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총장'으로 뚜렷하게 드러난 폐단, "검찰은 언론(출입기자단)을 경주마처럼 다룬다"
추미애 '저녁 브리핑'에 반발하며 따져드는 기자들, 하지만 '검찰당 대표'이자 사실상 '야당 대표' 앞에선?
지난해 '조국 물어뜯기'로 드러난 '검언유착', 여전히 폐쇄적인 검찰 기자단 그들의 '카르텔' 대체 어떻기에?
10년전보다 더 끈끈해보이는 양측의 유착 관계, 검찰발 '단독' 보도들로 상까지 받으니 '한몸' 될 수밖에~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검찰이 언론을 경주마처럼 다룬다는 느낌을 받은 거예요. 문건을 예를 들어 복사해서 준다든지 전화로 불러준다든지, 피의자 신문조서 내용을 불러주는 건 사실상 공수처가 생기면 처벌대상 1호잖아요"
"기자들이 줄을 서서 (중앙지검 차장검사실로)확인을 하러 들어가더라고요. 한명 한명씩, 은행에 번호표 하나씩 뽑듯이, 거의 실시간 보도가 됐었어요. 포털 메인에 저녁 6시정도 되면 똑같은 내용의 기사가 떠요. 언론사 매체마다 이름은 다 달라요. 그런데 제목 똑같고 앞에는 다 단독이 붙어 있어요. 단독, 단독, 단독, 단독 내용은 똑같아요. 들여다보면 정말 근소한 차이로 A판사, B판사 아니면 A판사의 어떤 혐의에 대해 조금 더 추가로 나온 건데 그 현상을 보면서, 이게 뭔가…" (임현주 前 검찰 출입기자, MBC PD수첩 '검찰 기자단' 방송 중)
검찰청에 상주하고 있는 '검찰 기자단'의 폐단 그리고 '검언유착'의 심각성은 윤석열 검찰총장으로 인해 제대로 조명이 됐다. 지난해 조국 전 장관에 대한 먼지털이식 수사, 그리고 언론의 검찰발 내용 그대로 받아적기 또 야당 인사들의 부풀리기 이런 과정은 무한루프로 반복돼왔고 온 나라를 제대로 뒤흔들었다. 대다수 언론들은 윤석열 총장을 일방적으로 띄워주면서 '검찰당 대표'로 만들었고, 또 사실상의 야당 대표로까지 만들어줬다. 결국엔 유력 대선주자로까지 만들어주는 황당한 촌극까지 일어나고 있다.
검찰한테는 [단독] 보도를 받아쓰기 위해 고분고분하던 법조 출입기자들이 지난 24일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조치를 알리는 브리핑을 하려고 하자, 출입기자단은 ‘보이콧’을 언급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채널A> 등이 공개한 영상에 의하면 이러하다.
“장관님, 퇴근 무렵 전에 일방적으로 이렇게 브리핑하시겠다고 통보하시는 건 기자단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식 항의드립니다" "아니 오늘 그러실거면 오늘 할 게 아니고 내일 하시고 질의응답 시간을 충분히 하셨으면 되지 않습니까" "아이 진짜! 너무하네, 진짜!"
이런 기자단의 모습이 공개되면서, 이들은 제대로 구설에 올랐다. 여기서 중대한 사건 하나가 더 터졌는데, 윤석열 총장 변호인이 공개한 판사 37명에 대한 조사 문건을 <오마이뉴스>가 원본 사진(판사 이름은 익명처리)으로 보도하자, 검찰청 출입기자단(30여개 언론사 참여)이 27일 ‘1년 출입정지’ 결정을 내렸다.
해당 문건은 성상욱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형사2부장검사가 지난 2월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으로 작성한 것으로 판사들의 출신과 특이사항, 세평, 주요 판결 등 정보가 상세히 담겨있어 '판사 사찰' 문건임을 사실상 알려주는 자료다.
