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發 일자리 대책 ‘허와 실

[뉴스프리존=김현태기자] 문재인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된 일자리 상황판은 고용률·실업률 등 18개 일자리 지표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최근 경기침체로 일반근로자 및 청년실업자의 일자리  확보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고, 정부는 새로운 고용창출로 침체된 경제를 극복하기 위해 ‘잡셰어링(Job Sharing: 일자리나누기)’이란 처방전을 내놓았다. 이는  우리나라가 예전과 같이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가정과 지구촌의 경제침체가 단기간 내에 회복될 수 있을 것이란 예측에서 내린 단기처방으로 보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근 국제적인 경제상황으로 보아 이러한 결정이 막연한 소망처럼 인식되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인지. 일자리나누기는 도입사실 자체보다는 어떻게 추진하느냐가 중요하며, 일자리나누기에 대한  방법론을 모색하기 전에 정확한 개념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을 보면  ‘잡셰어링’ 정책이 자칫 기존 근로자의 임금을 줄여 일자리 수를 늘려가자는 취지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각 부처는 경쟁하듯이 일자리 관련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돌리겠다는 공공과 민간기업의 선언도 잇따른다. 

충성 경쟁하듯 쏟아내는 일자리 대책= 정부 부처가 대통령 지시사항인 일자리대책을 쏟아낸 곳은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고 있는 국정기획위원회다. 각 부처는 업무보고를 통해 대통령 1호 공약인 일자리 창출 아이템을 맨 위로 올렸다. 가장 먼저 업무보고를 한 기획재정부는 6월 말까지 공공부문 일자리 로드맵을 만들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어갈지에 대한 액션플랜이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기재부는 공공부문 일자리 만들기의 신호탄이자 시험대인 추가경정예산 편성 작업도 맡고 있다. 추경은 당정협의 등을 거쳐 오는 6월7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이 확대 도입하겠다고 밝힌 고용영향평가제는 사실상 전 부처가 매달리고 있다. 5월 말까지 제출하는 내년 예산 요구안에 각 사업별 일자리 창출 효과 등을 의무적으로 평가해서 제출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 경쟁에는 중앙은행과 국세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행은 이날 고용을 늘리는 중소기업에 대해 저금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중개지원 대출을 늘린다는 방침을 냈다. 국세청도 지난 27일 업무보고에서 일자리를 2% 늘린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세무조사를 줄이겠다고 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집행기관인 국세청까지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며 “대통령의 일자리 드라이브가 그만큼 강하다는 방증 아니겠냐”고 말했다. 실제 문 대통령의 공약집에 담긴 일자리 대책은 하나둘씩 순차적으로 정부 대책에 반영되고 있다. 이런 추세로 제시한 대책들이 현실화되면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역점으로 뒀지만 결국 이루지 못한 청년실업 문제, 고용률 70% 달성은 떼놓은 당상이다. 먼저, 잡셰어링에 관한 정확한 개념에 대하여 알아보자. 잡셰어링은 잉여인력 감원을 회피하기 위해 임금감소를 수반하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넓은 의미에서는 임금체계 변경, 인력 재배치, 교대제 등을 통한 고용유지 또는 고용창출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즉 일자리나누기는 임금을 깎아서 남는 돈으로  신규채용을 늘리자는 게 아니라, 노동시간을 줄여 고용을 유지하거나 신규채용을 늘리자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쏟아지는 일자리 대책의 효과는 미지수= 정부 부처는 물론 공공과 민간까지 앞다퉈 일자리 창출에 매달리고 있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지수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 성장을 경기 선순환을 위한 패키지로 보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면 소득이 늘어나고 내수도 자연스럽게 살아나 경제도 성장한다는 논리다. 추경 등 정부 재정을 통해 공공부문 일자리 마중물부터 만들겠다는 생각도 여기서 나왔다. 그러나 소비가 살아나지 않은 것은 소득정체보다 고령화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저축을 늘리고 씀씀이를 줄이는 구조적인 요인이 더 크다. 때문에 정부 재정을 투입해 단순히 일자리의 숫자를 늘리기보다는 구조개혁 등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중장기 대책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2014년 현재 업종별 평균 취업유발계수는 12.9명으로 2010년 13.9명보다 줄었다. 경제 성장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약해지고 있다는 것인데 전기·전자기기(5.3명), 화학(6.3명), 기계·장비(9.1명) 등 제조업이 농림수산(31.3명), 음식·숙박서비스(25.9명)보다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역대 정부가 정책자금 등 다양한 지원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려고 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세계 각국의 노동시간 비교  (2007년 기준 국가별 평균  근로시간 : 일본 38.3,  프랑스 36.5, 미국 41.2, 한국 45.4시간)한편, 우리정부가 내놓은 잡셰어링은 풀타임 직무를 분할해서 파트타임 근로자들(청년인턴제 등)이 나눠맡는다는 취지가 강하고 방법론적으로 임금삭감이 곧 일자리확보인 방식이다. 이 둘은 비슷한 개념 같지만 속성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즉, 아무리 임금을 깎는다고 해도 없던 일자리가 생겨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진정  일자리를 만드는 게 목표라면 세계 최장 노동시간 을 줄이는 게 더 적절한 해법이 아닐까. 10명이 하던 일을 임금을 깎아 11명을 고용한다고 해도 추가로 고용된 1명은 할 일이 없을 테지만, 10명이 하루 10시간 일하던 것을 8시간으로 줄이면 2명분의 ‘진짜 일자리’가 생긴다는 공식을 정부는 왜 외면하려 하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국제적 동향

