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언론은 언제나처럼 장막 뒤에 숨은 검사들의 일방적 이야기를 받아 적으며 갈등을 증폭"

검사, 언론사 기자 '도덕불감증' 심각

조남관 총장 직무대행 "윤석열 총장이 무슨 죄냐”

이정화 검사 "판사 사찰 죄 아냐"

[정현숙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구하기에 나선 검사들과 각 언론사 기자들이 판사 사찰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도덕불감증'이 심각하다.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 집행정지 처분에 대한 효력 집행정지 심문기일이 열렸다. 윤 총장 측 법률 대리인인 이완규 변호사(위쪽)와 법무부 측 추미애 장관의 법률 대리인인 이옥형 변호사(아래쪽)가 각각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 집행정지 처분에 대한 효력 집행정지 심문기일이 열렸다. 윤 총장 측 법률 대리인인 이완규 변호사(위쪽)와 법무부 측 추미애 장관의 법률 대리인인 이옥형 변호사(아래쪽)가 각각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검사들이 집단적으로 성명을 내어 규탄할 대상은 검찰을 정치조직으로 전락시킨 채 사적 이익만을 도모하는 총장과 과거 정부에서 비밀리에 자행되어 왔던 대검, 법무부, 청와대 간의 음험한 거래와 하명 수사"라고 비판했다.

최 대표는 30일 오후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언론은 언제나처럼 장막 뒤에 숨은 검사들의 일방적 이야기를 받아 적으며 갈등을 증폭시키느라 바쁘고, 검찰은 연일 자신들만의 논리에 빠져 사안의 심각성을 호도하느라 여념이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검찰은 (박근혜 정부의) 사법농단 사건 때도 기조실에서 행한 판사 사찰을 인사업무와 관련이 없는 것이기에 범죄라고 주장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라면서 "(오늘의 검란은) 기막히고 어이없는 일이다. 오랜 세월 외부의 견제와 감시가 없이 끼리끼리 확립한 검찰공화국의 무서운 단면이자 자가당착"이라고 질타했다.

또한 최 대표는 "특히 이번 사찰문건이 정치적 의도가 담긴 기소라 의심받기 충분한 특정 사건들에 거듭 집중되고, 때마침 언론을 통해 재판부 낙인찍기를 시도한 기사가 나왔던 사실을 종합하면 그 심각성은 분명하다"라며 "직접 수사를 하지 않고 공소 유지에만 집중하는 다른 나라 검찰과 비교될 수 있는 사정이 아닌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 대표는 "결국 대한민국 국민이 지켜야 할 법과 검찰이 지켜야 할 법은 따로 있다는 사고방식을 뿌리 뽑는 것이 검찰개혁의 요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은 이날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효력 집행정지 심문 후 취재진에게 "신청인(윤 총장)이 주장하시는 부분은 다 반박해서 소명했다"라고 했다.

박 감찰담당관은 "재판은 잘 진행됐다. 저희가 주장할 부분 다 주장했다"라며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린다"라고 말했다. 법무부 감찰위원장에게 전화해 감찰위를 열지 말아 달라고 읍소했다는 언론 보도를 묻는 말에도 "(전화한) 사실이 없다"라고 분명히 했다.

특히 법무부의 감찰보고서 중 윤 총장에 대한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보고서에서 일방적으로 삭제됐다는 이정화 검사의 주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일축했다.

전날 법무부 감찰관실에 파견된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는 ‘판사 사찰’에 대해 ‘직권남용죄가 안 된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는데도 수사 의뢰가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이런 보고서 내용이 "삭제됐다”라고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올렸다. 그런데 이건으로 언론이 주말내내 떠들더니 지금도 침소봉대하고 있다.

법무부 감찰담당관실 측은 이에 대해 ‘삭제란 표현은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은정 담당관이 직권남용죄가 성립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에 따라 최종 보고서가 수정된 후 기록에 편철했다는 것이다. 즉 정식 결재 경로를 거쳐 만들어진 보고서라는 의미다.

이정화 검사가 자신의 발언이 삭제 됐다고 하면서 기자들은 박은정 담당관이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 처럼 소위 방송가의 은어로 마사지해서 기사화 시켰다. 언론들은 향후 재판부 사찰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경우 이정화 검사의 보고서가 무혐의 처분의 근거로 쓰일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삭제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법무부 감찰관실에 파견된 이정화 검사가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 속된 말로 검찰 측 스파이 노릇을 하면서 언플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는 시각도 있다. 물론 그 뒤에는 노골적으로 윤 총장 편들기에 나선 언론이 거들고 있기 때문이다.

김두일 시사평론가는 '이정화 검사의 거짓말'이라는 제하로 흔히 언론인들이 쓰는 은어로 “이정화 검사가 이프로스에 올린 글을 좌영길(헤럴드경제) 기자가 ‘마사지’ 해서 ‘야마’를 잡고, 나머지 법조기자단이 바로 “우라까이’ 했다”라고 표현했다.

그는 "‘마사지를 한다’는 것은 결론을 미리 잡아 놓고 소스를 왜곡하는 행위"라면서 "‘야마를 잡는다’는 것은 데스크나 선임 기자들이 기사의 방향을 잡아주는 것을 의미한다. 즉 ‘우라까이 한다’는 것은 '남의 것을 바꿔서 자기 것처럼 내 놓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이 경우에는 ‘의도적인 우라까이’ 즉 ‘받아쓰기를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번 주는 윤 총장 측 검찰과 친검언론의 왜곡 보도와 가짜뉴스가 가장 극에 달할 전망이라고 내다 봤다. 윤 총장 직무배제를 명령한 추미애 장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만들려는 속셈이라고 간파했다.

그의 말대로 이날 중앙일보는 [이정화 폭로 하루새 검사 250명 응원댓글.."우리가 지켜줄게"]라는 제목으로 이름을 밝히지 않은 대검 간부의 입을 빌려 이정화 검사를 양심선언한 의로운 검사로 포장하고 나섰다. 이밖에 [조남관 "윤석열 중대비위·범죄 없다 확신"..법무부 검사들도 집단 반발]이라는 아류의 제목의 기사도 온라인에 줄줄이 올라왔다.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은 조남관 대검차장은 검찰 내부통신망에 글을 올려 윤 총장을 비호하고 나서 검찰 밑바닥에서부터 수뇌부까지 조직 내 뿌리박힌 도덕 불감증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 차장은 "검찰개혁은 2100여명의 검사들과 8000여명의 수사관들 및 실무관들 전체 검찰구성원들의 마음을 얻지 않고서는 백약이 무효"라며 "검찰구성원들을 개혁의 대상으로만 삼아서는 아무리 좋은 법령과 제도도 공염불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추 장관이 처분을 철회하는 결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장관님의 이번 조치에 대한 절차 위반이나 사실관계의 확정성 여부 등은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저를 포함한 대다수의 검사들은 총장님께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쫓겨날 만큼 중대한 비위나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다고 확신하고 있다"라고 강변했다.

윤 총장이 추미애 장관을 상대로 신청한 집행정지의 심문을 마무리했다. 이날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조미연 부장판사)는 오전 11시에 심문을 시작해 낮 12시 10분 경에 종료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이르면 이날 중 결론을 낼 가능성도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날 심문은 추 장관 측 대리인 이옥형 변호사와 소송수행자인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 윤 총장 측에서는 대리인 이완규 변호사, 이석웅 변호사 등이 출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됐다.

재판부가 만약 윤 총장의 신청을 인용하면 직무배제 명령은 임시적으로 효력이 정지돼 직무에 복귀할 수 있게 되고, 기각이나 각하하면 직무배제 상태가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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