<오마이뉴스> 차원에서 시민들이 실체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한 적절한 조치였음에도 해당 '원본'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1년 자격정지'를 내리자, 이런 '검찰 기자단'의 카르텔의 심각성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런 '검언유착'의 상징이나 다름없으니 '해체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병폐의 고리, 검찰 기자단을 해체시켜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은 30일 오전 일찍 동의자가 20만 명을 훌쩍 넘겼다. 오후 2시 기준으로 이미 21만명을 돌파했다. 한 달 동안 20만명 이상 동의를 받으면 청와대나 관련 부처 등에서 공식답변을 해야 한다. 청원 동의는 오는 12월 26일까지 이어지므로, 훨씬 많은 수가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시민들의 검찰 기자단에 대한 분노는 들끓고 있다.
청원자는 "무소불위의 검찰, 그런 검찰 뒤에는 특권을 함께 누리며 공생하는 검찰 기자단이 있다"며 그들의 병폐를 다음과 같이 짚었다. 과거엔 모든 기관들이 '출입처' 제도를 폐쇄적으로 운영, 소수 언론들만 혜택을 독점했으나 이런 카르텔은 노무현 정부 당시 허물었던 것이다. 그러나 바뀌지 않고 과거의 폐쇄적인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 '검찰 기자단'이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청와대와 국회는 물론 정부 부처들도 출입기자단을 폐쇄적으로 운영해왔습니다. 정권과 조중동과 같은 특정 소수 언론이 폐쇄적 구조를 유지하며, 공생하는 환경이었던 것이죠. 그것을 처음으로 깨려고 시도한 사람이 노무현 대통령입니다. 인터넷 언론사, 신생 언론사, 지역 언론사들이 겪는 차별을 없애고, 국민들이 다양한 언로를 통해 소식을 접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지금 청와대 출입기자가 500명, 국회는 1000명이 넘고, 대부분 부처의 기자단은 개방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 특권을 공고히 유지하는 곳이 한 곳 있습니다. 바로 검찰 기자단입니다. 검찰 기자단에 등록하려면 기존 출입기자단의 허락을 얻어야하는 등 까다로운 문턱을 넘어야 합니다. 기자단에 등록되어 있지 않으면 기자실을 이용할 수도 없고, 브리핑장에 들어갈 수도, 보도자료를 받을 수도 없습니다. 심지어 출입기자단만 재판장에서 노트북을 쓸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폐쇄성 속에서 특권을 누리는 자들끼리 은근한 우월의식을 바탕으로 그들만의 폐쇄성은 더 짙어지며 패거리 문화가 싹트게 됩니다. 형님과 아우가 서로 챙겨주게 되는 것이죠"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대법원, 법무부 등 법조 주요 출입처를 담당하는 법조 기자단은 기존 출입사 대다수의 동의를 비롯해 신규 출입기준이 굉장히 까다롭다. 자신들의 특권이 줄어드는 것을 당연히 원치 않기에, 새로운 매체의 진입이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법조기자단에 들어가려면 몇 년의 세월이 걸리기까지 한다.
그는 가장 큰 문제에 대해 검찰이 출입기자에게 '피의사실'을 흘리는 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 출입기자는 즉시 이를 '단독'을 제목 앞에 달아 줄줄이 송고한다. 나머지 언론들도 이를 받아쓰곤 한다. 이에 대해 그는 "검찰이 흘려준 말 한마디면 온 신문과 뉴스에 도배되어 순식간에 거짓도 사실이 되어버린다. 정보를 흘려주는 검찰관계자를 기자들 사이에서 ‘편집국장’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했다.
"그렇게 노무현 대통령이 고가의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단독기사가 탄생했고, 한명숙 전 총리가 총리 관저에서 4만 달러 현찰을 받아 주머니에 넣었다는 어처구니 없는 기사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조국 전 장관과 그의 가족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피의사실 공표도 마찬가지입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망신주기' 위한 '논두렁 시계' 보도는 그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던 2009년 4월 등장한 것이다. 역시 검찰의 피의사실 흘리기를 검찰 출입기자들이 '받아쓰기' 한 것이다. 2009년 4월22일 <KBS>는 <회갑 선물로 부부가 억대 시계>란 제목의 단독 리포트에서 “박연차 회장은 노무현 당시 대통령 측에 고가의 명품 시계 2개를 건넸다”며 “보석이 박혀있어 개당 가격이 1억 원에 달하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스위스 P사의 명품 시계였다”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4월24일 <盧부부가 받았다는 1억짜리 ‘피아제’ 시계, 국내 매장에 5~6개뿐…문재인 “망신주자는 거냐”> 기사에서 화려한 시계 사진과 함께 '피아제'는 스위스 명품 브랜드이며 '바쉐론 콘스탄틴' '파텍 필립' 등과 더불어 최고가 시계군으로 분류된다고 썼다.