먼저, 독일의 폭스바겐(Volkswagen, 1993년)사례를 살펴보자.  폭스바겐 사는 93년 이후 경기하강 및 생산자동화로 인한 자동차수요 감소 및 잉여인력 발생 등 경영위기를 극복하고자 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나누기(Work Sharing)를 제안,  인력감축 계획   (’92년 12만명→ ’94년 10만명→  ’95년 7만명)을 세웠다. 그러나 노조의  고용보장 요구와 회사의 경쟁력 향상 요청에 따라, 잉여인력의 해고 대신  근로시간을 단축(주36시간→주28.8시간)하기로 결정했다. 즉, 주당 7.2시간(20%)을 단축해 주5일 근무에서 1일을 줄이는 대신  무노동 무임금의 법칙에 따라 근로시간 단축분에 대한 임금도 20% 삭감해 전체근로자 고용을 2년간 보장한 결과, 94년 이후로 해고가 예정됐던 3만여명의 고용이 유지돼 인적자원 손실방지에 공헌한 것이다. 물론 독일은 잉여노동시간에 겸업을 허용해 부족분  임금을 보충할 수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평도 있다.

이밖에 프랑스는 정부주도로 법률을 개정해 주당  노동시간을 40시간에서 39시간으로, 2000년부터는 35시간으로 축소해 시간단축에 따른 고용의 유지 및 확대를 가능케 했다. 이와 동시에, 임금수준 유지를 위해 기업부담을 덜어주는  정부보조금 지원정책은 고용창출형 잡셰어링으로 평가받으며 성공했다. 또한, 네덜란드는 정규직(풀타임)사원도 단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근로방식을 다양화시켜 여성 및 고령자의  시간제 근로(파트타임)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취업기회를 제공해 고용을 확대했다.

일본은 2000년대 초, 장기간의 디플레이션과 버블붕괴 등에 따른 경기악화와 기업의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2002년 실업률이 사상최고인 5.5%까지 상승하는 등 고용불안이 심화되자 긴급대책으로 고용개선과 소비 진작을 위한 잡셰어링을 추진했다. 그러나 일본이 유럽의 성공한 나라들과는 달리 잡셰어링 정책도입에 실패한 것은 경기회복 요인 이외에도  연공서열식 급여체제,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격차, 겸업금지 규정 등의 일본식 고용관행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최근(2009년), 일본의 노사단체는 경기악화를  극복하기 위한 긴급대책의 하나로 잡셰어링의 도입을 위한 논의를 재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정책의 허(虛)와 실(實)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경제위기의 파고를 함께 뛰어넘기 위한 방법으로  일자리나누기 정책인 ‘잡셰어링(job sharing)’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또, 연초부터 일부 대기업과 공기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방식의 일자리나누기를 제안하더니 순식간에 116여개의 공기업을 필두로 대기업, 중소기업, 지방자치단체 등이 정부와 언론이 밀어붙이고 있는 일자리나누기 정책에 동참할 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추세다.

연합뉴스가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의뢰해  대학생과 구직자 6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자리 늘리기(잡셰어링)’에 관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60.7%가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그중 56.5%가 ‘일자리 창출로 취업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또한 대한상공회의소가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함께 최근 매출액상위 500대기업을 대상으로 같은 조사를  실시한 결과, 45.2%의  대기업이 임금동결  또는 삭감이 전제될  경우 ‘잡셰어링’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먼저, 사기업 부문에서 한화그룹은 상무보 이상의 계열사  임원들이 자진 반납한 연봉 10%와 성과급 중 일부를 활용해 인턴사원 3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경영진과 임원들이 연봉을 20% 안팎을 삭감했고, 실적에 따라 지급하는 초과이익분배금도 전무급 이상은 전액, 상무급은 30%를 자진 반납했다. 현대·기아차 그룹도 악화된 경영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임원들의 급여를 자진 삭감했으며 SK그룹,  금호아시아나와 대한항공도 같은 조치가 이뤄졌다. 이밖에도 많은 대기업들이 잡셰어링 대열에 참여하고 있다.

