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슬에 젖은 녹두 콩 수확 같은 시조집 한 권

[박재홍 기자]= 새해 벽두에 반가운 소식이다. 시조집 한 권이 느릿한 소걸음처럼 따뜻한 입김을 보이며 걸어 나왔다. 김광순 시조 시인의 가슴속 고향 집 뒤안에서 자라던 대나무로 만든 죽비가 살고 있다. 금번 시조집 또한 일도양단이요 작두를 타는 마음과 같을 것이다.

1988년 충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이래 시조문학까지 추천 완료되어 문단의 나온 후일담은 족적도 많고 이야기도 많고 특히 논산 출신의 문인들은 황구벌 노을처럼 익숙할 것이다. 대나무는 60년에 한 번씩 꽃을 틔운다는데 『녹두빛 저녘』에 깃든 시심은 시조 시단에 상서로운 조짐이라고 보아도 좋겠다.

댓잎이 시퍼런 스무살 어린 내가

몸 속 깊숙이 죽비를 걸어두고

나팔곷 뻗어오르는 여름

햇살 바라본다

죽비 전문
필자가 만난 김광순 시조 시인의 시조 속에는 여름 어느날 시퍼런 스무살 무렵의 대나무를 감아 타고 오르는 나팔꽃처럼 해살 거리며 눈길을 주고받던 서슬퍼런 시심에서 햇살처럼 건네주는 청정함이 있었다. 꽃이 핀 후에 꼬투리가 형성되고 한꺼번에 수확을 할 수 없고 열매는 꼬투리가 익어가는 순서에 따라 수확을 해야만 녹두콩이 튀지 않고 수확을 하게 되는데 이번 시집 녹두빛 저녁에서의 시인은 연륜만큼 상생과 조화에 대한 이해가 드러낸 것이라고 보인다.

모쪼록 이전 해의 첫 수확이 새해 벽두에 초발심이 되어 어지러운 시절의 어수선함을 이기고 많은 독자에게 추운 겨울을 이기는 이불속에서 읽는 시조집 한 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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