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는 뉴스를 보다 깜짝 놀랐습니다. 체널을 돌리는데 어떤 학부모가 “우리 아이 사립학교에 꼭 보내고 싶은데 경쟁률이 너무 높아 안타깝다”는 얘기를 들은 것입니다. 초등학생의 자녀를 둔 학부모… 내 아이 남부럽지 않게 똑똑하고 훌륭하게 키우고 싶은 마음이야 어느 부모인들 다르겠습니까? 그런데 사립학교를 보내고 싶어 하는 이 어머니가 자녀를 사립학교를 보내겠다는 이유에 그만 모골이 송연해졌습니다.

초등학생 어머니의 대담의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지난 한 해 코로나로 공립학교는 비대면으로 공부를 시키는 바람에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고 아까운 한 해를 놀다시피 보냈다. 사립에서 공부하는 아이들과 차이가 너무나 화가 난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내 아이 공부를 더 많이 시키기 위해 코로나 19 펜데믹상황에서도 위험을 무릎 쓰고 학교에 보내야 한다…? 이 얘기를 듣는 순간 우리 엄마들의 ‘경쟁, 효율, 1등 지상주의’가 얼마나 머릿속 깊숙이 각인되어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2021학년도 서울 사립초등학교의 입학 경쟁률은 15 대 1에 육박했고 10 대 1을 넘은 학교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쟁률이 이렇게 높아진 이유 중의 하나는 공립초등학교는 ‘사전 녹화된 수업 영상이나 EBS 위주로 틀어주는데…’ 반해 사립초등학교에서는 ‘거의 모든 과목에서 교사가 실시간으로 진행하는 쌍방향 수업이 이뤄졌다.’며 그래서 공립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 비해 사립은 ‘아이들은 쌍방향 원격수업을 진행해 대면 수업 못지않게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어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학부모들은 언제부터 ‘교육은 상품이다.’, ‘경쟁이나 효율의 극대화로 금쪽같은 내새끼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이 배워 보다 좋은 학교… 일류학교에 보내서 SKY, 의사, 변호사 판검사를 시켜야 해! 그래서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직장에서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훌륭하게(?) 키워야 해!’… 이런 생각을 하는 학부모가 많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다 SKY, 의사, 변호사 판검사...RK 될 수 있을까요? 아니 그런 세상이 가능하기는 할까요? 어쩌다 언제부터 ‘SKY 출신, 의사, 변호사, 판검사’만 훌륭한 직업, 선호의 대상이 되었을까요?

‘교육은 상품이다!’ 1997년 12월 30일 교육부 고시 제1997-15호로 고시된 7차교육과정. 국민 공통 기본 교육과정과 고등학교 선택 중심 교육과정으로 구성된 이 교육과정의 핵심은 교육을 ‘수요와 공급’이라는 상품으로 보는 ‘교육관’으로 짜여진 교육과정입니다. 교육을 보는 두 가지 교육관. 그 하나는 ‘교육은 상품’이라고 보는 ‘교육관’이요, 다른 하나는 ‘교육은 공공재’라고 보는 교육관입니다. 제가 여기서 다시 설명하지 않아도 교육이 상품이 되면 우리교육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핀란드를 비롯한 유럽의 대부분의 교육선진국들은 교육은 ‘공공재’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나 일본 미국과 같은 나라는 ‘교육은 상품’이라는 철학으로 교육과정을 짜놓고 있습니다. 왜 ‘경쟁, 효율의 극대화’, ‘일등 지상주의, 일류대학’이 교육의 목표가 되어 있는지 알만하지 않습니까? 교육을 상품으로 보면 아이들은 일등만이 살아남는 삭막한 경쟁에 내몰리게 되는 것입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하는 내 아이가 삭막한 경쟁에 내몰리는 전장(?)에 내팽개쳐도 좋은가요?

백번 양보해 ‘경쟁과 효율’이 필요한 시대라고 합시다. 그래서 아이들을 ‘국어도 만점, 영어 수학도 만점, 체육도 미술도 음악도 만점’을 받아야 한다? 저는 사람을 ‘인재’라고 표현하는 것을 싫어하지만, 백번 양보해 국가가 길러내겠다는 인재란 ‘스티브 잡스’형일까요. 아니면 ‘에디슨’형일까요? 실제로 중세시대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같은 천재가, 근대사회에 들어와서는 에디슨과 같은 ‘팔방미인형’의 인재가 대접받는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4차산업사회에는 ‘통합과 창의 융합형의 혁신 마인드의 인재’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이제 알파고가 할 일은 알파고에게, 사람이 할 일은 사람에게 맡겨야 합니다. 팔방미인의 에디슨형을 길러내겠다는 가치관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입니다.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식이 사라진… 이겨야 살아남는 무한경쟁의 삭막한 인간을 길러 그런 사람들이 코로나 19와 같은 세상을 만들어 놓지 않았습니까? 마실 물도, 숨 쉴 공기도, 땅과 하늘과 바다가 온통 오염투성이로 만들어 놓은 일등짜리들이 사람이 살 수 없는 지구로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닌가요? 얼마나 더 경쟁에 내몰려야, 얼마나 더 일등 지상주의에 시달려야 더불어 사는 세상 사람 같은 사람을…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드는 교육을 할 수 있을까요? 이제 교육이 상품이라는 교육관은 쓰레기통에 던져 버려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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