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안갤러리 서울, 내년 1월6일까지 백남준 전
‘혁명가 가족 로봇’ 시리즈 판화작품도 눈길

볼타
볼타

[ 서울=뉴스프리존] 편완식미술전문기자= 오랜만에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1932-2006)의 전시가 내년 1월6일까지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실험적인 작업을 통해 현시대 그 어떤 예술가보다도 미래를 명확하게 예견하고 표현한  비디오 설치와 회화 작품을 볼 수 있다.

백남준은 1960년대에 존 케이지(John Cage), 요셉 보이스(Joseph Beuys) 등과 플럭서스(Fluxus) 그룹에서 활동하며 미술, 퍼포먼스, 음악, 이벤트를 넘나드는 전위적인 예술을 선보였다. 그는 기존의 예술 전통을 거부하고, 새로운 매체를 활용한 대중과 소통하는 예술을 실현시키고자 하였다.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평가받는 백남준은 비디오 설치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설치미술의 범위를 넓혔고, TV를 넘어 컴퓨터와 각종 과학기술까지 동원하는 오늘날의 미디어 아트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무제
무제

백남준은 현대사회에 있어 중요한 인물을 TV 모니터와 여러 오브제를 사용하여 인간 형상을 만들었다. 전시에 소개되는 로봇 작품 ‘볼타(Volta)’(1992)는 3대의 소형 모니터로 이목구비를 만들고, 몸체에 해당하는 구형 TV 케이스 안에 네온으로 볼트(V)의 형상을 만들어 넣은 비디오 조각이다. 작품명 ‘볼타(Volta)’는 연속 전류를 공급해줄 수 있는 전지를 최초로 개발한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알레산드로 볼타(Alessandro Volta)의 이름을 딴 것이다. 전압을 측정하는 단위인 볼트(V)는 그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본격적인 전자 시대로의 진입을 암시했던 백남준의 예지적 면모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품 ‘호랑이는 살아있다(Tiger Lives)’(2000)는 새천년을 맞아 DMZ 2000 공연에서 선보였던 첼로와 월금형태의 대형 비디오 조각을 변주한 작품이다. 1996년 뇌졸중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해진 백남준은 아이처럼 단순한 선으로 그리기 시작했는데, 영상에는 휠체어에 앉아 크레파스로 어린이가 낙서하듯이 천진난만하게 호랑이를 그리는 작가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후 화면이 빠르게 전환되며 북한에서 제작된 호랑이 다큐멘터리, 민화 속 호랑이의 모습이 등장한다. 백남준은 역사적 고난을 이겨내고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는 한민족의 모습을 강인한 기상과 생명력으로 굳건하게 산야를 누빈 호랑이에 투영하였다.

전시에 소개되는 회화 작품들은 비디오 아트에서 받은 영감을 평면 예술로 승화시킨 백남준의 예술적 시도를 느껴볼 수 있다. 작품 ‘진화, 혁명, 결의(Evolution, Revolution, Resolution)’(1989)는 구형 텔레비전과 라디오 케이블을 이용해 높이 3m의 비디오 조각으로 제작되었던 ‘혁명가 가족 로봇’ 시리즈를 판화로 제작한 것이다. 각각의 로봇에는 마라(Marat), 로베스피에르(Robespierre), 당통(Danton), 디드로(Diderot)등의 제목이 붙어있는데, 이들은 모두 프랑스 혁명과 관련되어 비극적 종말을 맞이했던 인물들이다. 로봇 이미지에는 ‘암살’(마라), ‘혁명은 폭력을 정당화하느냐’(로베스피에르), ‘웅변’(당통) 등과 같이 인물의 특성과 관련된 문구가 적혀있다. 이것은 글과 이미지 사이의 상관관계를 제시하는 백남준의 언어에 대한 관심을 엿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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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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