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한 속편이다. 23일 개봉하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은 규모를 키우는 데만 열을 올리는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 속편의 함정을 잘 피해간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쳐낼 수 있도록 플롯의 흐름을 잘 잡아냈다.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한 스펙터클을 곳곳에 배치해 눈요기거리도 놓치지 않았다. 전편 못지 않은 만족도를 선사할 만한 속편이다.

‘어벤져스’의 출발점이 토르(크리스 헴스워스)와 이복동생 로키의 대결이었다면 ‘어벤져스2’의 시작은 토니 스타크(아이언맨ㆍ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만든 인공지능 울트론의 위협이다. 인간이나 괴물, 로봇이 아닌 인공지능이란 점에서 신선하지만 결국엔 로봇의 외형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유사 장르의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어벤져스 영웅들은 러시아 소코비아에 숨겨진 로키의 창을 되찾는데 성공하지만 최면술과 염력에 능한 완다 막시모프(스칼렛 위치ㆍ엘리자베스 올슨)의 공격으로 심리적인 내상을 입는다. 자신의 실수로 동료들이 몰살당하는 환영을 본 스타크는 로키의 창에 있는 에너지와 자신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결합해 평화 유지 프로그램 울트론을 만든다. 하지만 스타크의 뜻과 달리 이 프로그램은 어벤져스를 적으로 간주하고 이들을 없애려 한다. 울트론의 최종 목표는 인류의 멸망. 로봇의 몸을 빌려 무적의 악당이 된 울트론은 한국인 유전공학자 헬렌 조(수현)를 세뇌시켜 자신의 인공지능을 내장한 안드로이드를 만들려 한다.

어벤져스 멤버들이 하나 둘씩 모이고 서로의 개성이 충돌하는 모습에 집중한 1편과 달리 2편은 불완전한 영웅들이 무적의 악당과 상대하는 과정을 그린다. 스티브 로저스(캡틴 아메리카ㆍ크리스 에반스)와 신경전을 벌이는 스타크가 “난 어두운 면이 없는 사람은 믿지 않아”라고 하는 것처럼 조스 웨던 감독은 슈퍼히어로의 약점에 주목한다. 이들의 약점은 갈등의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하나로 뭉치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어벤져스2’가 뻔한 스토리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것 중 하나는 새로 등장한 캐릭터들이다. 어벤져스의 숙적 집단 히드라 소속의 악당 바론 본 스트러커가 실험으로 만들어낸 쌍둥이 남매 완다 막시모프와 피에트로 막시모프(퀵실버ㆍ애런 테일러 존슨)는 어벤져스에게 큰 위협이 되고, 울트론이 만든 안드로이드 비전(폴 베터니)은 울트론과 어벤져스의 전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시나리오 작가이자 감독인 조스 웨던은 다양한 캐릭터들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한편 각 시퀀스마다 화려한 액션으로 채운 작은 클라이맥스들을 배치해 2시간 21분의 상영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했다. 2억 5,000달러를 쏟아 부으며 영국과 이탈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23개 지역에서 촬영한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한국 촬영 분량일 것이다. 헬렌 조의 근무지로 나오는 서울의 마포대교와 세빛섬, 청담대교, 강남대로, 상암동 등이 어벤져스와 울트론의 대결 장소로 등장한다. 한강과 다리, 빌딩숲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화려한 액션 장면은 국내 관객에게 잊지 못할 인상을 남길 듯하다.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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