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이규진기자] 명성교회의 담임목사 승계가 세습으로 이뤄졌다. 많은 기독교인이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명성교회는 교단법을 어기면서까지 세습을 강행했다. 김삼환 원로목사 추대 및 김하나 목사 위임 예식은 11월 12일 진행됐다. 아버지 김삼환 목사의 대를 이어 담임 목사직을 물려받은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가 지난주에 첫 설교를 했다. 김 목사는 최근까지도 자신의 취임이 '하늘의 뜻'에 따라 긴박하게 결정됐다는 입장이다. 

김하나 목사는 전도서 12장 9-14절을 본문 삼아 '오직 주님'이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전했다. '오직 주님'은 명성교회 로고에 적혀 있는, 교회가 모토로 삼고 있는 말이다. 김하나 목사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 하나님 말씀을 지키는 것이 우리의 본분"이라는 말로 설교를 시작했다. "원래 우리 명성교회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신앙 '오직 주님'을 생각한다. 우리는 다시 그것을 붙잡는다. 1980년 명일동 사거리에서 시작한 이 작은 교회는, '오직 주님'의 뿌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에 뿌리를 바꾸지 않았고 뿌리를 끊어 내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도 이 뿌리는 절대로 뽑히지 않을 것이며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김 목사 부자가 오래전부터 세습을 준비했다고 볼 수 있는 정황들이 여럿 포착됐다.

지난 2015년 12월, 토요 새벽예배가 끝난 뒤 명성교회 1층 김삼환 목사 집무실에 10여 명의 청년부 교인들이 모였다. 김 목사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후임자에 대한 언급에 많은 시간을 썼다. 은퇴를 앞두고 세습에 강하게 반대해온 청년부 교인들을 상대로 사전 설득 작업을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김 목사의 은퇴 뒤 2년간 후임자를 임명하지 않은 부분도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이 시기 명성교회에 아무런 직함이 없었던 아들 김하나 목사는 청년, 대학부 회장단 선임에 적극 개입했다. 명성교회가 소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최기학 총회장) 산하 7개 신학교(대전신학대학교·부산장신대학교·서울장신대학교·영남신학대학교·장로회신학대학교·한일장신대학교·호남신학대학교)가 교단 총회를 향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전국신학대학원연합회와 각 학교 원우회 및 학우회는 '우리는 총회의 신속하고 공의로운 응답을 기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11월 20일 발표했다. 이들은 이 성명서에서 △명성교회 세습이 법적 무효이며 총회 법을 어긴 것이라는 총회장 성명서 발표 △총회 재판국의 신속·공정한 판결을 요구했다. 성명서 발표와 함께 서울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세습 반대와 관련한 행사도 열린다. 11월 23일과 30일, 오후 12시부터 미스바 광장에서 세습 사태 관련 회개 기도회가 열린다.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미스바 광장에서 서명운동 및 피켓 시위도 함께할 예정이다. 세습의 부당함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장로회 신학대학원 출신 목회자들은 오늘 동문 명의의 성명을 내고 총회 재판국의 신속한 판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재판국이 명성교회 세습을 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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