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행정부의 징계결정을 무효로 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사법신뢰도 꼴찌이다. 그 원인 중 하나가 부패에 무감각한 우리네 정서에 있겠고, 그런 무감각에 편승하여 사찰 권력인 경찰, 검찰, 법원이 정화기능을 바로 하지 못하는 데 있다. 그냥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공권력 부패를 부추기고 있어서, 공권력과 금력(돈)의 범죄가 판을 치는 데 일조하고 있다. 더구나 한국의 검사, 판사는 고의나 실수 여부를 막론하고 잘못 수사하고 잘못 판결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다음은 그 한 사례이다.
대통령이 재가하여 검찰총장에게 2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는데, 법원이 여드레만에 이를 무효화했다. 이것을 두고 검찰과 법원의 사법권력이 한 통속이 되어 행정부 수장에게 반기를 든 사법쿠데타로 지칭된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사법개혁에 맞서 법조카르텔이 기득권층의 저항을 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 검찰총장 윤석열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내린 ‘직무배제’ 조치가 일주일 만에 법원에 의해 취소되었고(2020.12.1), 그로부터 보름 만에 법무부장관이 내린 ‘2개월 직무정지’ 조치가 다시 여드레만에 법원에 의해 최소되었다. 후자는 법무부 징계위원회의 의결 절차를 거치고 법무부장관의 품의를 거쳐 대통령이 재가한 사항이다.

검찰총장에게 주어진 징계 사유는 검찰이 판사를 사찰 문건을 작성했는데, 여기에 검찰총장인 윤석열이 관여 한 점, 자신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고 또 대검찰청 내 감찰을 중단한 점 등이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판사 사찰문건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다. 이러한 문건들이 작성되면 안 되고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인정했고, “자신의 측근에 대한 감찰을 검찰총장이 노골적으로 방해했고, 그 방해가 부당하고, 잘못된 조치”라는 점을 인정했다. 그래 놓고는 다른 한편으로 징계처분을 집행정지하는 모순된 결정을 내린 것이다.

범죄 혐의자는 탄핵하지 않고 제도적으로 사법개혁을 추진한다?

이 같은 사법쿠데타를 앞두고 여당 일각에서는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같은 여당 내 다른 일각에서는 이를 만류한다. 후자 측에서 탄핵을 하지 말자고 하는 이유가 두 가지이다. 하나는 국회에서 탄핵을 해봐야 헌법재판소에서 그 국회의 결정조차 무효로 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 때문이란다. 다른 이유는 “윤석열 개인을 상대로 하지 말고, 그 대신 제도적으로 사법개혁을 추진하자”고 한단다.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고, 재판 배심원제를 추진하는 것 등이다. 다시 말하면, 사람을 탄핵하려 하니 헌법재판소가 다시 무효로 하면 안 되니까, 제도 개혁을 추진하자는 것인데. 이게 좀 말이 앞뒤가 안 맞다.

이 같은 국회의 논리라면, 사람 탄핵하는 것이나, 제도 개혁하는 것이 다를 바가 하나 없다. 다 똑같이 헌법재판소의 벽에 막혀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지게 될 것이다. 국회는 존재 이유가 하등 없고, 헌법재판소 눈치나 보는 하등기관으로 전락했다. 웃겨도 한참 웃기는 국회, 국회는 스스로를 무기력하고 처참한 상황으로 몰고가고 있다.
헌법재판소 문제를 빼고 이야기해도 웃기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공수처 설치 법안이 통과된 것이 작년 12월 말이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에도 공수처는 설치되지 못했다. 야당이 몽니 부리고 있고, 여당 안에도 ‘샤이(숨은 이)’ 개혁에 반대하는 이들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 수는 생각보다 많을 수도 있다. 통과된 법도 시행을 못해서 1년을 넘기는 판에, 뭐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고, 배심원재판소 제도를 도입할 것이라고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방향은 그런 것이 백 번 맞다. 문제는 어느 정도 실행력이 뒤따라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선은 탄핵을 그만 두고 제도 쪽으로 방향을 틀자고 하니, 그럴듯한 말같이 들리겠지만, 그리고 언젠가는 그리 될 것이겠지만, 지금은 아주 아주 먼 길을 걸어가고, 돌아도 가고 해야 한다. 그 먼 길 가는 동안, 법원에서 범죄 혐의가 소명된 마당에도 자리를 그대로 꿰차고 주저 앉아 있는 이는 갖은 장난을 치고 심술을 부려댈 것이다. 그것은 고스란히 민초들의 피해로 내려앉을 전망이다.

