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박근혜 청와대 하명수사', "한 사람이 목숨을 잃고, 한 사람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억울함 풀어줘야"

'최순실' 존재 세상에 처음 폭로했던 안민석, 운수회사 사장에 가해진 검사 협박 "안민석에 1억원 줬다고 해라"
그때 협박했던 그 검사, 현재 대검찰청 감찰팀장. 자신의 직무마저 거부하며 대놓고 '윤석열 지킴이'로 나섰다
안민석 "법이 아니라 청와대 하명을 따르는 검사, 법이 아니라 조직 보스에 충성하는 검사가 잘나가는 검사라니"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윤 총장 비호하며, 판사 사찰 압수수색 반대한 대검 감찰팀장 그가 2014년에 한 일은? 국정농단 시절 2014년. 청와대는 최순실 승마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한 야당 정치인 저에 대한 기획 수사를 하명했다. 버스회사 사장에게 1억 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각본을 짜서 검찰에 수사를 지시했다. 2014년 수원지검 정태원 검사, 그는 청와대 하명에 충실히 따라서 6개월 동안 버스회사 사장을 주야로 불러 뇌물을 줬다는 허위진술을 강요했다. 끝내 사장이 허위진술을 거부하자 회계 횡령 건으로 2015년 1월 사장과 노조위원장을 구속하였다. 이 사건 전체가 대단히 이례적인 것으로 벌금도 자그마치 27억 원을 부과하였다. 감옥에서 나온 후 노조위원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사장은 스트레스로 암에 걸려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그 후 정태원 검사는 출세 가도를 달렸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없는 죄도 죽을죄를 만들었으니, 돌아가신 노조위원장은 말이 없고 사장님은 검찰청 담벼락도 무서워 아직도 쉬쉬하고 있다. 참고로 저는 2014년 수사 전에 이 회사 사장을 만나 뵌 적도 없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27일 페이스북)

윤석열 총장의 직무 정지 사유 중 가장 위중한 혐의는 바로 '판사 불법사찰'이다.  윤석열 총장 측이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무려 37명의 판사에 대한 뒷조사 내용이 그대로 담겨있다. / ⓒ MBC
윤석열 총장의 직무 정지 사유 중 가장 위중한 혐의는 바로 '판사 불법사찰'이다. 윤석열 총장 측이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무려 37명의 판사에 대한 뒷조사 내용이 그대로 담겨있다. / ⓒ MBC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사건을 맡고 있는 대검찰청 담당자인 정태원 감찰3과팀장이 수사정보담당관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반기를 들다가 직무에서 배제됐다. 검사들의 비리 혐의에 대한 조사를 담당하는 이가, 자신의 직무를 스스로 거부한 셈이다.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은 윤석열 총장의 직무 정지 사유 중 가장 위중한 혐의이자 거센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이른바 '판사 사찰' 보고서를 작성한 곳이다. 윤석열 총장 측이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무려 37명의 판사에 대한 뒷조사 내용이 그대로 담겨있다. 

이렇게 압수수색을 반대한 정태원 팀장은 검찰 내부망에 “(윤석열 총장에 대한)직무집행 정지 처분은 법적으로 철회가 가능하니, 지금이라도 처분을 재고해 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린다”며 추미애 장관에 요청했다고 한다. 수많은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총장의 지킴이로 전격 그가 앞장선 셈이다. 그를 직무에서 배제한 뒤, 대검 감찰부는 결국 지난 25일 수사정보담당관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같이 앞장서서 윤석열 총장의 혐의를 덮어주려 한 정태원 검사에 대해,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정권 당시 자신을 뇌물 사건에 엮어서 구속시키려고 했던 인물임을 밝혔다. 안민석 의원은 27일 페이스북에서 "대검 감찰팀장 정태원 검사를 고발한다!"며 법무부를 향해 그에 대한 감찰을 촉구했다. 

안민석 의원은 지난 2014년 4월 8일, 세월호 사건 일주일 전쯤 최순실(최서원) 딸 정유라의 '공주 승마' 특혜와 관련, 국회에서 충격적인 폭로를 한 바 있다. 박근혜와 70년대부터 매우 가까운 사이로서 온갖 비리행위에 연루된 최태민의 그 딸이자, 엽기적 국정농단의 주역인 최순실이란 이름이 처음으로 세상에 폭로된 순간이었다. 

안민석 의원은 지난 2014년 4월, 최순실이라는 존재를 국회에서 최초로 폭로한 바 있다. / ⓒ KBS
안민석 의원은 지난 2014년 4월, 최순실이라는 존재를 국회에서 최초로 폭로한 바 있다. / ⓒ KBS

"이 정 아무개 선수는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불리는 정윤회 씨의 딸입니다. 어머니는 최태민 목사의 다섯째 딸 최순실 씨입니다. 지난 1년간 승마협회 쑥대밭이 한 선수를 위한 한 선수의 부모에 의한, 그래서 승마협회가 쑥대밭이 됐다는 것이 승마인들의 일치된 의견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직후 안민석 의원은 박근혜 청와대 측이 노리는 표적대상이 됐다. 2014년 6월 21일자 김영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수첩(비망록)에는 "안민석(오산) - OO교통 1억원"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경기 오산시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안민석 의원이 마치 특정 운수회사로부터 1억원을 받은 듯한 내용이 적혀 있다.

김영한 당시 수석은 자신의 상급자인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의 지시사항을 꼼꼼하게 수첩에 기록한 바 있어, 사실상의 청와대 하명수사 내용이라고 봐도 과언 아니라 하겠다. 

