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리대금업이 발달한 일본은 한국보다 한발 앞서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일본에선 1970년대 후반부터 고금리로 돈을 빌려 쓴 서민들이 원리금을 갚기 위해 또 다른 대출을 받는 '대출 돌려막기'가 성행했다. 이에 채무자가 자살하거나 강도 등 범죄를 저지르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당시 일본 정부가 허용한 최고이자율은 연 109.5%에 달했다. 결국 일본 경찰은 2003년 불법 사채업자 수사만 전담하는 전담반을 신설했다.

2006년엔 일본 대부업법이 개정되면서 최고이자율이 연 20%로 낮아졌으며 과다한 채권 추심을 규제하는 한편 규제 위반에 대한 벌칙을 강화했다. 최고이자율 20%는 현행 34.9%인 우리나라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은 수치다.

이자제한법에 이어 2009년 과잉 대출 규제와 대부업 등록 제한도 강화됐다. 50만엔이 넘는 돈을 빌리려면 소득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또 대부업을 하려면 자본금이 5000만엔 이상 돼야 하고 자격시험도 통과하도록 했다. 사금융을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현재 1999년 약 3만개였던 일본 내 대부업체 수는 현재 2000여 개 수준으로 줄었다.

◆ 서민보호 사각지대 불법사금융

# 아내 수술비가 급히 필요했던 자영업자 박 모씨(42)는 월세계약서를 담보로 서울 소재 사채업자로부터 1년 만기 조건에 월 이자 15%로 300만원을 빌렸다. 박씨는 원리금 외에 돈을 빌릴 당시 선이자 50만원과 수수료 5만원을 추가로 지불해야 했다. 이자를 내지 못하면 사채업자는 박씨에게 전화를 걸어 "덩치 큰 사람을 보내겠다"고 협박을 했다. 박씨가 빌린 돈은 선이자와 수수료를 감안하면 연 200%에 달하는 고금리다.

 

# 직장인 김 모씨(36)는 최근 한 불법 금융상품 사이트를 믿고 투자했다가 낭패를 봤다. 해당 사이트는 FX마진거래(해외통화선물거래)를 통해 18개월 동안 투자 원금에 따라 월평균 3~8% 고수익을 보장하고, 만기에는 원금도 보장해 준다고 홍보했다. 김씨는 이 말을 믿고 5000만원을 투자했지만 해당 상품에서 손해가 발생하면서 투자한 돈을 모두 잃고 말았다.

대표적 사금융 행태인 고금리 대출은 물론 주식 투자·파생상품 거래를 하면서 원리금 보장을 약속하거나 고수익 부동산을 미끼로 자금을 모집하는 유사수신 행위도 증가하고 있다. 불법 사금융은 개인파산은 물론 가정 파탄, 자살 등 각종 사회적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또 탈세, 자금세탁 등 불법 금융거래 양산으로 금융시스템 전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금융시장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사금융 피해 상담·신고 건수는 1만1334건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2년 1만8237건, 2013년 1만7256건에 비해 갈수록 신고 건수가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서민들 피해는 여전한 실정이다.

사금융 피해가 늘어나는 것은 법정 최고이자율이 계속 인하되면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 대부업체들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지하경제로 숨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66%였던 최고이자율은 네 차례 인하돼 현재 34.9%까지 낮아졌다. 실제로 금융당국에 등록된 합법적인 대부업체 수는 2012년 1만895개에서 지난해 말 기준 8694개로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임승보 대부협회장은 "영업 환경이 어려워 사라진 대부업체들이 대부분 음성화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불법 사금융 근절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사금융 근절을 위해 대부업체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다양한 피해자 구제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먼저 금융위원회는 대부업체 진입부터 영업에 이르기까지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대부업법 개정안 도입을 추진한다. 대부업을 등록할 때 최저자기자본제를 도입해 진입 규제를 강화하고, 대형 대부업체의 감독 주체를 지방자치단체에서 금융위로 가져와 불법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방침이다.

잠정적으로 300여 개 대부업체가 금융당국 감독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대부업자도 소비자 보호 기준을 마련하고, 보호감시인 감독하에 이를 실천해야 한다.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고 대부업을 영위하면 향후 영업이 불가능하다.

금감원은 대부업법상 법정이자율(34.9%)을 위반하는지, 폭행·협박과 같은 불법 채권 추심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단속할 방침이다. 고객 신용도와 상관없이 34.9% 최고 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대부업체에는 금리를 내리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또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불법적으로 자금을 모집하는 유사수신업체에 대한 불시 암행감찰도 실시하기로 했다.

최근 대출 신청자에게 저금리 대출을 중개해 주는 것처럼 가장해 대출 수수료를 가로채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금감원은 불법 대출 중개수수료를 받는 데 활용된 계좌를 금융거래 차단 대상에 포함시키고 해당 업체 명단을 공개할 방침이다.

불법 대부광고를 발견하거나 불법 사금융 피해를 당한 소비자는 국번 없이 1332를 통해 상담받으면 된다. 금감원은 대부금융협회와 연계해 연 34.9%를 초과한 이자분을 반환해 주는 채무조정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은행 대출이 어려운 서민들은 공적 대출중개회사인 '한국이지론'에서 본인에게 맞는 서민 금융상품을 안내받을 수 있다.

김상록 금감원 서민금융지원국 팀장은 "개인회생·파산절차가 필요한 채무자들은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線지키는 先진금융,. 서민보호 사각지대 불법사금융 ◆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 모씨(38)는 최근 서울 강남 사채업자에게 2000만원을 월이자 20%에 빌렸다. 선이자 200만원과 수수료 300만원도 현금으로 내야 했다. 이렇게까지 과다한 이자를 낸 것은 김씨가 은행은 물론 제2금융권에서도 많은 빚을 지고 연체한 탓에 더 이상의 대출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사채업자는 "선이자를 받은 적이 없다"며 발뺌을 했다. 사채업자는 A씨에게 선이자를 포함한 빌린 돈 일체와 그에 따른 이자를 한꺼번에 상환하라고 요구했다. 사채업자가 김씨의 처가 식구들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위협하는 바람에 김씨는 최근 아내와 이혼할 위기에 몰렸다.

 

범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척결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대출과 대출사기·채권추심·유사수신행위 등 불법 사금융으로 인한 서민들의 피해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20일 개인신용평가회사인 NICE평가정보에 따르면 불법 사금융 이용자는 최대 140만명, 이용 규모는 약 1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주로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저신용자로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하기 어려운 서민들이다.

불법 대부업체들은 주로 학생이나 주부, 저신용자 등을 대상으로 살인적인 고금리의 이자를 뜯어내거나 폭행·협박 등 불법 채권추심 행위를 일삼고 있다.

불법 사금융의 경우 살인적인 고금리 탓에 한 번 발을 담그면 헤어나기 어려운 것으로도 조사됐다. 사금융 이용자 중 현행 법정 상한금리인 연 34.9% 이하로 돈을 빌린 경우는 10명 중 1명꼴에 불과한 반면, 연 120%가 넘는 초고금리를 적용하는 경우는 무려 26.2%에 달했다.

금융감독원은 불법 사금융 근절을 위해 '민생침해 5대 금융악 시민감시단'을 200명으로 확대하고 불법 사금융 신고포상금액을 올릴 방침이다. 경인지역을 시작으로 이달 말부터 불법 사금융과 민원이 많은 100여 개 대부업체를 대상으로 특별 단속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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