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시일반

▲ 김덕권 전 원불교문인협회장,칼럼니스트

지난 11월 15일 오후 2시, 포항시 북구 북쪽 7km 지역에서 규모 2.2의 지진이 발생하였습니다, 이어 몇 차례 소규모 지진이 시작 되더니 마침내 역사상 두 번째로 큰 지진인 규모 5.4의 본진이 터졌습니다.

이 규모 5,4 큰 지진이 의외로 포항지역에 큰 피해를 입힌 것 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동남아시아 순방 후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지진 소식을 듣고 귀국하는 대로 수석 · 보좌관 회의를 소집하여 대책을 논의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낙연 총리는 행정안전부에 지진으로 인한 인명피해 여부 등 피해상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전 행정력을 동원해 현장에서 피해자 구조지원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지요.

1997년 금모으기운동이 생각납니다. IMF 구제금융 요청당시 나라의 부채를 갚기 위해 국민들이 소유하던 금을 자발적으로 내어놓은 운동이지요. 그 당시 우리나라의 외환 부채가 304억 달러에 이르렀었다고 합니다. 그 때, 약 351만 명이 참여한 이 운동으로 무려 227톤의 금이 모인 것입니다.

달러로 환산하면, 약 21억 3천 달러어치의 금이었습니다. 저도 그 때 가지고 있던 금 부치를 몽땅 내 놓았습니다. 심지어 마고자에 달린 금단추까지 내놓았지요. 이렇게 국가경제의 어려움 속에서 국민들의 자발적인 희생정신의 대표적인 사례가 이 금모으기 운동이었습니다.

그 때의 정신이 이어져서인지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 이재민을 돕기 위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22일 경북도와 포항시 등에 따르면 이들을 돕기 위해 전국의 시 · 도 그리고 기업, 연예인 등이 성금 모금에 나서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까지 모인 성금은 전국재해구호협회 74억 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26억 원 등을 합해 100억원의 큰 성금이 모인 것입니다.

인기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도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포항 돕기에 나섰습니다. 인기 트로트 가수인 장윤정은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포항지진피해주민을 위해 써달라며 5000만원을 기부했습니다. 국민MC 유재석은 희망브리지전국재해구호협회에 5000만원을, 배우 이영애는 한국장애인재단에 5000만원을, 동방신기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5000만원을 각각 기부했다고 합니다.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 홍보대사인 배우 박신혜는 포항지역 국내아동들을 위해 써달라며 5000만원을, 배우 설경구, 송윤아 부부는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에 5000만원을 각각 기부했습니다. 그 외에도 JTBC 장성규 아나운서도 재해구호협회에 1000만원을, 축구선수 황희찬도 3000만원을 각각 기부했습니다. 이 성금은 지진피해로 고통 받는 포항지역 저소득 가정 아동들을 위한 생계비 및 지진피해 복구 등에 지원된다고 합니다.

포항시 관계자는 “전국에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며 “모금된 성금이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말에 <십시일반(十匙一飯)>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열 사람이 한 숟가락씩 밥을 보태면 한 사람이 먹을 만한 양식이 된다는 뜻이지요. 그러니까 여럿이 힘을 합하면 한 사람쯤은 도와주기 쉽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예전에는 스님들이 선방에서 안거(安倨)를 할 때 각자 먹을 쌀을 지고 갔다고 합니다. 선원에 미두(米頭)라고 쌀을 관리하는 소임도 있었고, 끼니마다 자신들이 먹을 만큼 쌀을 내놓았습니다. 또 객승(客僧)이 오면 모두 밥을 한 숟가락씩 덜어서 주었는데, 이것이 ‘십시일반’의 유래라고 합니다. 그야말로 조금씩 마음을 내어 서로 돕자는 뜻으로 옛날부터 내려오는 우리의 미풍양속이이지요.

이 십시일반의 가장 뜻있는 예로, 1907년 나랏빚 1천300만 원을 갚기 위한 ‘국채보상운동’이 있습니다. 당시 전 국민 25% 이상이 참여한 경제주권회복운동이 대표적인 예이지요. 1907년부터 1910년까지 나라 빚을 갚기 위해 남성들은 담배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여성들은 반지를 팔아 돈을 만드는 과정을 쓴 수기와 언론보도 등 일제 항거의 역사가 남아있는 문건 2천472건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고 합니다.

국채보상운동은 사람들의 작은 마음이 합치면 얼마나 큰일을 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지금도 사회 곳곳에서 추위를 걱정하며 힘들게 겨울을 지내야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을 위해 김장나누기 또는 연탄 나누기 등을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봉사하는 고마운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조금씩 자기 것을 내어 놓는다면 다 함께 살아가는 아름다운 이야기는 계속해서 진행 될 것이 아닌지요?

우리가 이렇게 십시일반운동에 참여하는 것이 훌륭한 공덕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이 공덕을 짓는 데에도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심공덕(心功德)입니다.

남을 위하고 세상을 구원할 마음을 가지며, 널리 대중을 위하여 기도하고 정성을 들이는 것입니다. 남을 위해 마음으로만 빌어주어도 엄청난 공덕으로 이어진다는 뜻입니다.

둘째, 행공덕(行功德)입니다.

각자의 육근(六根 : 眼耳鼻舌身意)작용으로 덕을 베풀고, 땀 흘려 번 정재(淨財)를 희사하며, 자기의 소유로 보시(布施)를 행하여 남에게 이익을 주는 것입니다.

셋째, 법공덕(法功德)입니다.

대도정법(大道正法)의 혜명(慧命)을 이어받아 그 법륜(法輪)을 시방삼세(十方三世)널리 굴리며, 정신 육신 물질로 도덕회상(道德會上)을 크게 발전시키는 공덕입니다. 이 공덕이야 말로 우리 덕화만발 가족이 맑고 밝고 훈훈한 세상을 펼쳐가는 공덕으로 최고의 공덕일 것입니다.

지금 포항 시민들이 이 추운 날씨에 체육관에서 텐트를 치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다 미어집니다.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동포(同胞)들의 따뜻한 손길일 것입니다. 저도 우리 원불교여의도교당에서 포항 지진 피해자를 위한 성금에 정성을 다했습니다. 우리 모두 심시일반으로 최고의 공덕을 펼쳐 가면 어떨 까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11월 23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본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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