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병든 기업이 부지기수고, 기업이 않는 병이 여러 가지인 데도 병든 기업을 치료하고 기업의 건강관리를 진단하고 도와줄 종합병원이 없다는 게 의문이고 아쉽다.
세상엔 기업관련 연구소나 기업진단 전문 업체, 교육훈련기관이 많다. 그러나 병든 기업의 건강을 진단하고 치료해 주며 건강 상담을 통해 예방 차원에서 관리해 주는 기업병원은 없다. 대학에 종합병원이 있고, 의과대학에선 의사를 비롯한 의료분야 전문 인력을 양성하지만, 기업의 병 치료나 전문 ‘기업 의사 E-Doctor’를 양성하는 데는 없다.

병든 기업을 말할 때 ‘경영부실’이라 하는 것은 ‘병자’라 표현하는 것과 같다. 기업이 앓고 있는 병을 보면, 사람이 앓는 질병 못지않게 많고도 다양하다. 병원에 치료분야에 따라 여러 과가 있듯이 기업의 병 역시 여러 가지에 치료방법이 많다. 
기업의 병을 치료하려는 과정도 병원의 그것과 흡사하다. 진찰과 검사에 해당하는 진단과 조사, 치료에 해당하는 문제의 개선, 회복관리에 해당하는 진단사후관리가 그렇다. 뿐만 아니라, 사람의 건강관리를 위한 종합건강진단과 상담, 예방접종, 건강교육 등 예방의학 차원의 일들처럼 기업도 경영진단과 상담, 문제예방조치, 교육훈련을 한다. 병원에 의사와 간호사, 치료사와 기술자가 있듯이 기업에도 외부에 경영컨설턴트가 있고, 개선담당 관리자와 스페셜리스트가 있다. 병원이 치료비를 받듯이 기업도 진단 및 개선에 대가를 지불한다. 

병원의 역할 중 병자 치료와 맥락이 같으면서 전혀 다른 두 가지가 출산과 사망관련 일인데 그것 또한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탄생하는 창업 및 창업보육과 죽은 기업을 정리, 청산하는 일이 병원처럼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다. 그처럼 병원의 역할과 기능이 기업의 그것과 내용과 과정에 있어 별로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라면, 기업 의사는 기업밖에 있고 치료에 대한 책임을 의사처럼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기업전문병원’이라고 따로 없다는 것인데, 특히 중소기업 전문병원이 그러하다. 경영컨설팅을 전문업으로 하는 회사가 일종의 기업병원인 셈이라고 말하지만, 병원과 달리 치료중심이 아니며, 그나마 형편 좋은 큰 기업들이 고객일 뿐이다.

과거에 중소기업청 산하에 임의단체로「경영기술지원단」을 발족시킨 적이 있다. 무의촌격인 중소기업들에게 상담지도를 봉사하려는 목적이었는데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며 그것과 유사한 법정단체를 또 만들어 양립시킴으로써 결국 그 첫 단체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의 퇴물 꼴이 되고 말았다.
기업 의사라고 할 수 있는 기업진단사나 경영컨설턴트도 의사와 달리 투약과 수술, 입원치료 등 그 치료영역이 넓지 못하며 치료에 대한 의무와 책임이 무겁지 않다. 또한 병원과 달리 기업이 경영개선을 위해 컨설팅을 받아도 의료보험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없다.  창업하는 경우만 중소기업창업지원법상에 규정된 창업상담 비용의 일부를 보조 받을 뿐이다.

기업의 부실이 파산지경에 이르렀을 때 법적으로 화의和議와 법정관리라는 중병의 치료제도가 있긴 하다. 전자는 채무자의 파산을 예방하기 위해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체결하는 강제적인 계약이고, 후자는 파산으로 인한 채권자의 피해를 줄이고 기업에 회생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일정기간 채무의 변제를 동결하고 이자의 지급을 감면해 주는 제도다. 그러나 그런 조치란 다분히 중병 들어 사용하는 사후약방문의 성격이 짙기 때문에 병든 기업의 회생에 그다지 적합한 처방이 아니다.