지금 국회에서 하는 말을 고쳐서 다시 말하면 다음과 같다. 윤석열을 탄핵한다는 것이 당장에 드센 저항을 불러일으켜 감당하기가 어렵고, 또 윤석열이 탄핵되어 없어지고 나면 공수처 설치가 그런대로 순조롭게 되어 조기에 탄생되거나, 또 탄생 된 다음에도 코드가 안 통하는 이가 공수처장 자리를  덜커덩 차고 들어 앉을까봐, 걱정들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윤석열을 그대로 두고 싸우는 시늉을 하는 편이 낫다. 제도 개혁은, 익히 보아왔듯이, 하는 시늉만 하면 된다. 탄생이 되고 안 되고는 크게 문제가 아닌 것이다. 결국, 한편으로 윤석열은 들어앉아서 마음 놓고 원하는 대로 권력을 농단하고, 야당과 여당 내 ‘샤이(숨은 이)’ 개혁반대파는 이도 저도 아니게, 어정쩡하게, 아무런 개혁도 효과적으로 추진하지 못함으로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국회가 헌법재판소를 겁낸다?

국회는 명색이 민초들이 선출하여 뽑은 300명 의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헌법재판소는 9명의 임명직 재판관들이다. 행정부 수장 대통령이 재가한 징계처분을 법원이 뒤엎은 상황을 눈앞에 보면서도, 국회가 이 헌법재판소를 미리 겁을 내고 있다. 임명직 9명 재판관이 300명 선출직 국회의원 위에 군림하고 있는 판이다.
사실은 헌법재판소가 국회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다. 여당이 사법개혁을 하겠다고 요란하게 떠들고 있으나, 거기에 동조하는 여당 국회의원들 자체가 다수인 것 같지 않다. 앞에서 떠드는 이들은 열손가락 미만이고, 다수는 마지못해 끌려가는 듯, 침묵하고 있다. 찍히기 싫어서 당의 방침에 따라 표결에 찬성표를 던지지만, 이면에서 사법개혁에 발목을 잡는 이들이 적지 않은 현실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정치풍토가 부패에 쩔어왔기 때문에, 공수처가 생기면 현 야당만 당하는 것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위정자는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로 드러나고 있듯이, 최근 비리 혐의로 공식적으로 야당 당적을 파낸 박덕흠, 전봉진 의원 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현재 자신이나 가족 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의원들이 있다. 한국의 비리 풍토는 여야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이다.
그러니 사법개혁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이들뿐 아니라 음성적으로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 야당은 드러내놓고 반대하고 여당에는 음성적으로 반대하는 이들이 있다. 윤석열을 탄핵해봐야 헌법재판소에서 다시 무효가 될 것이라고 지레 겁을 내는 이들이 바로 이들이다. 아예 탄핵 같은 것은 입밖에도 내지 말자는 뜻이다. 그러나 공직자가 범죄 혐의가 소명이 되면 징계를 하고, 그도 안 되면 탄핵을 하는 것이 맞다.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탄핵 조치를 무효화한다? 그러면 그 헌법재판소가 월권하지 못하도록 다시 개조해야할 판이다. 그러나 그런 것을 하기 싫은 것이다. 국회의 결정을 헌법재판소가 무효화할 것이기 때문에 아예 탄핵 이야기는 꺼내지 말자고 주장하는 이들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다.” 한 사람 탄핵 여부가 문제가 아니다. 이들은 원천적으로 국회 권위 자체의 서열이 사법 권력 아래에 위치한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여기는 이들이다. 탄핵을 거론할 것까지도 없고, 이들은 이미 법원에서 윤석열에 대해 내린 징계처분 취소 결정도 마음 속으로 환영하고 있는 이들인 것에 틀림없어 보인다.