공기업 인턴프로그램은 더 풍성하다. 주택금융공사와 자산관리공사(캠코)는  대졸신입사원의 초임을 30% 삭감하는 대신 채용인원을 당초 계획보다 10명 이상 증원했으며, 금융공기업들과 시중은행들도 이 같은 임금삭감을 통한 추가채용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특히 정부는 100여개 공공기관에 공문을 보내 신입사원 초임을 깎는 대신,  고용을 확대하라고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자치단체도 임금 반납형(서울특별시, 인천시 등), 성과상여금 반납형(대구시 등), 예산절

감형(충남도청 등)등의 방식으로 일자리나누기에 앞장서고 있다.그러나 정부가 대단위로 일괄추진 중인 청년인턴제 시행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은행에 채용된 초단기 청년인턴들 중 일부는 영업점에서 하루 종일 인사만 하거나 복사 등의 잔심부름만 하는 등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일방적으로 대졸신입사원의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전체 근로자 임금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고, 임금의 하향평준화는 소비를 위축시켜 내수불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부정적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마치 경제위기를  틈타 정부와 자본이 위기책임을  근로자에게 전가하고 여론몰이를 통해 대졸초임 등 사회적 약자들의 임금을 삭감하자는 식으로도  오해할 수 있다. 경제장관은 외환위기 때처럼 금모으기 운동을 추진하겠다는 말도 했다. 위기가 닥치면 서민들의 장롱 속에 최소한의 자부심으로 보관돼온 금덩이를 내놓아야만 경제가 살아남는단 말인가, 경제위기 고통을 가난한 근로자와 대졸신입사원(학생)들이 분담해야만 실

업과 일자리 문제가 해결된단 말인가, 정부는 좀 더 올바른 대책은 없었는지 의문점과 아쉬움이 남는다.

이처럼 대졸초임 임금삭감은 경제적 약자에게만 고통을 전가하는 형태이며 다양하고 생산적인 일자리 창출이 어렵다는 부정적인 견해와, 비정규직(임시직) 근로자 양산으로  2년 후(비정규직 근로자 법정고용 보장기간) 실업 공포를 어떤 방법으로 해소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과제가 남아있다.

고용창출의 다양성

정부가 충분한 논의 없이 대통령 공약에 맞춰 급하게 쏟아낸 대책이 역대 정부 일자리 대책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 정부는 고용률 70% 달성을 목표로 수차례의 청년 일자리 대책과 경력단절녀 대책 등 일자리 대책을 쏟아냈지만 지난해 말 현재 66.1%로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부문 일자리 만들기는 극단적인 경제위기 때나 쓰는 처방법”이라며 “공공부문 일자리가 늘면 민간부문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연결고리도 없는데 공공부문 마중물로 민간부문까지 퍼지게 한다는 발상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자리는 시장의 논리에 따라 민간이 만들어가는 것이지 정부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민 세금으로 만드는 일자리와 기업 등 민간이 수요를 늘려서 만드는 일자리의 질은 다를 수밖에 없으며 경제 선순환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대표적으로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온 나라이다. 그리고 고용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파트타임 근로자 비중은 선진국의 절반 정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고용창출 정책이 임금감축이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에 맞춰져야 옳을 것이다. 그리고 일자리나누기의 다양한 정책프로그램들은 단지 일감이 없어서 쉴 수밖에 없는 유휴인력을 기업 안에서 유지한다는 소극적 정책목표를 넘어, 최장 근로시간과  생산성이 평균이하라는 불균형을 해소하고 적절한 노동시간 안에 효율성과 생산성이 제고되는 작업장 혁신차원에서 일자리나누기를 시행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현재와 같이 풀타임 근무에만  의존하다가는 결국 일자리를 나눈 후 시간당 임금수준의 인상여부를 둘러싼 또 다른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른바 정규직 파트타이머가 확산될  수 있는 계기로 일자리나누기(Job  Sharing)를 시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구직자 및 예비구직자들에게 전하고 싶다. 악법도 법이다. 만족할 수 없는 청년인턴제이겠지만 아무 생각 없이 빵에 자신의 귀중한 자산을 팔지 않기를 당부하고 싶다. 자중자애(自重自愛)란 말이 있다. 스스로 자신의 소중함을 알고 말이나 행동에서 품위를 지켜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라는  뜻이다. 직업  선택에 있어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일인가’, ‘전공과 일치하며 계속 유지될  수 있는 일인가’,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는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분야인가’ 등 종합적인  자기검증을 마친 후, 도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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