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깨닫지만, 바른 길로 인도하는 이가 없을 때 생기는 새드 엔딩

[뉴스프리존] 김태훈 기자=해피엔딩만 추구하며 비극의 비자만 들어도 노이로제가 걸려오는 필자는, 지인의 소개로 최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리고 있는 '신의 아그네스'를 관람했다.

명배우 박해미가 닥터 리빙스턴으로 출연하고, 원장 수녀(이수미)와 아그네스(이지혜)가 등장하는 이번 공연은 엄청난 대사의 부담에도 모두가 역할을 멋지게 소화해냈다.

'신의 아그네스' 출연진들은 엄청난 대사의 부담 속에서도 모두가 명연기를 선보였다. ⓒ김태훈 기자
'신의 아그네스' 출연진들은 엄청난 대사의 부담 속에서도 모두가 명연기를 선보였다. ⓒ김태훈 기자

그런데 새드 엔딩을 끔찍히도 싫어하는 필자는, 뭔가 얻어간 것도 없이(박해미와 함께찍은 사진으로만은 좀) 하루종일 기분 잡치기 싫어 뭔가의 깨달음을 도출해내야만 했다(그래야 남는게 있으니까). 아그네스는 왜 그리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됐을까?

신의 아그네스 : 잘못된 종교에 속고 살았던 신앙인이 자기의 신을 저주하며 끝난다

예술에는 제각기 그것을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그것을 담은 상징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원작자가 무엇을 의도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복잡해보이는 출연 인물들의 입장과 실제 있었던 일은 차치하고라도 '종교'가 안 들어갈 수는 없다고 생각해보았다.

원장수녀는 부패한 종교지도자들을, 아그네스는 그에 속고있는 신앙인들을, 닥터 리빙스턴은 그러한 부조리를 타파하려는 무신론자를 상장한다고, 필자는 그렇게 해석해보았다(판단은 독자에게 맡길 몫이겠지만).

그러면 메세지는 참으로 간단하다. 거짓 목자들에 의해 미혹당한 신앙인들이, 무신론자들에 의해 현실을 깨닫지만, 대안(바른 길로 이끌어줄 존재)이 없기에 결국 삶의 의미를 잃고 헤매다 비극적인 선택을 하게된다는 것.

청아한 목소리를 가진 아그네스는 원장수녀가 가르치는 하나님을 '참 하나님'으로 믿고 의지해오다가, 닥터 리빙스턴에 의해 '거짓 하나님'의 가르침에 속아왔음을 알고 '자기의 하나님'을 저주하다가 인생을 종친 것이다.

'신의 아그네스'에는 누구 하나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이가 없다. ⓒ김태훈 기자
'신의 아그네스'에는 누구 하나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이가 없다. ⓒ김태훈 기자

그러기에 누구 하나도 웃지 못한 채 끝나는 것이고, 잘못된 종교와 그에 따른 가르침, 그리고 자기 만족적 신앙은 답이 없음만 증명해준 꼴이 된 것이다.

바이러스 X : '산 위'의 이끄는 '양'들만 죽은 것의 다잉 메시지(Dying Message)

김진명의 소설을 좋아하며, 고구려 7권을 간절히도 기다리고 있던 필자에게 '바이러스 X' 신간 소식이 들어왔다. 듣자마자 바로 서점으로 향했다.

치명적 사망률의 바이러스 X는 공중의 새가 퍼뜨린 바이러스가 광견병 유전자와 결합해 만들어졌고, 이것이 전세계에 퍼져 인류가 멸종되는 것을 막기 위한 당사자들의 처절한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그런데 이 소설에는 특이한 점이 하나가 있다. 첫째는 바이러스 X가 검출된 곳인데, 히말라야 산맥과 알프스 산맥, 그리고 진안고원이라는 것이다. 전부다 '산 위'다.

둘째는 바이러스 X로 죽은 존재는 전부 '양'이다. 특히 히말라야 산맥과 알프스 산맥에서 죽은 양들의 특징은 오랜 연차를 자랑하며 양떼를 '이끄는' 양이었던 것이다.

'바이러스 X' 저자 김진명 작가의 작품들은, 수많은 상징들을 통해 섬뜩할 정도의 진실을 전한다. ⓒ이타북스
'바이러스 X' 저자 김진명 작가의 작품들은, 수많은 상징들을 통해 섬뜩할 정도의 진실을 전한다. ⓒ이타북스

성경에서 양은, 우선적으로 이천 년 전 모든 인류를 대신해 죽임을 당한 예수님을 상징하고 그 다음으로는 성도들을 상징한다.

그런데 그 성도들을 이끄는 '목자'격의 양들만 죽었다는 것이다. 마치 아그네스가 하늘의 새가 되어 복수라도 하듯이 말이다. 억지로 엮었다고 하면 뭐 할 말은 없겠지만.

'신의 아그네스'와 '바이러스 X'를 보며 현재의 신앙 세계, 곧 종교 세계의 현실이 오버랩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영적 지도자들에게 속아왔던 백성들이, 진실을 깨닫게 될 때 후폭풍은 어떨까? 그리고 닥쳐올 후폭풍 속 진정 올바른 길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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