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논설주간.
김병호 논설주간.

방하착이라. 참 어려운 말이다. 放下著은 무소유를 의미하는 불교 용어인데 손을 내려 밑에 둔다는 뜻이다.

흔히 ‘내려놓아라’, ‘놓아 버려라’는 의미로 불교 선종에서 화두로 삼는 용어이다. 삶의 인연 따라 잠시 나에게 온 것뿐이지 본래 어디에도 내 것이란 것은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마치 자신의 것인 양 붙잡고 놓으려 하지 않고 있는 것이 괴로움의 시작이란 것을 모르고 있다고 일갈한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가 바로 ‘방하착’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지난 세월 동안 국내외 재벌 등이 그 많은 돈을 내려놓고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나버렸다. 그 돈들이 얼마나 아까울까?

우리는 주머니에서 만 원짜리 지폐 한 장 잃어버려도 온갖 동선을 찾아 헤매는데 그 재벌들은 모두 내려놓고 갔다.

그 돈은 그다음 누군가 소유하게 될 것이다. 그러다 그 사람 역시 모두 내려놓고 떠나갈 것이다. 문제는 내려놓기까지의 과정인데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몸부림치고 죽임을 향해 밀고 당기면서 아귀다툼하며 생활하고 있다.

60세인 사람이 70세까지 산다고 가정하고 그동안 넉넉잡아 밥 하루에 여섯 번 먹는다 하자, 일 년 먹으면 2,190끼가 된다. 십 년 먹으면 21,900끼가 된다. 그런데 뭘 더하고 싶은가?

부부생활, 관광, 양질의 옷, 고급차량, 다 즐기고 살아도 21,900끼면 끝나는 인생인데 온갖 못된 짓 해가며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그렇다고 놀고먹을 팔자가 되면 몰라도 놀고먹을 팔자 되는 사람이 국민 중 과연 몇 %나 될까? 방하착이라 해서 돈을 벌지 말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쉽게 말해 깨우치고 살라고 하는 것이지 알거지가 되어 살라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사랑도 하고 내 여자, 내 남자도 찾아보고 죽기 전에 즐겁게 사는 것을 누가 책망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 못사는 인생, 떠날 때 소유하지 못하는 재물 등을 빗대어 선하게 살아가라는 뜻으로 피력한 것일 게다.

우리는 끊임없이 밀려오는 욕망의 사슬을 쉽게 포기하며 살아갈 수 없기에 방하착 할 수 없는 것이다.

누구든 ‘소확행’ 할 수 있는 위인이라면 얼마나 좋겠냐만 인생은 ‘윤회’ 되지 못한다는 것은 알고 있으면서 마치 윤회 되는 것처럼 일부 종교계에서는 말하고 있으나 죽어보지 않았기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이솝우화 중에서 ‘여우와 두루미’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여우는 여우가 먹기 쉬운 납작한 그릇에 국을 담아 줘야 하고, 두루미는 두루미가 먹기 쉽게 목이 긴 병에 국을 담아 줘야 한다.

그런데 여우가 두루미를 초대했을 때 어떻게 했나? 반면 두루미가 여우를 초대했을 때 어떻게 했나? 여우와 두루미 모두 방하착 하지 못했기 때문에 서로를 골려준 우화가 우리 곁에 맴돌고 있는 것이다.

사회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떼거리를 지어 몰려다니면서 오늘의 역병을 방기한 것은 아닌지? 가슴에 손을 얹고 명상해 봐야 할 때다.

지방에 살아보니 작은 권력에 목메는 사람들을 흔히 보며 그 권력에 매료되어 행세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넘쳐난다. 거듭 강조해 완장 찬 사람들을 본다는 뜻이다.

그들의 행보를 보면서 한없는 측은함과 함께 불쌍한 마음이 떠나질 않는다. 그렇게 불행하게 살면서 자신은 그것을 모르고 있으므로 더욱 불쌍해 보이는 것이다. 그들에게 전한다. ‘방하착’ 하라. 그것이 답이다.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