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 임은희 기자 = 1990년대에는 유독 대형사고가 잇따라 터졌다. 지난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는 건설 강국 대한민국의 명성을 말 그대로 하루아침에 무너뜨렸다. 안전불감증이 낳은 인재(人災)였다,

당시 사고 원인으로 미숙한 기술력으로 디자인과 속도를 중시한 공법 강행으로 밝혀졌다. 건설현장에서 가장 중시해야 할 안전은 무시됐다. 그 결과 무려 32명의 아까운 생명이 희생됐다.

하지만 한국인의 못된 버릇이 금새 도졌다.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되풀이하는 나쁜 습성을 버리지 못했다. 일 년도 채 안지나 또 다시 대형 참사를 맞이했다.

1995년 6월 서울 강남의 명소인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무려 500명이 넘는 희생자가 나왔고, 천 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불과 일 년 사이에 건설 한국의 명성은 산산조각났다. 이 역시 안전 불감증이 낳은 불행이다. 설계 당시부터 잦은 용도 변경과 무리한 확장 공사가 붕괴 원인으로 지목됐다. 역시 인재(人災)였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모두 인재(人災)라는 공통점이 있다. 사전에 충분히 대비했다면 아까운 인명 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발주자와 시공자, 그리고 감독자들은 이를 무시했고, 아직도 대형 참사는 끊이지 않고 있다.

반면 호주의 랜드마크가 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시공기간 연장과 공사비 확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원칙을 지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건축물로 남아있다, 공사기간 단축과 공사비 절감이 미덕인 한국 사회에서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다.

최근 2021년 예산이 법정시한을 준수하며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무려 558조원에 달하는 메머드급 예산이다, 여야는 법정시한을 지켰다는 데 기뻐하며 자화자찬을 늘어놓고 있다. 특히 자기 지역구에 예산을 끌어왔다는 홍보성 문자 보내기에 몰두하고 있다.

21대 국회에 첫 입성한 일부 초선 의원들은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드러난 졸속과 밀실협의 관행에 분노하고 있다. 아울러 실세 의원들에 의해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는 쪽지예산 관행도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예산안은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혈세로 구성된다, 의원들의 쌈짓돈이 아니다, 특히 멈출 줄 모르는 코로나19로 내년도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푼도 헛되이 쓰여져서는 안 되는 것이 예산이다. 적재적소에 예산이 편성돼야 한다는 상식이 이번에도 통하지 않은 듯하다.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과 같은 눈에 보이는 붕괴 사고만이 인재(人災)가 아니다. 예산 낭비도 대한민국을 망치는 인재(人災)다. 발주자이자 감독자인 국민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으면 시공자인 국회는 엉뚱한 일을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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