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삶을 왜곡하는 언론의 거짓프레임들, 감찰을 무력화하는 내부의 공격들. 살의마저 느껴"

"두렵고 떨리는 시간들..진실은 가릴 수 없고 어둠은 빛을 이기지 못한다"

[정현숙 기자]= 대검찰청 한동수 감찰부장은 9일 "저의 삶을 왜곡하는 언론의 거짓프레임들, 감찰을 무력화하는 내부의 공격들. 극도의 교만과 살의마저 느껴진다"면서도 "맡은 바 소임을 끝까지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과 지난 7일 검찰개혁 시국선언을 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정제천 신부. 사진/한동수 감찰부장 페이스북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과 지난 7일 검찰개혁 시국선언을 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정제천 신부. 사진/한동수 감찰부장 페이스북

이날 언론과 검찰을 싸잡아 비판한 판사 출신의 한 부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두렵고 떨리는 시간들"이라며 이같이 적었다. 한 부장은 한명숙 전 총리 사건 등 윤석열 검찰총장이 감찰을 무력화시키는 일련의 조치를 두고 정당한 감찰을 훼방한다는 취지로 그동안에도 끊임없이 맞서왔다.

한 부장의 이날 글은 전날(8일) 자신이 진행 중인 '판사 불법 사찰'에 대한 윤 총장의 직권남용 혐의 수사를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가 서울고검으로 배당해 수사 지시한 것을 두고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한 부장은 이어 "죽음으로 내몰려진 상처받은 삶들을 잊지 않겠다"라며 "진실은 가릴 수 없고 어둠은 빛을 이기지 못한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대검은 대검 인권정책관실이 대검 감찰부 수사절차에 관한 진정 사건을 조사한 결과, 한 부장이 '재판부 분석문건'을 불상의 경로로 입수해 법무부에 전달했다가 다시 수사 참고자료로 되돌려받은 점을 문제삼아 대검 감찰부의 '판사 사찰' 수사를 중단하도록 지시하고 사건을 서울고검에 재배당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판사 사찰 서울고검 배당은 "검찰총장 지시나 다름없다"라며 이날 법무부를 통해 유감을 표명하고 "신속히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예정"이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날린 상태다.

또 한 부장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쓴 '세월의 지혜'라는 책을 번역한 정제천 신부에 대해선 "그간 정의구현사제단인지 알지 못했다"라며 "존경하는 정 신부님이 저로 인해 곤혹스러웠겠다. 늘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신부님과 나란히 사진이 나오니 저로서는 영광이다. 차제에 '세월의 지혜' 일독을 권한다"라고 덧붙였다.

한 부장이 정 신부가 곤혹스러웠겠다고 밝힌 것은 조선일보 등을 비롯한 일부 언론의 보도 때문이다. 전날 조선일보는 단독 타이틀을 내걸고 지난 7일 검찰개혁 시국선언에 이름을 올린 정제천 신부가 성명 발표 며칠 전 윤 총장 감찰수사를 지휘해온 한 부장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며 '사전 모의'라는 논지로 기사를 냈다.

조선일보는 검찰의 입을 빌려 정 신부를 겨냥했다. 조선은 "검찰 일각에선 '윤 총장 비난 성명에 대한 사전 논의를 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성직자들의 이날 검찰개혁 촉구 성명을 두고 [윤석열수사 검사 만난 뒤, 尹비난 성명 낸 '정의구현 신부']라는 제목을 달고 윤 총장 비난 성명이라고 매도했다.

또 조선일보는 같은 날 [단독] 타이틀을 달고 [ '윤석열 수사' 주도한 한동수 감찰부장, 대검 조사 불응]이라는 기사를 내며 한 부장을 몰아붙였다. 비판의 초점이 한참 어긋나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대검 앞에서 회견을 열어 "남의 허물은 티끌같은 일도 사납게 따지면서 자신에겐 한없이 관대해지는 검찰총장의 이중적 태도는 검찰의 고질적 악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면서 검찰개혁을 촉구한 바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9일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총장에 대한 감찰 및 수사를 진행한 판사 출신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에 대하여 대검이 수사를 지시했다"라며 "한 부장은 '교만과 살의'를 느낀다고 토로하였다. 윤 총장이 과거 했던 말이 떠오른다"라고 적었다.

이에 최민희 전 의원이 답글을 달았다.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입니까..." 시중에 회자되는 윤 총장의 유명한 어록이다. 하지만 그는 이 수사권으로 온나라를 지금 난장판을 만들고 있다.

세상 어디에 감찰대상에게 감찰을 보고하는 시스템이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내부 비위에 대한 감찰과 지휘를 따르는 일반 수사는 엄연히 차별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같은 시각에 두고 윤 총장이 검찰권을 마구 휘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윤 총장 본인은 전현직 법무부 장관의 가족까지도 닥치는 대로 수사하면서 정작 자기를 수사한다고 위법이라고 몰아붙이고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 아울러 조남관 대검차장을 시켜 자신의 직권남용 혐의 수사를 서울고검으로 배당을 돌려놓고 빠져나갈 궁리를 하는 비겁한 처신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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