뜬금없이 ‘관습헌법’ 논리를 들고나와서 신수도건설법을 무효로 한 헌법재판소

다시 2004년으로 돌아가보자. 노무현 대통령 당시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로 통과되었던 신수도건설법을 헌법재판소에서 무효화하여 실천하지 못했던 사실을 기억하도록 하자. 여기에 주목할 것이 있다. 겉으로는 헌법재판소가 무효로 한 것 같지만, 사실은 든든한 뒷배경이 있다. 세종시로 행정수도를 옮기기 싫은 사람들이 있어서 이 법안을 헌법재판소로 가져갔고, 또 ‘샤이’ 반(反)개혁파들이 막 싸인을 보내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이미 사법쿠데타를 획책하고 거기에 동조하고 있었던 이들 말이다. 이들은 알게 모르게 행정부에서 추진하고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로 통과된 법안을 저지할 방법을 사법부에서 찾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맞아떨어졌다. 헌법재판소도 앞뒤 봐가면서 결정을 내린다. 이렇듯, 사법쿠데타는 헌법재판소의 작품만으로 보면 안 되는 것이고, 지금 일어난 법원의 사법 쿠데타도 같은 맥락에 있다.

그때 당시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그 법안에 찬성투표를 던진 사람들 가운데도 신()행정수도건설법에 반대하는 이들이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진정으로 찬성을 하는 것이라면, 그 앞길을 막는 헌법재판소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든 제재를 가하는 방법을 모색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헌법재판소 결정을 그대로 수용했으며, 신수도 건설의 시도는 놀랍게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버렸다. 지금도 그때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신수도를 건설하지 못했다는 점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국회의 결정이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에 있다. 선출직 대통령을 수장으로 둔 행정부와 300명 국회가 1명 판사에게 꼼짝 못하고, 9명 헌법재판관 앞에 포획된 신세가 되었다. 과거에는 행정부에서 추진하고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로 통과된 법안을 9명 헌법재판관이 무효로 하여 앞을 막았고, 이번에는 불법 혐의가 소명 된다고 하면서도, 또 대통령이 재가를 한 징계처분인데도, 1명 판사가 그 징계처분을 무효로 돌렸다. 사법쿠데타 앞에서 민주의 삼권분립은 무너졌고 지금도 무너지고 있다.

그보다 더 큰 문제가 또 있다. 겉으로는 그저 사법쿠데타같이 보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법쿠데타가 아니라 공직자, 위정자가 민초를 배반하고 있는 것이다. 겉으로는 국회와 사법부가 대립하고 있는 것 같은데, 사실은 같이 놀아나고 있다. 판사가 말 안되는 판결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안 생기는 것은 다 같은 물에 놀기 때문이다. 미리 서로 눈도장을 찍고 하는 짬짬이, 짜고 치는 고스톱판이다. 거기에 예외적으로, 얼 손가락 내외의 여당 국회의원들이 진실로 개혁을 염원하여 목메고 있을 뿐이다. 몇 명이 앞장서서 떠들 뿐이라는 말이다. 나머지 침묵하고 있는 대다수 여당 국회의원들은 ‘샤이(숨어서 드러나지 않는 이들)’들이다. 행여 개혁이 될까봐 겁이 나서 안으로 용을 쓰고 있는 ‘샤이’인 것이다. 여당 내에서 “윤석열 탄핵 해봐야 헌법재판소에서 무효가 될 것이기 때문에 아예 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이가 바로 그런 이들이다.

