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정치권의 모든 관심은 4월에 치러질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집중될 것이다.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의혹으로 퇴진해서 만들어진 불필요한 선거다.

대한민국 최대 도시인 서울과 부산의 수장을 새로 뽑아야 하는 상징성보다 더 큰 의미가 있는 이번 보궐 선거는 여야 모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권의 레임덕과 내후년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이기 때문이다.

여권은 후보자 선출을 놓고 잠시 당내 진통을 겪었지만 결국 후보자를 내기로 했다. 자당 소속 시장의 불리스러운 의혹으로 보궐 선거의 원인을 제공했지만 두 지역이 갖는 상징성과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전략적 요충지 확보라는 실리를 외면할 수 없었다.

서울은 지난 2011년 이래 3연속 승리을 거둬 절대로 빼앗길 수 없는 최대의 전략적 가치가 있는 곳이고, 부산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낙동강 벨트 석권의 시발점이다. 또한 지난 총선 PK 패배를 설욕할 기회다.

보수 야권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1년 오세훈 전 시장의 사퇴 이후로 한 번도 점령하지 못한 서울 수복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고자 한다. 수도 서울의 탈환은 실지(失地)회복뿐만 아니라 정권 재탈환의 교두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부산도 반드시 사수해야 할 전략적 요충지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PK 패배의 진앙지는 부산이었다. 다만 지난 21대 총선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총선 참패의 수모를 조금이나마 씻을 수 있었다. 이번 보궐 선거에서 부산을 다시 회복한다면 낙동강 벨트는 다시 보수의 텃밭으로 삼을 수 있다.

이 정도되면 여야가 이번 서울과 부산의 보궐 선거에 사활을 걸만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치적인 실리보다는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이번 보궐 선거 당선자의 임기는 고작 1년이다. 내후년 지방선거까지 맡는 임시직이다. 전임 시장의 추문으로 흐트러진 시정과 민심을 다독거려도 모자를 시간이다. 하지만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는 여야 후보들의 발언을 들어 보면 대선 출마와 자신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한 기회로 삼는 모양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내후년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가 서울시장을 대선 교두보로 삼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부산도 비슷한 양상이다. 국책사업인 동남권 신공항 건을 가덕도 신공항으로 졸속 추진하고 있다. 여야 모두 비슷한 분위기다. 보궐 선거 표를 의식한 발언들이 난무하고 있다. 국민의 이익보다는 지역의 이익이 우선시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또한 불과 8개월 전에 당선된 일부 국회의원들도 군침을 흘리고 있다는 현지 전언이다.

이번 보궐 선거는 당초 없어도 되는 불필요한 선거다. 시정 공백에 대한 책임과 사죄 그리고 남은 1년의 임기를 시민을 위한 무한 봉사의 시간으로 삼겠다는 정치인이 안 보인다. 서울과 부산의 옳은 시정(市政)을 위한 시장이 필요하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는 묻지마 출마는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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