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포스트
  • 네이버tv
  • 다음카페
  • 네이버회원가입
기상관측의 선구자들
상태바
기상관측의 선구자들
지금, 이 혹성에서 일어나는 일 – 13
  • 김종익
  • 승인 2021.01.04 11: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리 사야카 森さやか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태생.
2011년부터 NHK 영어 방송 ‘NHK WORLD - JAPAN’에서 기상 앵커로 근무.
『토네이도의 불가사의』『날씨 구조』 등의 저서가 있다.

오랜 세월에 걸친 기상청 조사에 따르면, 새해 첫날 요코하마가 맑게 갤 확률은 80%로, 한 해 동안 두 번째로 맑을 확률이 높다고 한다. 어린 시절, 아침 일찍 일어나 남동쪽에서 떠오르는 새해 첫날의 해돋이와 서쪽에 우뚝 솟은 후지산을 바라보며 설 기분에 젖고는 했다.

그러나 겨울철의 맑은 날은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흐린 날과 습한 날이 계속되는 일본해 쪽과는 달리, 맑고 건조한 날이 많은 태평양 쪽에서는, 탱탱하고 뽀얀 하얀 피부를 갖는 일은 난망하다. “후지산이 보이는 지방에 미인은 없다”라는 속담도 있지만, 요코하마에서 성장한 나로서는 듣기 거북한 말이다.

지상에서 보면 아름다운 겨울의 후지산도, 산꼭대기에는 영하 20℃의 저온과 태풍과 같은 폭풍으로, 바로 옆으로 눈이 날아가는 국내 최고의 악천후가 형성되어 있다. 이 지옥 같은 겨울의 후지산에, 메이지 시대 사재를 털어 관측소를 세우고 기상관측에 도전한 부부가 있다. 닛타 지로新田次郞[1912~1980년. 소설가]의 저서 『부용인芙蓉の人』의 소재가 된 노나카 이타루野中到, 치요코千代子 부부다. “3,776m의 후지산 정상에 기상관측소가 생기면, 예보는 틀림없이 적중할 것이다”라는 신념으로, 전인미답의 겨울 등정에 도전해 설산에 머물며 관측을 계속했다. 유감스럽게도 설날을 맞이하기 전에 병으로 하산했었지만, 두 사람의 공적이 있어 1932년 공식 관측소가 건설되었다.

관측 자료는 앞선 사람들로부터 위탁된 전달이며, 그 덕분에 오늘날의 지구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날의 지구는 왜 변화한 것인지. 과거 기록과 비교하면서, 최근 일어난 사건을 소개하고자 한다.

■ 거대한 우박과 자

우박이 내릴 때 자를 손에 든 사람을 발견했다면, 그 사람은 십중팔구 기상 덕후이리라. 일반적으로 지름 5mm 이상의 얼음은 우박, 그 미만은 싸라기눈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해외의 우박은 이런 작은 범위로는 분류할 수 없다. 미국기상학회 등에서는 10㎝ 이상의 소프트볼 크기의 우박을 ‘자이언트’, 15㎝ 이상의 멜론 크기의 우박을 가르강튀아Gargantua[라블레Rabelais의 소설 『Gargantua and Pantagruel』에 나오는 거인 왕]로 부른다. 가르강튀아는 중세 프랑스 이야기에 나오는 거인에서 유래한다.

가르강튀아 크기의 우박은, 세계에서 지금까지 두 차례만 보고되었다. 한 번은 2010년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에서 발견된 지름 20㎝의 우박, 또 한 번은 2018년 아르헨티나 코르도바주에 내린 지름 24㎝의 우박이다. 그리고 2020년 10월, 사상 세 번째로 아프리카 북부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에서 지름 20㎝ 이상으로 보이는 우박이 발견되었다.