<SBS>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열흘 전인 5월 13일 <“시계, 논두렁에 버렸다”>에서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서 ‘권양숙 여사가 1억 원짜리 명품시계 두 개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다음날 <KBS>는 <찢고 버리고 파쇄한 ‘8억’>이라는 보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회갑선물로 건네진 1억원 짜리 명품시계 2개도 비슷한 상황, 역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권양숙 여사가 없애버렸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선 봉하마을로 명품 시계를 찾으러 가자는 웃지 못할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망신주기식 보도가 이어진 얼마 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세상을 떠났다.
한명숙 전 총리 관련 수사는 그해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검찰발 보도는 그해 12월 10일 처음 등장한다.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지난 2006년 12월 한명숙 당시 총리에게 인사청탁 대가로 "총리공관에서 함께 식사를 하면서 각각 2만, 3만 달러가 들어있는 봉투를 양복주머니에서 꺼내 직접 건넸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했다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8일 뒤 한 전 총리는 검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았고 얼마 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에 박지원 국정원장(당시 민주당 의원)은 국회에서 한 전 총리의 무고함을 증명하기 위해 5만 달러를 자신의 양복 상의 안주머니와 바지 주머니에 넣는 시연을 보이기도 했다. 2만 달러, 3만 달러와 같은 부피의 종이 뭉치가 넣어지자 상의는 불쑥 튀어나왔다. 이렇게 나온 상태에서 어떻게 식사를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곽 전 사장은 재판과정에서 검찰의 공소사실과 달리, 한 전 총리에게 직접 돈봉투를 건네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주머니에 있던 돈봉투를 내가 밥 먹던 의자에 놓고 나왔다"며 진술을 바꾸면서 "법정에서 한 증언이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문을 하는 검사에게 "검사님이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 "검사가 지난번(조사할 때)보다 요즘은 많이 좋아졌다", "검사님이 죄를 막 만들잖아요", "지금은 판사가 제일 무섭다"라고 말하는 등 재판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이로 인해 결국 '의자가 돈을 받은' 꼴이 됐다. 그럼에도 당시 검찰은 곽 전 사장의 진술이 일관됐다고 강변했는데, 해당 건에 대해선 한 전 총리가 무죄를 확정받았다.
하지만 검찰에 체포된 일, 그리고 기소되고 재판받는 과정까지 한명숙 전 총리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쏟아진 보도만으로 해도 '비리 정치인'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밖에 없다. 당시 한 전 총리는 야권의 유력 정치인이기도 했고, 서울시장 후보로도 출마하기까지 했으니.
지난해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검찰과 언론의 합동공격을 보면, 10년전과 달라진 것은 없다. 아니, 그때보다 유착관계가 더 심해진 듯하다. 이렇게 검찰에서 흘려주는 소식을 받아 [단독] 보도들을 터뜨려주면, 해당 법조기자는 명성이 높아지고 언론사 협회에서 주어지는 상까지 받곤 한다. 취재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닌, 얼마나 검사하고 친밀하게 지냈느냐가 출세의 기준이 되어버린 셈이다. 그렇게 종속되면서 검찰 출입기자는 사실상 '검사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실상 스스로를 검사와 동일시하는 그런 모습이 나오는 것이다.
윤석열 총장의 '직무정지' 혐의로는 판사 불법사찰 외에도. 채널A와의 '검언유착' 사건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을 비호하기 위한 감찰방해 및 수사방해, 그리고 언론과의 감찰 관련 정보 거래도 있다. 아울러 족벌언론사 사주인 홍석현 회장과의 부적절한 만남도 있다. (이밖에도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을 비밀리에 만났다는 얘기도 있다) 윤 총장은 검찰개혁 필요성 외에도 그동안 우리가 간과하고 있던 '검언유착'이 얼마나 심각한지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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