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타시

어느 덧 경자 년(庚子年)도 저물고 신축 년(辛丑年)의 새 해가 밝았습니다. 지난해는 온 나라가 미증유(未曾有)의 코로나 19사태가 몰고 온 고통을 이겨내기가 무척이나 힘든 한해였지요. 이제 새 해에는 희망이 양양한 한 해가 되기를 진리 전에 빌고 또 빌어 봅니다.

지난 한 해는 너무나 암울(暗鬱)했던 한 해였습니다. 매년 한 해를 결산을 연말에 교수신문에서 발표하는 사자성어(四字成語)를 보면 대개 그 한 해를 정의(定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교수신문에서는 2020년의 사자성어로 <아시비(我是他非)>를 선정했다고 합니다.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뜻이지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을 한자어로 옮긴 신조어입니다. 교수신문은 12월 7일~14일까지 교수 9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588명(32.4%·복수 응답)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를 선택했다고 12월 20일 밝혔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정치·사회 전반에 소모적인 투쟁이 반복됐다는 이유라고 합니다. 아시타비는 같은 사안도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의미를 한자어로 표현한 것입니다. 교수들은 올해 신종 코로나 19의 확산이라는 국가적 위기에서도 정치·사회적으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아시타비’의 자세가 두드러졌다고 본 것이지요.

특히 정치권에 대해 ‘다수당 입장에서는 다수결 원칙에 따른 의사결정이 민의를 대변하는 것이지만, 소수당 입장에서는 그것이 권력의 전횡이요, 독재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시타비’를 추천한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아시타비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는 사실에 서글픈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는 “올 한해 유독 정치권이 여야 두 편으로 갈려 사사건건 서로 공격하며, 잘못된 것은 기어코 남 탓으로 공방하는 상황이 지속했다”며 “정치적 이념으로 갈라진 죽기살기식의 소모적 투쟁은 이제 협업적이고 희망찬 언행으로 치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아시타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396명(21.9%)의 선택을 받은 사자성어는 ‘후안무치'(厚顔無恥)’였다고 합니다. 낯이 두꺼워 뻔뻔하고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의미이지요.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빗댄 ‘첩첩산중'(疊疊山中)’은 4위에 올랐다고 하네요. 이 말은 코로나19로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상황에서 조류인플루엔자와 돼지 열병까지 겹친 현실을 나타낸 것을 지적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새 해에도 우리는 그렇게 암울한 세상을 살아야할까요? 희망이 양양한 신축 년에는 적어도 ‘아시타비’같은 부정적인 사자성어는 나오지 않아야 합니다. 그 방법은 오직 「자리이타(自利利他)」길을 가야한다는 것입니다. ‘자리이타’는 ‘나도 이롭고 남도 이롭다’는 뜻입니다.

‘자리이타’는 불가(佛家)에서 수행의 이상을 나타낸 말입니다. 자리(自利)란 스스로를 이롭게 한다는 뜻입니다. 수도(修道)의 공덕(功德)을 쌓아 그로부터 생기는 복락(福樂)과 지혜 등, 과덕(果德)의 이익을 자기 자신만이 향수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지요.

이에 대하여 이타(利他)란 다른 이의 이익을 위하여 행동하는 것을 뜻하며 자신의 이익뿐만 아니라 모든 중생의 구제를 위해 닦는 공덕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자리’와 ‘이타’가 조화를 이루면서 동시에 완전하게 실현된 상태가 곧 자리이타의 원만(圓滿)함이 실현된 세상인 것입니다.

이러한 세계가 바로 부처의 세계인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이 더 많이 가지려한다는 것입니다. 남보다 더 많이 소유하려면 누군가는 나보다 더 적게 소유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재물을 예로 들면 누군가 적게 일하고 많이 받는다면 누군가는 많이 일하고 적게 받기 마련입니다.

권력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 앉아서 명령한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는 그 명령을 받아 처리해야 한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한 사람의 성공이 빛나려면 수많은 사람들의 실패가 있어야 하고, 한 사람이 소유하는 재화의 양이 크면 클수록 기본적인 욕구조차 해결할 수 없는 빈곤한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추구하는 성공은 본질적으로 남에게 고통을 떠넘기고 얻은 대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금 우리 사회는 성공하려면 다른 사람의 희생을 딛고 올라서야 하는 구조입니다. 내 성공에는 필연적으로 다른 누군가의 실패가 뒤따라오는 것이지요.

내 이익을 위해서는 타인에게 손해를 끼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우리는 타파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자리이타의 길’입니다. 다시 말해 ‘아시타비’의 사회가 아니라 '나도 옭고 너도 옳은' ‘아시타시(我是他是)’의 사회입니다. 정치와 경제 또 사회 그리고 나라가 되어야 ‘아시타비’같은 어두운 세상은 사라질 것입니다.

우리 모두 ‘아시타비’의 세상을 ‘아시타시’의 세상으로 만들어 희망찬 새해를 열어 갑시다. 그리고 신축 년 새해에는 모두 ‘아시타시’의 세상을 만들어 가시기를 심축(心祝)드립니다. 여러분! 새 해 복 많이 지으세요!

단기 4354년, 불기 2565년, 서기 2021년, 원기 106년 元旦

덕 산 김 덕 권 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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