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누라이프는 서울대랑 직접 관련이 없는 그냥 닷 컴 (.com)"

"중국집에 갔으니까, 중화요리 밖에 없지.. 이런 것도 기사라고 썼는지 볼 때마다 한심"

"문제는 언론, 조작 가능한 게시판으로 서울대 여론으로 기사화.. 목적이 분명해 보여"

[정현숙 기자]= 지금 언론들이 윤석열 검찰총장 띄우기에 가히 혈안이다. 윤 총장이 자랑스러운 서울대 동문 투표에서 89%를 받아 압도적 1위를 했다는 내용으로 전날부터 7일 현재까지 조중동은 물론 대부분 언론이 이내용으로 도배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의 시선은 냉소적이다.

서울대 동문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서 진행 중인 이 투표에서 윤 총장은 총투표수 1283표 중 1149표(89.5%)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는 내용이다. 스누라이프는 실제로 재학생보다는 졸업생이 훨씬 많은 구조로 재학생들은 거의 이용하지 않는 커뮤니티라고 한다.

지난 4일 한 작성자에 의해 시작된 이번 투표는 31일까지 진행되며 한 사람이 3명까지 중복(重複)으로 투표할 수 있어 신뢰도에도 문제가 있다. 이런 상황에 윤 총장이 압도적 1위를 받았다는 게 과연 공정하고 객관적인 결과라고 볼 수 있냐는 것이다.

특히 스누라이프는 학번수집을 통해 학교 이메일을 확보하고 그 이메일로 가입 인증을 하는 방식이다. 실제 서울대와 연관도 없는 외부 커뮤니티로 서울대를 대표하는 커뮤니티가 된 것 자체가 비상식적으로 작전의 냄새가 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과거 아이디 구매나 대여 등 게시글도 올라오는 등 문제가 많은 커뮤티니로 이번에 상위권을 차지한 면면을 살펴보면 더욱 그러하다.

1위 윤석열 (1,146표)

2위 윤희숙 (423표)

3위 금태섭 (349표)

4위 진중권 (289표)

5위 안철수 (249표)

이와 관련해 우종학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 "중국집에 갔으니까, 중화요리 밖에 없다"라고 뼈를 때렸다. 그는 "참 이런 것도 기사라고 썼는지 볼 때마다 한심하다"라고 혀를 찼다.

우 교수는 "스누라이프는 서울대랑 직접 관련이 없는 그냥 닷 컴 (.com)이다"라며 "서울대 재학생, 교원, 동문들의 커뮤니티라고 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누가 만들었는지 누가 가입하는지 알 수없는 곳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대 재학생, 교원, 동문들이 함께 하는 커뮤니티라면 규모가 얼마나 되어야 할까?"라며 "일단, 서울대 재학생은 2019년 기준 2만8천명 가량 된다. 학부가 1만7천 그리고 석사박사 과정 학생이 만명이 넘는다. 어학연수생만 세어도 3천명이 넘는다. 이중에 스누라이프를 사용하는 학생은 몇명일까? 더군다나 이번 투표에 참여한 학생은 몇명일까?"라고 따져 물었다.

우 교수는 "서울대 정교수, 부교수, 조교수 숫자가 2천명이 넘는다. BK교수, 기금교수 등등 다 합치면 4천5백명쯤 된다. 명예교수만 천명이 넘는다"라며 "매년 졸업생은 몇명일까요? 학부랑 석사만 해도 7천명은 된다. 그럼 10년 동안 배출된 학생이 7만명이다. 지금 50대 초반 정도되는 사람들까지 생각해서 30년 동안 배출된 학생은 20만명쯤이라고 대략 잡을 수 있겠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대 재학생, 교원, 퇴직자, 동문을 포함한 말그대로 서울대를 대표하는 커뮤니티라면 몇명이 투표하면 대표성을 띄게 될까?"라며 "1280명? 예비군 훈련 가서 군대 갔다온 사람 조사하면 100%다. 축구동호회 가서 축구가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조사하면 비율이 매우 높다. 스누라이프, 네 그렇게 생각하시면 된다"라고 했다.

아울러 "서울대 학생들이 주로 가는 사이트는 따로 있다."라며' 그런데 신문에는 스누라이프만 나온다. 왜냐하면 짜장면이 먹고 싶은데, 거기가 중국집인 거"라고 꼬집었다.

우 교수는 "분석도 엉터리"라며 "1280명이 3명씩 복수 투표했으니 총 3840개의 표 중에서 1184표를 받았으면 31%쯤 받은 거다, 89%가 아니라. 기사에 나온 1위, 2위, 3위... 주욱 더해보면 100%가 넘는다. 아마도 총 300%가 되겠죠?  아무리 89% 라는 숫자로 윤석열이 압도적으로 1위가 되었음을 강조하고 싶어도 그렇지. 산수는 제대로 해야 한다"라고 비꼬았다.

그는 "수만명, 아니 십만명이 넘을 서울대 커뮤티니를 대표한답시고 달랑 1280명이 투표한 결과가 매우 개그스럽다"라고 냉소했다.

스누라이프에서는 지난 7월에는 ’2020 상반기 부끄러운 동문상' 이란 것을 만들어 이런 중복 방식으로 조사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총투표수 1704표 중 1550표(90%)를 얻어 1위로 만든 전력이 있다.

김두일 차이나랩 대표도 페이스북에서 "스누라이프가 학교 이메일(학번) 인증만 하면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니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타인의 개인정보를 가져와서 가입하고 여론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라고 했다.

이어 "그렇다 하더라도 (누가 보아도) 일베소굴처럼 보이는 스누라이프가 서울대를 대표하는 여론이 되었다는 것에 서울대 동문 혹은 서울대 학생들은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는 것인지 나는 궁금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저 여론이 진짜 서울대 재학생과 동문들의 생각이라면 '서울대 수준 정말 별로다'라는 비판을 들어도 마땅하고 그게 아니고 일베들 놀이터라 보편적 서울대 동문들은 방관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도 나는 문제라는 지적을 하고 싶은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번에도 더 큰 문제는 늘 그렇듯이 언론이다"라며 "익명의 게시판, 인증을 한다지만 얼마든지 개인정보를 가지고 조작이 가능한 게시판을 국내 최고 명문대학의 여론으로 기사화 한다는 것은 너무 목적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라고 비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온라인 커뮤니티

아울러 "언론에서 이 기사를 쓰는 이유는 서울대 동문들이 윤석열을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윤희숙, 금태섭, 진중권 등 보수진영을 지지한다는 프레임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정작 사람들은 "서울대=일베"라고 생각할 공산이 크다"라고 강조했다.

2019년 11월 스누라이프에서 서울대 존경하는 대통령 순위를 조사했더니 1위가 이명박 전 대통령 2위가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나와 가히 그 성향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참가자는 366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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