다만 과거에는, 그 이상으로 큰 우박이 내린 적이 있다. 1917년에는, 사이타마현 구마가야熊谷에서 지름 30㎝, 무게 3㎏이 넘는 호박처럼 큰 우박이 내렸다고 기록되어 있다. 틀림없이 세계 최대 기록이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증거 불충분으로 공식 기록은 되지 못했다.

그런데 어떻게 이번에 우박의 크기를 특정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발견자가 손 위에 우박을 놓은 사진을 투고함으로써, 외국의 어느 교수가 손과 비교해 크기를 추정했기 때문이다. 덧붙여 앞의 미국 우박의 경우, 발견자가 우박을 칵테일용 얼음으로 쓰려고 냉동고에 보관했기 때문에 증거가 남아있었다. 정말 미국다운 결말이다.

관측 자료는 증거가 첨부되지 않으면, 어둠에 묻히고 만다. 우박을 발견하면 카메라, 가능하면 자와 저울도 가지고 달려가고 싶다. 어쩌면 세계 기록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 거대한 파도가 지나간 후의 비장감

우박처럼 형체가 있으면 좋은데, 그렇지 않은 것의 관측은 어떻게 할까. 이전에 지진 진동은 기상청 직원이 의자에 앉아 체감으로 정했다고 하는데, 파도의 경우 또한 비슷하다. 오늘날에도 눈으로 보고 측정하는 것이 있으며, 훈련을 쌓은 관측자가 뛰어난 ‘직감’을 바탕으로 높이를 정한다. 여기에 더해, 레이더와 해상 부표와 같은 조금의 오차도 없는 측정도 이루어지고 있다.

2020년 10월 말, 아일랜드 근해에서, 22m라는 경이적이라고 할 만한 높은 파도가 관측되었다. 22m라면 7층 건물, 또는 삿포로의 시계탑을 상회하는 높이다. 비슷한 시기 세계 굴지의 거대한 파도가 이는 지역인 포르투갈 Nazare에서 행해진 서핑 이벤트는, 대회 사상 최대급인 18m의 거대한 파도가 일어 3만 명의 관객과 함께 대성황을 이뤘다.

이런 큰 파도는 어떤 원인으로 일어날까. 그것은 허리케인 엡실론으로 바뀐 거대한 온대 저기압이, 대서양에서 발달한 데 있다. 요 몇 해 해수 온도가 상승하는 대서양에서는, 강력한 허리케인이 발생하기 쉬워졌고, 허리케인으로 바뀐 온대 저기압도, 강한 세력으로 유럽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거대한 파도는 서퍼에게 낭보라고만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앞의 기록적인 파도로 들끓은 Nazare에서는, 엄청난 관객이 밀어닥친 결과, 정부가 신형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 확대를 두려워해 당분간 서핑을 금지하고 말았다. “하나의 시대가 끝났다…” 그 지방의 신문은 이런 비장감을 드러냈다.

■ 거대한 빙산, 충돌 위기

Nazare에 면한 북대서양은, 세계에서 가장 파도가 높은 해역이다. 이 거친 바다를 빠져나가 남극에 도달한 노르웨이 탐험가 로알 아문센Roald Amundsen은, 1911년 인류 최초로 남극점에 도달했다. 그 직후, 이 영웅은 남극에서 어떤 일본인과 우연히 만난다. 육군 군인 시라세 노부白瀬矗다. 충분하다고 할 수 없는 의연금을 밑천으로, 목조선을 개조한 범선을 타고 도쿄를 출항해 아득히 먼 남극에 겨우 도달했다. 남극점 도달 자체는 이룰 수 없었지만, 20여 일 체재하는 동안 학술 조사를 수행하며, 남극 관측의 주춧돌을 놓았다. 제2차 대전 후, 패전국이 된 일본이 남극 관측에 참여해 온 것도, 시라세의 공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여겨진다.