<기업전문병원>이 필요한 이유는 많지만 그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지적하기란 어렵지 않다. 
개인이 병들어 쓰러지면 한 개인이나 가정의 불행이 되지만, 기업이 망하면 그 불행은 수많은 개인과 가정을 망가뜨리며 실업 등 사회와 국가의 불안으로 번진다는 데 그 심각하고 현격한 차이가 있다. 기업이 병들어도 찾아갈 마땅한 병원이 없어 병을 키우고 종국에 비극적인 사태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대단한 모순이다. 국민건강은 국가적 과제라 지나치리만큼 소중히 다루면서도, 기업 건강은 으레 기업 스스로 알아서 챙겨라 무관심한 것은 기업부실화의 병이 얼마나 무서운지 무지한 탓이다. 기업을 병들게 만드는 요인은 기업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 예컨대 저 품질 정치나 부패한 관리, 에도 많기 때문이다. 허구한 날 말썽인 의료보험의 재정손실이 엄청나다 하나, 기업의 부실화로 작살 낸 빚이나 부실기업 되살리겠다며 쏟아 붓는 희생자금에 비하면 약과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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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자랑하는 경제부흥과 민주화의 반세기 세월에 안팎의 병균에 전염돼 알게 모르게 멍들고 썩어 망가진 기업의 골병이 외환위기를 만나 부도라는 죽을병으로 도졌다.
그때 위기관리에 아마추어인 ‘국민의 정부’가 겁먹어 조급해진 돌팔이 의사처럼 내린 긴급수혈 조의 ‘공적자금’은 자그만 치 1백60조원 이라는 사상초유의 거금이었다. 그 처방이 기업원리나 시장원리에 얼마나 무지했거나 의도적으로 그것을 무시한 채 졸속으로 시행했던가는, 곧 이어 드러난 사실상 회수불능 상태에 빠진 자금의 규모가 수십조 원에 달했고, 수혈 받은 기업의 다수가 회생에 실패했다는 사실로 여실히 증명되었다. 기업 전문의가 아닌 돌팔이 의사 때문에 죄 없는 납세자들은 장차 누대에 걸쳐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떼인 치료비를 세금으로 더 물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기업 병이 무서운 것은, 그것이 개인의 삶을 망가뜨리고, 가정의 평화를 깨며, 사회에 온갖 불안을 야기 시킨다는 엄청난 충격이다. 막말로 개인이 병들어 죽는다 해도 그것은 박복한 인생과 불행으로 끝날 수 있지만, 기업이 망하면 그런 불행은 물론 생으로 실직이라는 줄초상을 내고 가정과 사회와 국가경제를 위험에 빠트리게 된다. 기업의 건강이나 병을 기업 자체의 일로 내맡길 게 아닌 것이다.
지금 기업들이 어떤 병을 앓고 있으며 기업 스스로 병을 고칠 수 있는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를 이 좁은 지면에 일일이 적기란 불가능하다. 그것에는 고질적인 중병도 있고, 유행성 전염병도 있으며, 암처럼 잠복한 채 이행되고 있는 병도 있다.

그 대표적인 병명을 간단히 살펴보자면 이렇다.
전근대적인 지배구조에 서식하는 독선경영, 부정한 회계 관행, 낮은 생산성에 핀 곰팡이 독 같은 노사분규 등은 고질이다. 노동 기피, 섣부른 벤처 짝사랑, 졸속한 종신고용 포기의 후유증인 한 식구 유대의식의 퇴조 등은 유해성 질병 종류다. 힘세고 탐욕적인 이기주의, 고질화된 인순, 비리와 부정 등은 건강한 백혈구 매크로피지를 잡아먹는 악성 종양이다. 병원엔 허 준에 견줄만한 명의들이 있으나 협동의 이치로 경영하는 기업엔 그런 명의 경영자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한테 응급사태가 벌어지면 구급차를 불러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실려가 즉각 응급조치를 받을 수 있지만 기업은 당장 부도가 나게 생겼어도 찾아갈 마땅한 응급센터가 없다. 은행이 난파지경을 헤매는 기업의 등대 노릇을 하거나 죽게 된 기업을 소생시키는 데 의사처럼 나서는 슈바이처 이기는커녕 죽어가는 기업한테 한 푼이라도 더 빚 받아 내려는 냉혈기관임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세상엔 뽐내는 정치가, 인정받는 석학, 능력 있는 전문가가 많다. 그런데, 지천인 병든 중소기업을 위해 병원을 짓고 인술을 베풀 도움천사들이 언제 나타날는지는 모르겠다. 
기업 건강을 관리해 주고, 기업이 병들지 않도록 미리 예방해 주며, 기업이 병들었을 때 신속하고도 효과적으로 치료에 나선다면, 경제적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실업의 감소, 경기의 활성화, 생산성의 향상, 수익성의 제고 등 여러 가지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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