율도 한자리수대로 추락해버렸다. 그러면서 탄핵 및 파면, 그리고 구속 등 앞으로 벌어질 수순들은 여기서 결정된 거나 다름없었다.
최근 '직무 정지' 처분을 받은 윤석열 검찰총장도 이번에, 박근혜와 비슷한 선택을 한 듯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거론한 윤 총장의 '직무 정지' 사례들 중 가장 큰 건은 '판사 불법사찰' 건인데, 이번에 '판사 사찰 문건'을 직접 공개한 것이다. 윤 총장 측은 “이게 사찰인지 국민들이 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문건 전체 내용을 공개했으나, 정작 문건에는 검찰의 공소유지 등 정상 업무와 무관한 판사 뒷조사 내용들이 수두룩히 적혀 있었다. 이는 자신의 혐의를 시인한 거나 다름없는 것이다.
윤석열 총장을 대리하는 이완규 변호사는 지난 26일 오후 기자들에게 대검찰청 수사정책정보관실이 작성한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이라는 제목의 해당 문건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사찰이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변하며 "상식적 판단에 맡기겠다"고 했다.
윤 총장 측은 사찰이 아니라는 근거로 해당 문건을 공개했으나, 실제 문건에는 재판 업무와는 무관한 출신 고교부터 대학교와 전공, 그리고 법원행정처 근무 여부 등이 줄줄이 담겨있다. 특히 판사 개인의 취미나 근태와 관련해 물의를 빚었던 내용, 여러 경로로 탐문 조사해 정리한 세평 등도 줄줄이 담겨 있다. 문건은 각 사건 재판부 구성원의 ‘출신’과 이념 성향 추론의 근거인 ‘주요판결’, ‘세평’, 가족관계 등 개인정보 관련 ‘특이사항’으로 구성돼 있으며, 조사 대상 판사는 총 37명에 달한다. 문건 분량은 A4 용지 9장에 달했다.
첫 부분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사건을 맡은 3개 재판부 판사들을 조사한 내용이 담겼다. 조국 전 장관의 ‘유재수 감찰’ 관련 직권남용 사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맡은 김미리 부장판사와 2월부터 조 전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교수의 자녀 입시 관련 재판을 맡은 김선희 부장판사 등이 주요 조사 대상이었다.
작성자는 김미리 부장판사의 세평에 대해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나 합리적이라는 평가”, “가급적 검사나 변호인의 말을 끊지 않고 잘 들어줌, 재판장으로서 적극적으로 검사나 변호인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적었다. 특이사항으로는 “OOO 2차장의 처제”라고 쓴 부분이 눈에 띈다. 아울러 그의 주요판결 이력에 대해서도 적혀 있다. 나머지 두 배석판사에 대해서는 “특별한 존재감 없었다”고 기재했다. 중요 부분엔 '밑줄'도 쳐져 있다. 정경심 교수 사건 관련 재판부 주심 판사에 대해서는 “주관이 뚜렷하다기보다는 여론이나 주변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평”이라고 적었다.
또 한 판사에 대해서는 ‘법원행정처 2016년도 물의야기법관 리스트’에 포함됐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이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를 판사 사찰에 활용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인데, 이를 사법농단 수사를 하면서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해당 판사가 전날 술을 마시고 다음날 늦게 일어나 논란이 됐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또 다른 사법농단 관련 사건 재판부 주심 판사에 대해 “대학·일반인 취미 농구리그에서 활약, 서울법대 재직시부터 농구실력으로 유명”하다며 개인 취미를 기록해놓기도 했다.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연로해 보이는 느낌”이라는 외모 평가와 함께, “어차피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심리할 것이므로 재판부 성향이 크게 유의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임”이라고 썼다.
이 문건이 공개되자마자 법무부는 대검찰청에 윤석열 총장 수사를 의뢰했다. 법무부는 "윤석열 총장에 대한 감찰 결과 판사 불법사찰과 관련, 법무부 감찰규정 제19조에 의하여 대검찰청에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그 이유로 "검찰총장의 지시에 의해 판사 불법사찰 문건이 작성되어 배포되었다는 사실 및 그 문건에는 특정 판사를 지목하여 '행정처 정책심의관 출신, 주관이 뚜렷하다기보다는 여론이나 주변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평' '행정처 16년도 물의야기법관 리스트 포함'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고 기재돼 있거나 정치적 성향을 분석한 것으로 해석되는 각각 판사들의 '주요 판결' 분석 등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향으로 악용될 수 있는 민감한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검찰에 불리한 판결을 한 판사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이유로 공격당하기도 하는 등 악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매우 중대한 범죄라고 판단했다"고 알렸다. 또 법무부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은 '수사정보'를 수집하는 곳일 뿐, 판사의 개인정보나 성향자료를 수집하여 검사들에게 배포하는 기구가 아님을 밝히며 명백한 사찰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렇게 특정 판사들에 대한 꼼꼼하게 자료수집을 한 것을 보면, 이명박-박근혜 정권하에서 벌어졌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다를 게 없어보인다. 그럼에도 아무렇지 않게 공개한 것을 보면, 이들의 정무적 판단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또 평소엔 얼마나 더한 행위를 했을지 알 법하다. 직무정지로 '사면초가'에 몰린 윤석열 총장이 국면전환을 시도하기 위해 문건을 공개한 것으로 보이는데, 결국엔 완벽한 자충수가 되었던 것이다. 그의 자충수를 보고 박근혜의 '정치적 자살' 기자회견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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