법원과 헌법재판소 결정에 말 안되는 모순이 있어도 견제되거나 처벌받지 않는다  

이렇듯,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에서는 정부의 징계 조치와 국회의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하면서 이것을 무효로 한다. 그런데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결, 결정이 아무리 엉터리라도 교정할 수 있는 장치가 전무하다. 정부나 국회에서 한 것은 잘하나 못하나, 수틀리면 법원에 가서 깨지는데, 법원은 엉망으로 판결을 해도 그대로 유효하고, 견제도 안 받고, 깨지는 법도 없다니, 웃기지 않나? 대한민국이 민주국가라고 하는 말은 실이 없는 헛소리이다.

이번 윤석열 징계조치 무효 결정에서는 판사가 징계규정 조차 숙지하지 못했다. 판사가 징계위원회의 ‘심의’와 ‘결정’ 절차의 개념을 혼동하여, 정족수 개념을 잘못 적용시켰다는 것이다. 규칙에 따르면, 심의위원 7명 중 과반수가 심의에 참가하면 위원회가 개최된다. 그런데 그 중 이해충돌 등 기피 사유가 있는 경우, 해당 당사자는 결정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것이 규칙이다. 4명이 위원회 개최에 참가하면 일단 과반수가 넘어서 정족수가 충족된다. 그 후 사안에 따라 각기 기피사유가 있는 1명이 번갈아가며 결정에 참가하지 않아도, 이것은 위원회 개최 자체를 불법으로 하는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담당 판사는 이런 ‘심의’에 필요한 정족수를 정족수 규정과 무관한 ‘결정’의 절차에도 적용함으로써 오류를 범하였다.
이 같은 법원 판결에 보이는 해석상 오류는 그 자체로서 견제, 교정받을 수 있는 장치 자체가 현재 대한민국에는 없다. 이런 웃기는 상황은 2004년 헌법재판소에서 말도 안 되는 ‘관습헌법’의 ‘깜짝’ 논리를 들고나와서 신수도건설 법안을 무효로 결정한 것에서 이미 선례를 남기도 있다.

제왕적 사법권력 탄생의 원인은 비겁한 국회에 있다

제왕적 사법 권력이 탄생되게 된 원인은 바로 국회에 있다. 정부에서도 국회에서도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머리가 안 돌아가서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다수 국회의원들이 개혁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민초들이 빤히 보고 있으니, 개혁 입법안에 드러내놓고 반대할 수가 없어 일단 찬성은 하되, 반개혁파들은 ‘사보타쥬(훼방)’ 하는 방법을 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찾은 것이다. 사법쿠데타는 이렇듯 다수 야당은 물론 여당 다수 의원의 묵인과 방조하에서 가능한 것일 뿐이다. 행정, 입법, 사법 3권으로 구성된 정부가 다수 민초의 바램을 농락하고 있다. 개혁에 목 메는 소수 여당의원을 빼고 말이다. 

그 증거가 있다. 대통령 징계처분을 법원이 취소한 다음 양산 지역구 김두관 의원이 윤석열 징계를 주장하고 나섰다. 그랬더니 야당이 김의원을 무차별 인신공격하고 나섰단다. 이런 사태를 두고, 김의원은 윤석열을 선봉에 둔 뒷배경이 국힘당인 증거라고 일갈하고 나섰다. 또 김의원을 ‘또 하나의 추미애’, ‘국회 안의 추미애’라고 하는 말들이 돌아다닌다.

김의원은 윤석열을 꼭두각시로 부리고 있는 것이 국힘당인 증거라고 말했으나, 그 저변에 또 다른 현상이 숨어 있다. 국힘당이 다른 여당 의원들은 다 가만 놔두고, 김두관 의원만을 욕하는 것은, 다른 의원들은 그 국힘 야당이 원하는 노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여기에 여야가 따로 가는 것이 아니고, 국회와 법원, 헌법재판소가 다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엿보게 된다. 다 한 통속이다. 