2014년 6월경 작성된 '김영한 비망록'에 등장한 안민석 의원의 이름, 안 의원이 마치 특정 운수회사로부터 1억원을 받은 듯한 내용이 적혀 있다. 뇌물수수 혐의로 엮으려 했던 정황이 나온 것이다. / ⓒ KBS
2014년 6월경 작성된 '김영한 비망록'에 등장한 안민석 의원의 이름, 안 의원이 마치 특정 운수회사로부터 1억원을 받은 듯한 내용이 적혀 있다. 뇌물수수 혐의로 엮으려 했던 정황이 나온 것이다. / ⓒ KBS

그로부터 얼마 뒤 오산시의 한 운수업체 사장은 교통보조금을 지원받기 위해 회사 매출을 적자로 조작, 보조금을 횡령했다는 혐의로 수원지검의 수사를 받게 되었다. 당시 그를 수사하던 담당검사가 바로 윤석열 총장의 감찰을 거부한 정태원 팀장이었다는 것이다.

해당 운수업체 사장이 최근 KBS <시사직격>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당시 담당검사는 "정치 쪽에 돈 준 거 내놓아라, 안민석 의원에게 준 거 있으면 내놓아라, 그렇지 않으면 회사가 아니라 집안이 망한다"고 협박했다고 알렸다. 수개월동안 수시로 불러서 허위진술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특히 "잠도 안 재우고 새벽까지 무리하게 조사했다"고 운수업체 사장은 알렸다. 

그럼에도 운수업체 사장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로 안민석 의원과 일면식도 없던 사이라고 한다. 그의 변호사는 "이보다 더 큰 건도 기소유예를 받았다"며 "안심하라"는 취지의 조언을 했다고 하는데, 그는 재판에서 법정구속을 당해 징역 2년의 실형과 함께 추징금 22억원을 선고받았다. 그와 함께 해당 운수업체의 노조위원장도 구속당했다. 옥살이를 끝낸 뒤, 운수업체 사장은 스트레스로 암에 갈려 수술을 받았고 노조위원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안 의원은 이를 거론하면서 "그 후 정태원 검사는 출세 가도를 달렸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며 "없는 죄도 죽을죄를 만들었으니, 돌아가신 노조위원장은 말이 없고 사장님은 검찰청 담벼락도 무서워 아직도 쉬쉬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안민석 의원과 박근혜 청와대 하명수사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 ⓒ 국회방송
안민석 의원과 박근혜 청와대 하명수사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 ⓒ 국회방송

만약, 운수업체 사장이 당시 검찰의 바람대로 "안민석 의원에게 1억원을 줬다"고 했다면 안민석 의원은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받아 꼼짝없이 걸려들었을 것이다. 1억 뇌물수수 사건이면 징역 7년가량을 선고받을 정도로 형량이 어마어마하다. 만약에 검찰의 바람대로 됐다면 안민석 의원은 지금도 옥살이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비슷한 시기, 역시 박근혜 청와대 하명수사로 의심되는 사건이 있었다. 바로 '입법 로비' 사건이었다. 이 과정에서 기소된 신계륜, 김재윤 전 의원 등의 경우엔 김민성 전 前 서울종합실용예술학교(서종예) 이사장의 "뇌물을 줬다"는 진술만으로 옥살이를 했다.

반면 서종예 교비 횡령혐의로 기소됐던 김민성 전 이사장은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끝났으며, 또 그에게 마땅히 적용되어야 할 '뇌물공여죄' 혐의는 아예 빠졌다. 게다가 당시 검찰이 재판과정에서 제출한 CCTV 자료 등을 미루어봤을 때, 김민성 전 이사장을 수사하기 한참 전부터 신계륜 전 의원이나 김재윤 전 의원 관련 자료를 비밀리에 수집하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 2014년 여름, '입법 로비'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신계륜, 김재윤 전 의원 등의 경우엔 김민성 전 前 서울종합실용예술학교 이사장(가운데)의 "뇌물을 줬다"는 진술만으로 결국 옥살이를 했다. 이것도 박근혜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의 대표적 사건이다. / ⓒ KBS
지난 2014년 여름, '입법 로비'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신계륜(왼쪽), 김재윤 전 의원(오른쪽) 등의 경우엔 김민성 전 前 서울종합실용예술학교 이사장(가운데)의 "뇌물을 줬다"는 진술만으로 결국 옥살이를 했다. 이것도 박근혜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의 대표적 사건이다. / ⓒ KBS

안민석 의원은 자신을 잡아넣으려고 했던 정태원 검사에 대해 "그가 지금은 윤석렬 검찰총장 지키기 맨 앞줄에 나섰다"라며 "검찰총장 감찰을 맡고 있는 대검 감찰 3팀장이 총장 비호에 나선 것이니 아연실색할 따름"이라고 꾸짖었다. 

그러면서 "정태원 검사의 2014년 2020년은 한 씨줄로 연결되어 있다. 법이 아니라 청와대 하명을 따르는 검사, 법이 아니라 조직 보스에 충성하는 검사가 잘나가는 검사였던 것"이라며 이들의 행태를 거듭 꾸짖었다. 그는 "검사는 초법적 권력자가 아니며 검사실은 치외법권의 성소가 아니다. 이제 그에게서 칼을 회수해야 한다."며 전면적인 검찰 개혁을 강하게 촉구했다.

또 "저는 여러 차례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에 대해 감찰과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2015년 청와대 하명 수사로 한사람이 목숨을 끊고 한 사람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진실을 밝히고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어야 한다."며 법무부를 향해 정태원 팀장에 대한 감찰, 그리고 청와대 하명수사 사건 수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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