나라의 울타리를 넘어서 세계가 협력해 남극 관측을 계속하는 덕에, 2020년 남극은 기록적인 고온을 경험한 것이 밝혀졌다. 2월에는 남극 대륙 전체 관측 사상 최고 기온이 되는 18.3℃까지 기온이 올라, 예전 기록을 약 1℃ 웃돌았다.

영국령 사우스조지아섬으로 접근 중인 세계 최대 빙상 A-68A의 위성 사진 출처: 서울신문
영국령 사우스조지아섬으로 접근 중인 세계 최대 빙상 A-68A의 위성 사진 출처: 서울신문

따듯해지는 남극에서 지금 거대한 빙산이 남대서양의 고도에 충돌할 가능성이 있어 걱정된다. 그 빙산은 2017년에 라르센 빙붕Larsen Ice Shelf에서 갈라져 탄생한 ‘A-68a’다. 빙산의 전장은 175㎞, 너비는 50㎞로, 빙산으로는 관측 사상 최대급의 크기로 빙붕에서 분리된 후, 3년에 걸쳐 이동하고 있다. 2020년 11월 시점에서 ‘A-68a’는 영국령 사우스조지아섬에서 400㎞ 거리에 있으며, 앞으로 이 섬과 충돌하거나, 부근에서 좌초하지 않을까 여겨진다. 만약 그렇게 되면, 펭귄과 바다표범 등이 바닷속에서 크게 우회를 하지 않을 수 없어, 먹이를 기다리는 새끼가 허기가 진 상태로 기다리다 목숨을 잃는 등, 생태계에 커다란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 영국 BBC에 따르면, 과거에 이번보다 작은 빙산이 사우스조지아섬 앞바다에서 좌초했을 때, 펭귄과 바다표범 새끼들의 사체가 무수히 해안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삶과 죽음이 서로 이웃한 가혹한 남극에, 지금부터 100년이나 전에 도달해 조사 활동을 한 시라세는, 보통 인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 강인한 정신은, 그가 소년 시절 극지 탐험에 뜻을 두었을 때부터, 스승에게 가르침을 받은 다음의 훈계를 평생 지킨 것에서도 엿보인다.
“술을 마시지 않는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차를 마시지 않는다. 뜨거운 물을 마시지 않는다. 추위 속이라도 불을 쬐지 않는다.”

■ 십인십색의 관측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에도 지지 않고, 시라세 중위가 남극 조사에 도전하고, 노나카 부부가 언 손을 잡고 기록을 계속하는 모습을 떠올리면, 현재 거의 전자동의 관측이 이상하게 따분하다는 느낌이 든다. 2004년에는 후지산 정상의 유인 관측이 막을 내렸다. 얼마 전에는 ‘생물 계절 관측’을 대폭 축소한다고 기상청이 발표했다. 2021년 이후는 휘파람새와 유지매미의 첫울음, 포공영[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원줄기는 없고 이른 봄에 뿌리에서 깃 모양으로 깊이 갈라진 잎이 배게 난다]과 동백의 개화와 같은 자질구레한 기록이 끊긴다고 한다. 시대의 흐름이라고는 하지만, 관측이라는 작업이 점점 재미없는 것이 되는 듯하여 왠지 쓸쓸하다.

그 옛날, 기상청은 ‘생물’이 아닌 ‘생활’ 계절 관측 같은 기록도 가지고 있었다. 여름이면 모기장과 수영, 겨울이면 외투, 장갑, 화로 등, 각 계절을 특징짓는 사물이 등장한 날을 관측하는 것이다. 주민 20%가 쓰기 시작하면 ‘첫날’, 80%가 쓰지 않으면 ‘마지막 날’이라고 하는, 느슨한 규칙도 하나의 재미였다. 관측자 두 명 이상이, 꼼짝하지 않고 진지하게 논의해, 계절의 변화 지표를 정했다고 한다. 이 또한 시대의 흐름으로, 1960년대 말에는 모습을 감춰 버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정치핫이슈

관련기사

해당 언어로 번역 중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