이렇듯, 사법쿠데타의 근원적 책임은 국회 자체의 직무유기에 있다. 이 같은 국회의 비겁함은 윤석열을 탄핵하고 안 하고 하는 것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과거에 말도 안 되는 헌법재판소의 ‘관습헌법’ 논리를 말없이 수용했고, 지금도 대통령이 재가한 징계에 대해 법원이 깔고 뭉개어도, 국회는 헌법재판소를 겁내어 벌벌 떨고 있는 시늉만 하고 있다. 이런 국회를 둔 민초는 앞으로도 어떤 수모를 당할지 알 수 없는 지경에 처해 있다. 그 수모는 겉으로만 수모일 뿐, 내면으로는 개혁에 저항하는 ‘샤이(드러나지 않고 숨은 이들)’들에게는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기꺼이 감당하는 ‘수모’인 것이다.
 
공직자가 불법을 행해도 고의가 없었다면 무죄가 된다?

행정 및 사법적 징벌의 의미는 잘못에 대한 응분의 처벌이란 의미도 있으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후일을 경계하는 예방기능이다. 이 예방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이번 윤석열 2개월 정직처분에 대한 법원의 취소 결정에서도 드러났다.
윤석열의 장모는 허위잔고증명서를 만든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고의가 아니었다’라고 변명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 재수사하고 있는 이 사건은 과거에 이미 수사를 거쳤던 것이며, 그 때 윤석열의 장모는 무혐의 처분되었다. 과거 당시 윤석열은 여전히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으로 있었고 유망한 검찰청장 후보였다.

고의가 없었다고 변명하기만 하면 불법을 행해도 다 무죄가 될 판이다. 혐의가 소명되는 판에도 ‘고의성’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빌미에 기대어, 행정부 최고 수장인 대통령이 재가한 징계를 법원에서 뒤집는 판이다.

공직자나 개인을 가리지 않고 이제 누구라도 불법한 행위를 하고서는 목적성 고의가 없었다라고 하기만 하면, 대통령이 재가한 징계처분도 별볼일 없이, 처벌받지 않고 본안소송에서도 승소의 길이 열린단다. 이것이 판사의 판단이다. 대한민국에 부패가 만연하고 사법신뢰도가 꼴찌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부패 천국의 막다른 골목에 처해있다.

브라질 사법쿠데타 '세차작전'의 주역 '세르지우 모루'/사진: AP 연합뉴스
브라질 사법쿠데타 '세차작전'의 주역 '세르지우 모루'/사진: AP 연합뉴스

사법 쿠데타의 전례는 이미 브라질에서 있었다

기억해 두자.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법쿠데타는 브라질의 사법쿠데타를 주도한 엘리트 연방판사 세르지우 모루를 연상시킨다는 사실을. ‘세차작전’(Operation Car Wash)이라 불리는 모루의 사법쿠데타 작전이었다. ‘깨끗한 손’(Mani Pulite)의 세차작전은 이탈리아의 정치부패 소탕을 기치로 내걸었다. 2014년 수석 판사가 된 모루는 브라질 정치인들과 고위공직자들의 대규모 돈세탁, 거대한 반부패 스캔들, 뇌물과 공금유용 사건 수사를 지휘하여 수많은 선출직 정치인과 고위공직자를 구속시키고 사법처리 함으로써, 국민들로부터 대단한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모루의 세차작전 수사는 방법과 목적에서 깨끗한 손과 달랐다. 예비구금제도, 대중의 분노, 언론플레이를 통해 그는 정치인들과 고위공직자들을 공격했다. 반부패 수사를 기치로 내건 세차작전은 민주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정치적 목적을 가진 사법쿠데타였다. 모루와 야당은 룰라 대통령의 후임 민선 여성 대통령으로 등장한 지우마 호세프를 예산작성 규칙 위반이라는 정책적 실수 혐의로 탄핵시켰고(2016.5.13), 노동당 정권을 함께 붕괴시켰다. 또 호드리구 자노트 검찰총장은 호세프를 계승한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했고(2017.6.26), 겨우 소추를 면한 테메르는 식물 대통령으로 남은 임기를 마쳤다. 다시 모루는 당시 지지율 80%의 룰라에 대한 사법 공격에 들어갔고, 2017년 돈세탁과 간접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시킴으로써, 룰라의 2018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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