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국 전 아산시 부시장./ⓒ뉴스프리존
강병국 전 아산시 부시장./ⓒ뉴스프리존

[아산=뉴스프리존] 전영철기자= 하고 싶은 이야기(7): 복기왕 시장을 만나다.

나는 2012년 7월 아산부시장에 취임했다. 당시 복기왕 시장은 45세였다. 복기왕 시장은 이미 국회의원도 했었다. 나는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처음인사에서 “시장님은 앞으로 선거를 많이 치러야겠습니다. 그러므로 표를 구걸하면 안 됩니다.”고 했다. 시장은 동의를 했다. 그리고 시정방침이 ‘원칙, 소통, 혁신’였다. 시정방침이 좋았다.

나는 취임사에서 ‘청렴도 향상’과, ‘행정혁신’, ‘기후변화 대응’을 하겠다고 했다. 당시 아산시는 저축은행 사건으로 전임 시장과 직원들이 구속된 일이 있었다. 그래서 사무실 입구에 새겨놓고 한시도 잊지 않았다. 청렴해야만 혁신을 할 수 있고, 미래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규 직원들과 면담을 해보니, 젊은 직원들은 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특히 술잔 돌리는 것을 싫어했다. 즉시 직원들에게 이 사실을 전파하고, 부득이 회식을 하게 되면 비용은 회식에 참석한 최상급자가 부담하게 했다. 회식비가 모자라거나, 필요하면 부시장에게 오라고 했다. 올 때마다 업무추진비에서 기본 50만원씩을 주었고, 현안이 있는 부서도 챙겨주었다.

그리고 직원들이 해외여행을 가거나, 같다 와서는 문자로 보고하게 하고 대면 인사는 못하게 했다. 당시는 외국을 가면 따로 장도금을 주고, 같다오면 선물이 사오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에 이것을 타파하기 위해서다. 또한 뇌물을 가지고 오면 공개했다. 한번 공개하자 다시는 뇌물을 가져 오지 않았다.

그리고 당시 어린이집은 문제가 많았다. 나는 비위가 있음에도 고발을 하지 않으면 결재를 하지 않았다. 어느 날 아산○○○에서 고위 간부가 찾아왔다. “이렇게 원칙대로 고발하면 안 된다”, “시장이 다음에 선거에 나오지 않으려고 하느냐?”고 했지만 끝까지 원칙을 지켰다. 이후 전국 어린이 집이 비위 문제로 큰 소동을 겪을 때 아산의 어린이 집은 큰 문제가 없었다.

아울러 정부합동평가는 업무담당자를 지정하고, 결과에 따라 포상을 하고 인사고과가 이루어지게 했더니, 만년 중위권 성적이 계속 최우수(1등)가 됐다. 또한 담당과장 전결인 공모사업을, 2억 이하는 부시장 전결로, 2억 이상은 시장 전결로 바꿨더니 100억원 이상 증가했다.

나는 공무원들에게 제안을 강조했다. 이는 내가 2개 의료원, 연구원, 호텔, 정부합동평가 등에서 빛나는 성과를 거둔 것은, 내 스스로 ‘제안이라는 제도를 통해 행정의 불합리한 모습이나 비효율성 등을 개선시키는 훈련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례를 개정해서 누구나 쉽고 편하게 제안을 할 수 있게 하고, 모든 교육과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그 결과 전년보다 제안은 20%, 채택은 80% 이상 증가하고, 채택률은 15%가 넘어, 전국 1등으로 대통령 표창도 받았다.

기후변화대응을 위해서는 전문강사를 초빙해서 교육도 시키고, 직접 강사로 나서서 공무원 눈높이에 맞게 강의도 했다. 그리고 온양 6동사무소를 지을 때는 공사비를 40%이상 추가부담하면서 패시브하우스로 지었다. 이후 동사무소는 대학생들의 좋은 교육장소가 되었다. 그리고 많은 반대가 있었음에도 가축분뇨를 이용한 재생에너지사업도 적극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본인은 2006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근무할 당시 ‘여성이 행복한 도시’를 처음 제안했다. 지금까지 도시는 남성 중심 도시였다면 미래 도시는 남녀가 공생하는 도시로 만들자는 취지에서 제안했다. 이후 전국 각 자치단체가 벤치마킹을 했다. 아산시도 했다. 그래서 아산시 시장과 아산시 의회의장에게 ‘여성도 유리천장을 깰 수 있게 모든 시정에 여성을 참여시킨다는 의미로 우선 일반직 여직원을 비서로 쓰라’고 하니 어렵다고해서, 내가 수행 비서를 일반직 여직원으로 쓰게 되었다.

나는 1년 반 동안 아산부시장을 하면서 시장과 의견이 다른 적이 없었다. 때로는 ‘어린이집을 많이 고발한다.’고 하지는 않는지, ‘혁신을 한다고 직원들을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닌지. ‘기후변화에 대응한다고 민원을 야기하고, 예산을 낭비 하는 것이 아닌지’라고 생각도 해보았으나, 한 번도 내가 하는 지시나, 예산 등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일을 하다보면, 일반 공무원은 규정을 생각하고, 정치인은 상상을 하다보면 종종 충돌도 일어나기 마련이지만, 시장은 나를 믿었고, 나는 시장을 신뢰했다. 내가 공직 마지막을 복기왕시장과 함께 한 것은 행운이었고, 행복했다. 그리고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강병국 전 아산시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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